2구 추가 일치 가능성 검사 중
5·18 조사위 11월까지 120여구
유전자 대조작업·사망경위 조사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사살된 시민들이 광주교도소 등지에 암매장됐다는 의혹이 42년 만에 사실로 확인됐다.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발견된 신원미상 유골 중 일부가 5·18 행방불명자의 유전자(DNA) 정보와 일치하면서 반세기 가까이 미궁 속에 있던 민간인 학살과 암매장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조사위)는 지난 2019년 12월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유해 262구 중 1구가 5·18 행불자의 유전자 정보와 일치했다고 26일 밝혔다.
5·18조사위는 3년 전 발굴된 유해 가운데 40구를 우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고, 이 중 1구의 유전자 정보가 행불자와 99.9% 이상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행불자 가족의 유전자 정보와 일부 일치하는 유해도 2구 파악됐다.
5·18 행불자와 유전자 정보가 가장 일치했던 유해는 5·18 당시 화순군에 거주하며 광주를 수시로 왕래하던 만 23세 청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1980년 5월24일 오후 광주에서 처제를 만난 후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5·18조사위는 유해의 유전자 정보 일치 여부를 확실히 하기 위해 공인검사인 'STR(반복되는 짧은 염기서열) 분석기법 유전자 검사'를 추가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존까지는 훼손 정도가 심한 유해에도 적용할 수 있는 SNP(단일염기 다형성) 분석기법'을 사용해왔다.
5·18조사위는 오는 11월까지 남은 유해 120여구에 대한 유전자 대조작업을 마무리하는 한편, 확인된 행불자의 구체적 사망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또한 오는 7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5·18 행불자 유해 최초 확인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5·18조사위는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발견된 유해들의 유전자 시료를 넘겨받아 지난 2020년부터 5·18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감식을 진행해왔다. 발견된 유해들 중 100여구는 훼손 정도가 심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5·18조사위 관계자는 "수차례의 발굴 작업에도 드러나지 않고 의혹으로만 남아있던 5·18 암매장의 진실이 최초로 드러나게 됐다"며 "같은 부지에서 확인된 유해 중에는 다른 5·18 희생자분들도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5·18민주화운동 관련 행방불명 신고가 시작된 1990년 이후 접수된 행불자는 448명이다. 대부분은 증거 부족 등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84명 만이 행불자로 공식 인정됐다. 6명은 무명열사묘지 등에서 신원이 확인됐다. 364명의 '비인정 행불자'들은 가족 유전자 정보조차 확보돼 있지 않아 발견되더라도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행방불명자 접수는 1990년부터 이뤄졌으나, 자료 부족의 문제로 대부분은 행방불명자로 인정되지 못했다"며 "5·18조사위는 그동안 행방불명자로 인정되지 못했던 신고자들에 대한 전수조사와 유전자 확보작업을 진행해 진상을 온전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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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사업법 제정 앞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먼저"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등 7개 기관·단체는 13일 오후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을 마치며 정부에 제시한 권고 중 하나인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광주시와 광주시의회 등 7개 기관·단체는 13일 오후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는 김남진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전임연구원, 정다은 시의회 운영위원장,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강행옥 변호사, 김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발제자로 나선 김 연구원은 5·18 기념사업 기본법에 5·18 정신의 전국화·세계화를 위해 5·18 기념사업의 주체와 내용, 절차, 방법 등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기존 5·18 관련 법률에서 5·18 기념사업의 주체를 정부로 명시하고 있느나 구체적인 계획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국립5·18민주묘지와 5·18 사적지 등 5·18 관련 유형자산과 5·18 국가기념식 및 전야제 등 무형자산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주체도 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발포명령자, 암매장, 행방불명자를 비롯한 추가 진상조사와 5·18 기념사업 등을 의결하기 위해 위원장을 국무총리로 하는 5·18 기념사업위원회와 이를 실행하기 위한 5·18 기념사업실무위원회를 광주시장 소속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이외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5·18기념재단에 5·18 기념 및 추모, 5·18 민주유공자 및 유가족 복지, 5·18 관련 교육·학술·문화예술·국제교류, 5·18 진상규명 및 왜곡대응 사업 등을 위탁하고 필요한 경비를 출연하거나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이와 관련 토론자로 나선 정 위원장은 독자적 기본법 제정에 의문을 표했다.정 위원장은 "5·18 기념사업의 주체 등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 등에 동의하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입법 활동을 전개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해야 한다. 다른 민주화운동과는 달리 5·18만 독자적으로 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할 논리가 먼저 개발돼야 할 것이다"며 "별도의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 대신 5·18 관련 기존 법률을 정비해 통폐합하는 작업을 통해 기념사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제안했다.지역사회와 충분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김 위원장은 "법률 제정의 필요성부터 시민사회단체와 충분히 합의한 뒤 로드맵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수백억의 혈세가 투입된 5·18 조사위의 활동에 대한 평가 없이 5·18 기념사업위원회와 같은 새로운 국가 조직의 설립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5·18기념재단만 5·18 기념사업 등을 맡기기 보다 다른 단체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실행하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허연식 전 5·18 조사위 조사2과장은 "5·18 조사위에서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거나 암매장과 같이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위한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며 "5·18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 과정에서 희생된 민족민주열사들의 명예회복과 그 유가족의 치유를 위한 대책도 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광주는 5·18에 대해 이벤트성이 강하다는 점이 문제다"며 "법이 제정되더라도 정부와 지자체의 실행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명시적 규율에 불과해진다"고 덧붙였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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