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정신적 손해 인정 선고...정부는 항소만

입력 2022.10.26. 14:19 박승환 기자
전과자 낙인·연좌제 등 정신적 피해 인정
부상자회 “항소 포기하고 신속 배상해야”
지난 5월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이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 재판을 촉구하고 있다. 무등일보DB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법원의 1심 판결이 잇따라 나왔으나 정부가 항소를 제기하면서 최종 배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소송비용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부담이 끊이질 않고 있어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법조계와 5·18부상자회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를 상대로 한 5·18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김경수)는 정모씨를 비롯해 5·18 당시 경찰에게 구타당한 피해자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들은 5·18 당시 계엄법 위반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체포, 조사 과정에서 구타를 당해 지금까지도 신체적 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은 영장도 없이 원고들을 체포, 구금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폭행까지 하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며 "원고들은 출소 이후에도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학업과 사회생활, 경제활동마저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원고들은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9천만원에 달하는 정신적 피해 배상금(위자료)을 받게 된다.

이번 판결은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신적 손해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피해로 재산 이외의 손해를 말한다. 민법 제750조 1항에서도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이외의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송은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가 과거 지급된 보상금에 '정신적 손해'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5·18 보상법을 위헌 결정하면서 물꼬를 텄는데, 재판부가 헌재의 결정을 인용하며 보상금을 받았어도 정신적 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 데다가 기타지원금과 위자료는 엄격히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해 향후 재판에도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도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5·18 보상법에 따른 지원금을 받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줄곧 5·18 보상법에 따라 배상금을 지급했기에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다고 주장하며 항소를 제기해 보상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각 판결에 대해 항소심을 제기하고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위자료 문제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받아보겠다며 상고한 상황이다.

앞서 19일 법원은 5·18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내면서 반독재투쟁을 주도했던 고 박관현 열사 유족 등 9인에게 국가가 위자료 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현재 5·18 유공자와 가족 880여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1천2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최근 재판에서는 기존 정신적 피해 사례로 인정된 바 있는 불법 구금과 폭행, 가혹행위를 비롯 연좌제 적용, 전과자 낙인으로 인한 학업·사회활동 피해, 경제활동 피해 등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인정하는 유의미한 재판부의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지난 42년 동안 연좌제를 필두로 많은 피해를 입으며 피눈물을 흘려왔다. 정부는 금액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빨리 배상을 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모든 항소를 포기하고 1심 판결대로 신속하게 지급해야 한다. 2심, 3심까지 이어가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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