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국가폭력 피해자 136명 '국가배상' 승소

입력 2022.11.24. 15:57 안현주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헌정 유린에 맞서다 피해를 입은 시민과 유족 13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다시 승소했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임태혁 부장판사)는 5·18 국가폭력 피해자 136명(사망자 26명은 상속인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원고들은 청구한 배상액 중 적게는 4%에서 많게는 전액을 인정받아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최소 150만원에서 최대 2억원에 달하는 위자료을 받게 된다.

이번 소송에는 5·18항쟁 가두방송 주인공인 차명숙(61·여)씨와 고 전옥주(전춘심)씨의 유족,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공동저자 전용호(64)씨, 고 신영일 들불열사(1958∼1988) 등이 함께 했다.

차명숙씨는 1980년 5월19일부터 21일까지 차를 타고 군인들의 만행을 규탄하는 거리 방송을 했다가 붙잡혀 광주505보안대에서 물고문·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차씨는 같은 해 9월16일 광주교도소로 이감된 이후에도 끔찍한 고문을 당해 노동능력을 40% 상실하는 등 고문 후유증에 시달렸다.

전용호씨는 5·18 당시 계엄군 학살의 실상과 시민의 저항·임무 등을 담은 '투사회보(민주시민회보)'를 제작·배포하다 붙잡혀 상무대에서 군홧발과 각목으로 구타를 당했다.

전씨는 황석영·이재의와 1985년 5월20일 학살 집단의 폭력성을 알리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펴냈고, 민주화를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에 함께했다.

신영일 열사는 반독재 투쟁의 선봉에 섰다가 311일 동안 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했고, 5·18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단식투쟁 후유증으로 서른 살에 세상을 등졌다.

또 원고 이모씨는 1980년 5월22일 자택 창가에 서 있던 중 공수부대원이 쏜 총에 맞아 관통상을 입고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군인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신군부의 헌정 질서 파괴 범죄에 대항한 정당행위를 했는데도 불법 체포·구금·고문을 당해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반인권적 행위라는 이 사건 불법 행위의 중대성, 인권 침해 행위 재발 방지 필요성,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 42년간 배상이 지연된 점, 5·18민주유공자 예우·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부나마 명예가 회복된 점 등을 두루 고려해 각각 위자료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5·18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고 박관현 열사 유족을 비롯해 군의 헌정 유린에 맞서다 구금·고문당한 시민들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다만, 정부가 5·18 보상법에 따라 배상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해 보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안현주기자 press@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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