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작자 중심된 오월 콘텐츠, 가능성 엿보다

입력 2022.10.31. 15:27 김혜진 기자
지난달 '콘크리트 보이스' 호응
사적지 탐방하며 각 공간 지닌
이야기 감상하는 '음성형 공연'
건물 등이 기억 등 들려주며
단순 해설 보다 흡인력 높여
젊은예술인, 간섭 없는 지원에
자유롭게 5·18 풀어낸 결과물
지난 10월 22~23일 이틀에 걸쳐 4차례 펼쳐진 '콘크리트 보이스'. 오월 사적지와 그 주변 건물을 탐방하며 한 편의 소설과 같은 이 곳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공연이다.

지난달 4차례에 걸쳐 펼쳐진 오디오 씨어터 공연 '콘크리트 보이스(CONCRETE VOICE)' 가 적은 회차에도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새로운 형태의 오월 콘텐츠로의 가능성을 보였다. 이에 5·18기념재단은 관(官)이나 기존의 인물이 아닌 젊은 세대가 주체가 돼 오월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콘텐츠 발굴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달 22~23일 진행된 이번 공연은 준비된 음성·소리를 들으며 5·18사적지를 탐방하는 공연으로 사적지와 주변 건물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미리 준비된 오디오 기기를 활용해 전일빌딩-금남로-충장로-무등맨션-5·18민주광장-황금주차장(옛 광주 미국문화원 터)-옛 광주적십자병원 일대를 탐방하며 각각의 장소에서 각각의 이야기가 담긴 한 편의 작품을 듣게 된다.

이 작품은 지역의 청년 예술인들이 창·제작했다. 지역의 창작그룹 모이즈(MOIZ)의 문다은, 도민주, 양채은과 사운드 디자이너 문진성, 소설가 황지운이 손을 잡았다.

"천변우로 415는 사라져선 안돼. 기억은 남아야지. 나는 사적지가 아니고 부동산이라 헐릴 거지만, 천변우로는 절대 안되지. 거긴 부동산으로 가치가 없다고? 당신들 기억의 가치는 얼마인데?"(무등맨션 테마)

"1933년 5월 13일, 상가 안엔 죄다 TV가 켜져 있었어요. (김영삼 대국민 특별담회 내용이 이어진다.) 상인들도, 옷을 고르던 손님들도, TV소리를 듣고 술렁였어요. 대통령이 처음으로 5·18을 민주화운동이라고 한 것 아닌가요? 광주사태가 아니라 빨갱이니, 폭도니 그런 소리가 아니라."

이들은 광주시민들이 바라는 옛 적십자병원 활용 방안을 인터뷰하고 오월항쟁 증언과 구술, 사적지를 경험한 세대의 기억을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각 공간의 이야기를 구성했다. 우리 주변이들의 이야기를 각 공간에 부여해 콘크리트가 비로소 생명력을 얻게 된 것. 이같은 방식은 사적지를 보다 살아있는 공간으로 느껴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단순한 해설보다 더욱 흡인력을 갖는가 하면 이 공간의 과거와 현재에 비추어 미래까지 생각하게 한다.

지난 10월 22~23일 이틀에 걸쳐 4차례 펼쳐진 '콘크리트 보이스'. 오월 사적지와 그 주변 건물을 탐방하며 한 편의 소설과 같은 이 곳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공연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복지재단)의 '예술인파견지원-예술로 사업'을 통해 진행됐다. 이 사업은 복지재단이 매개자가 되어 5·18기념재단과 지역 예술인의 협업을 매칭하고 이를 통해 예술인과 문화예술콘텐츠의 가치를 발견한다. 이번 작품의 창제작 과정에서 복지재단과 5·18기념재단은 예산과 행정력을 지원할 뿐 창작 영역은 온전히 예술인에 맡겼다.

이같은 방식은 5·18기념재단의 '5·18을 이야기하는 청년들이 왜 줄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기성세대의 불필요한 간섭과 참견이 이같은 문제의 원인임을 청년 예술가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인지한 재단은 온전히 청년 예술가에게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 방식 등을 맡겼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선보여진 젊은 예술인들의 새로운 오월 콘텐츠는 예상보다 더욱 큰 호응을 얻었다.

한 관람객은 관람평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기획이 너무 재밌었다. 조곤조곤 귓가에 들리는 이야기들이 좋았고 건물과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테마들이 분명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중략) 역사 답사를 싫어하는 편인데 대체로 현장성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중략) 그런데 이 답사는 그렇지 않다. 자꾸 현장을 쳐다보게 하고 과거를 현재로 연결한다. 멘트 하나하나에 현재 광주를 살아가는 세대의 눈으로 보는 고민들이 잘 묻어있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22~23일 이틀에 걸쳐 4차례 펼쳐진 '콘크리트 보이스'. 오월 사적지와 그 주변 건물을 탐방하며 한 편의 소설과 같은 이 곳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공연이다.

이번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리더 예술인 문다은은 "모이즈가 계속해서 오월과 관련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왔는데 많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청년들이 오월을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일인데다 주변에 있을지 모를 유족들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지 부담이 크더라. 이런 점을 5·18기념재단이 공감해주어 이번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90년대생 이후로는 교과서에서 5·18을 배웠기에 완전히 옛날 이야기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많은데 이번 작품을 통해 오월은 우리 주변에 살아있는 이야기임을 알리고 싶었다"며 "실제로 관람객들이 '자신의 이야기'라며 좋아하기도 하고 더욱 사적지라는 공간에 빠져들더라"고 설명했다.

최경훈 5·18기념재단 교육문화부 팀장은 "젊은이들이 왜 오월을 이야기하지 않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는데 이번과 같은 과정을 통해 훌륭한 결과물이 나와 기쁘고 앞으로 사적지를 더욱 확대해 이번 콘텐츠를 더욱 확대 발전시키려 한다"며 "더불어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같이 예술인들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 더욱 많아진다면 예술인에게도 도움이 되고, 또 각 기관이나 기업에는 특색 있는 콘텐츠 등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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