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진실 그림 통해 알리고 싶어 배웠죠"

입력 2023.06.21. 15:30 김혜진 기자
시민군 김상집 첫 개인전 내달5일까지 메이홀
80년5월 현장 생생히 그리고
주요 민주인사 담아내는 등
기록해 남기고픈 소망 바탕
김상집 작 '최후의 항전'. 80년 5월27일 도청의 마지막 밤 치열했던 계엄군과의 전투 모습을 담았다. 총을 맞고 쓰러진 사람은 윤상원 열사.

"그림을 통해 그날의 진실을 알리고 싶어 직접 그림을 배웠어요. 6년 동안 쭉 그려왔는데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노동운동과 들불야학에 투신하는 등 민중 운동을 펼쳐온 지역의 대표적 민주인사 김상집은 21일 시작하는 첫 개인전을 앞두고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의 첫 개인전은 대안공간 메이홀에 마련된다. '오월전사 김상집의 한없이 또렷한 기억전'. 전시명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80년 5월의 생생한 기억을 풀어놓고 오월 인사들의 면면을 소개한다.

김상집은 1980년 5월 노동운동으로 알게 된 윤상원 등과 항쟁지도부로 활동하며 투사 회보 등을 찍었다. 이후 대학에서 수의학을 공부하고 수의사로 생업을 이어오면서도 시민사회 운동을 해온 그가 붓을 든 이유는 무엇일까.

김상집 작 '결사항전. 80년 5월26일 계엄군 진입 통보에도 투쟁할 것을 결의하던 항쟁지도부 모습을 담았다.

그는 "직접 겪었던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또 그것들이 많이 왜곡되기도 하고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많아 그림으로 이것을 표현해보자해서 시작했다"며 "기록화를 남기기 위해 화가에 의뢰하기도 했지만 쉽게 이뤄지지 못해 취미가 아닌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하겠다는 의무감으로 지난 2017년부터 오광섭 화백에서 그림을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1981년 형 집행정지로 출소한 이후에도 80년 5월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데 몰두했던 그다. '녹두서점의 오월' '윤상원 평전' 등을 쓰며 그날의 진실을 생생하게 증언하기도 했던 그다. 폄훼와 왜곡으로 멍든 역사의 진실을 끝까지 지키고자 한 그의 집념의 산물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17점의 작품들도 그러한 결과물이다. 80년 5월27일 계엄군과 시민군의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던 때를 담아낸 '최후의 항전'은 옛 전남도청 민원실 건물 2층 회의실서 죽어가는 윤상원을 중심으로 당시의 상황을 표현하며, '결사항전'은 계엄군 진입 통보에도 시민군 지도부가 마지막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하던 당시를 재구성했다. 또 민주화운동 당사자, 이제는 고인이 된 이들의 이야기 등을 담아낸 인물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김상집 작 '강신석 강혜영'. 민주화운동 거목 故 강신석 목사와 그의 아내이자 민주여성단체 송백회 초대회장 故 강혜영.

당시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 사실적 묘사가 특징인 이 작품들은 모두 관련 당사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이 이야기들을 다시 종합해 비교하는 등의 고증을 거쳐 만들어졌다.

인물화에는 명노근과 안성례, 강신석과 강혜영, 김경남 목사, 정동년, 시민군 강용주 어머니 조분순 여사 등이 담겼다. 작가는 주로 고인이 된 인사들을 담아 이제는 당사자의 입으로 전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전달한다.

전시 도록 또한 의미가 깊다. 기록화 성격의 작품들이기에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당시에 대한 설명이 하나하나 첨부됐다. 또 신경구 전남대 명예교수가 영문 번역을 도와 도록으로써 뿐만 아니라 역사적 자료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전시는 7월5일까지. 월요일 휴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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