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공원 지하에 일제 비행장 지휘소 존재"...활용법 마련해야

입력 2022.09.28. 18:07 안혜림 기자
'숨어있는 광주역사 : 일제와 상무 비행장' 세미나
일제 군사시설 표기된 광주비행장 지도 공개
대부분 쓰레기·시멘트에 막혀…대책 세워야
지난 2월 일제강제동원모임이 서구 쌍촌동 5·18역사공원 및 중앙공원에서 발견된 일제 군 시설물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모습.

광주 도심 곳곳에서 일제강점이 일본군이 조성한 대규모 지하 군사시설이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서구 쌍촌동에 위치한 5·18기념공원에 일제지하시설이 존재한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 십수개에 달하는 광주 도심 지하 일제 군 시설들이 대부분 접근이 어렵고 현황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침탈의 역사를 후대에 알리는 다크투어리즘(역사교훈여행) 등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은 28일 오후 광주지역에 남아있는 일제 군 시설의 역사와 활용방안을 논하는 세미나 '숨어있는 광주역사 : 일제와 상무 비행장'을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광주학생독립 제93주년 기념일(매년 11월3일)을 앞두고 마련됐다.

세미나에서는 신주백 전 독립기념관 독립운동사연구소장이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서 2015년 일본 방위성에서 발굴한 1940년대 광주비행장 지도를 공개하며 광주 서구 일대에 탄약고 3개와 유류고 4개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신 전 소장은 "일제는 1939년 광주와 경성을 잇는 비행장을 조성했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뒤 1942년 군용비행장으로 재편했다"며 "미군의 폭격이 있는 일본 본토를 피해 광주에서 안정적으로 비행기 조종사를 양성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비행장 부속시설은 모두 18개로 지하시설은 7개였다. 3개는 탄약과 폭탄을 보관했고, 4개는 연료창고였다. 서구 벽진동 사월산, 화정동 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인근, 쌍촌동 중앙공원, 5·18역사공원 제1주차장(505보안대), 5·18기념공원, 천주교 광주대교구, 광주가톨릭대학 평생교육원 터 등이다.

'숨어있는 광주역사 : 일제와 상무 비행장' 세미나에서 공개된 광주비행장 지도 모습. 동그라미는 현 5·18기념공원 부지.

신 전 소장은 6곳은 존재가 확인됐지만 5·18기념공원에 있던 비행장 지휘소는 콘크리트로 매립돼 위치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행장 지도와 공원에 남아 있는 옛 물탱크 흔적 등을 근거로 지휘소는 지금의 단성전 자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인근에 소형비행기가 이용할 수 있는 활주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또 광주지역의 일제 군사시설 상당수가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의해 그대로 사용돼 왔다고 주장했다.

신 전 소장은 "부산과 영동은 일제 지하시설을 와인저장고와 관광지로 활용하고 있다"며 "광주도 지휘소, 활주로 등에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보전,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국언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광주지역 아시아·태평양전쟁 유적 현황 및 역사문화자산 활용 방안' 발표에서 "지금까지 광주에서 발견된 일제 군 시설들은 대부분 시멘트나 쓰레기로 입구가 막혀 방치돼 있다"며 "군 시설들을 탐방 코스나 역사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설들을 역사문화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보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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