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만행 보여주는 사건도 미반영
특정 인물 중심·항쟁 무관 콘텐츠도 문제
“핵심 가치 정확히 찾아 공감을 끌어내야”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복원사업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복원사업의 핵심인 전시콘텐츠에서 기존의 5·18 기념·추모시설과 다른 특색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12일 옛 전남도청 내부 전시콘텐츠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콘셉트는 옛 전남도청을 5·18 시민군 최후 항쟁지라는 장소적 의미의 '랜드마크(Land mark)'를 넘어서 5·18 정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곳으로 조성하는 '마인드마크(Mind mark)'다.
추진단은 도청을 '최후항쟁을 기억하는 현장기념의 장'과 '미래세대가 만들어가는 참여와 공감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도청 본관', '도경찰국 본관', '상무관', '도청 회의실·도경 민원실', '도청 별관' 등 건물별로 세부연출계획을 전시콘텐츠를 설계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5월 단체 등 관계자들은 여전히 각 공간이 갖는 중요한 의미와 서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이 왜 옛 전남도청에 모였는지, 왜 죽음을 무릅쓰고 끝까지 항쟁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에 설명이 되지 않은 점이다.
5·18 열흘간의 항쟁 기간 중에서 5월21일 오후 1시께 있었던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는 시민들이 총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뒷받침하는 사건이자 국가폭력의 만행을 보여주는 사건인데 기본설계에서 빠졌다. 계엄군이 나주·화순·장성·영광·담양 등 광주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통로를 틀어막으면서 민간인을 무차별 집단학살한 부분도 설명되지 않았다.
시민수습위원회와 항쟁지도부의 활동 모습만 나열하는 것처럼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만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다는 점과 항쟁에 직접 나서진 않았던 도지사의 사퇴 기자회견이나 안병하 경찰국장실을 재현하는 것도 문제로 꼽고 있다.
희생자들의 주검이 임시로 안치됐던 상무관의 경우 당시 운구차가 아닌 쓰레기차에 실려 망월동 구묘역으로 옮겨지는 것을 지켜보며 민주화의 의지를 더욱 불태웠던 시민들이 분노와 비장함을 담아내지 못했다.
상무관 출입구 앞에 설치될 예정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횃불도 어느 추모공간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연출이다.
방문자 안내센터가 들어서는 도청 별관도 당시 항쟁지도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활동했는데,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안내센터의 기능을 주로 하더라도 별관에서 활동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소개해야 왜 별관 철거를 반대했는지에 대한 명분과 이유,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5·18 유공자는 "각 공간이 갖는 핵심 가치를 정확하게 찾아내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전일빌딩245나 5·18 기념공원을 비롯한 기존의 5·18 기념·추모시설과 다를 게 없다"며 "옛 전남도청이 5·18 정신을 계승하고 확산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면 전시콘텐츠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원추진단 관계자는 "현재 올해 말 완료를 목표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아직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더 많은 의견을 듣고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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