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회 “항소 포기하고 신속 배상해야”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법원의 1심 판결이 잇따라 나왔으나 정부가 항소를 제기하면서 최종 배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소송비용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부담이 끊이질 않고 있어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법조계와 5·18부상자회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를 상대로 한 5·18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김경수)는 정모씨를 비롯해 5·18 당시 경찰에게 구타당한 피해자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들은 5·18 당시 계엄법 위반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체포, 조사 과정에서 구타를 당해 지금까지도 신체적 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은 영장도 없이 원고들을 체포, 구금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폭행까지 하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며 "원고들은 출소 이후에도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학업과 사회생활, 경제활동마저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원고들은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9천만원에 달하는 정신적 피해 배상금(위자료)을 받게 된다.
이번 판결은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신적 손해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피해로 재산 이외의 손해를 말한다. 민법 제750조 1항에서도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이외의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송은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가 과거 지급된 보상금에 '정신적 손해'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5·18 보상법을 위헌 결정하면서 물꼬를 텄는데, 재판부가 헌재의 결정을 인용하며 보상금을 받았어도 정신적 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 데다가 기타지원금과 위자료는 엄격히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해 향후 재판에도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도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5·18 보상법에 따른 지원금을 받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줄곧 5·18 보상법에 따라 배상금을 지급했기에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다고 주장하며 항소를 제기해 보상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각 판결에 대해 항소심을 제기하고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위자료 문제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받아보겠다며 상고한 상황이다.
앞서 19일 법원은 5·18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내면서 반독재투쟁을 주도했던 고 박관현 열사 유족 등 9인에게 국가가 위자료 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현재 5·18 유공자와 가족 880여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1천2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최근 재판에서는 기존 정신적 피해 사례로 인정된 바 있는 불법 구금과 폭행, 가혹행위를 비롯 연좌제 적용, 전과자 낙인으로 인한 학업·사회활동 피해, 경제활동 피해 등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인정하는 유의미한 재판부의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지난 42년 동안 연좌제를 필두로 많은 피해를 입으며 피눈물을 흘려왔다. 정부는 금액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빨리 배상을 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모든 항소를 포기하고 1심 판결대로 신속하게 지급해야 한다. 2심, 3심까지 이어가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제45주년 5·18 기념식날 민주묘지 참배 소년단 모집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소년단을 모집한다.산수화생각청은 제45주년 5·18 기념식이 열리는 오는 5월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소년단 39명(보호자 포함)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고 18일 밝혔다모집대상은 초·중·고교생이다. 초·중생의 경우 반드시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구체적인 일정은 오전 7시30분께 서울에서 관광버스 1대로 출발해 광주를 방문한다.광주에서 합류하는 경우 인원 제한에 포함되지 않는다.광주 도착 후에는 함께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12시30분께 5·18민주묘지를 참배한다. 5·18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부를 계획이다참배를 마치고는 동구 5·18민주광장으로 이동해 광장과 전일빌딩245, 5·18기록관 등을 살핀다.참석자들에게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도 무료로 제공된다.신청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신청자의 이름, 학년,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적어서 보내면 된다.원선희 산수화생각청 단장은 "세월이 흐를수록 광주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특히 12·3 비상계엄 이후 더욱 그랬다"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소년들에게 소년이 온다에 등장하는 소년들과 같은 정신을 심어주고 싶어 모집을 기획하게 됐다. 많은 참여 부탁한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 5·18 45주년 '민주주의 대축제'로···행사위 출범
- · 5월 단체 "尹 석방 반대 성명은 정치적 중립 의무와 무관"
- · "정치적 중립 지켜라"...보훈부, 尹 구속 취소 규탄 성명 낸 5·18 공법단체 압박 논란
- · 5·18 유족회, 광주 찾은 김상욱 의원에 감사장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