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계엄군 사용 장비 방치 논란

입력 2024.12.27. 16:43 박승환 기자
국방부로부터 장갑차 등 빌려왔지만
일부 5·18 유공자 반대에 부딪혀
현재까지 전시 장소 못 찾은 채 방치
전문가 “특정인 동의해야 하는 건 부적절”
5·18교육관 인근 주차장 한켠에 방치된 광주시가 국방부로부터 빌려온 5·18 당시 계엄군이 사용한 장비와 동일한 기종의 장비 5대.

광주시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진압에 사용한 것과 같은 기종의 장비를 국방부로부터 빌려왔지만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광주시가 5·18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다수 시민의 공감보다 소수의 반대 목소리를 우선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7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는 국방부와 협의를 거쳐 지난해 6월24일 경기도 양평군 모 군부대로부터 폐기 예정이던 장갑차 3대(바퀴형 1대·무한궤도형 2대)와 전차 1대, 헬기 1대 등 총 5대의 장비를 빌려왔다.

해당 장비들은 5·18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장비와 동일한 기종으로 역사적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대여한 것이라고 광주시는 설명했다.

장비 임차 비용은 전액 무료였으며, 장비 운송과 외부 도색에 총 1억원가량의 예산이 사용됐다. 대여 기간은 오는 2028년 4월30일까지이지만 광주시는 그 이후로도 무상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주시는 장비들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있다.

애초 광주시는 장비들을 빌려오기로 결정하면서 서구 치평동 5·18자유공원 내 옛 상무대 영창 앞에 전시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당시 광주시 홈페이지 내 '광주온(광주ON)'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5·18자유공원에 전시하는 것을 동의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3천724명 중 1천364명(36.6%)이 '매우 그렇다', 1천544명(41.5%)가 '그렇다'라는 '긍정적인 반응(2천908명·78.1%)'을 보였다.

그러나 광주시는 5·18자유공원은 5·18 때 장비들이 투입된 장소가 아니므로 적절하지 않다는 일부 5·18 유공자들의 반대에 계획을 철회했다.

사실 명확하게 말하자면 광주에 출동했던 장비와 같은 기종일 뿐 실제 동원된 장비가 아니므로 반대 의견대로라면 전시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광주시는 설득은커녕 스스로 포기했다.

결국 해당 장비들은 현재 5·18자유공원 인근 5·18교육관 주차장 한 켠에 1년째 방치된 상태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5·18교육관 바로 옆 부지에 오는 2026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신축되는 5·18기록관 주변에 장비를 전시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광주시가 국방부로부터 빌려온 5·18 당시 계엄군이 사용한 장비와 동일한 기종의 장비를 애초 전시하려고 했던 5·18자유공원 내 옛 상무대 영창 앞.

허나 이마저도 무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심지어 내년 1월 중 설계 용역업체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광주시는 용역업체에게 제시할 장비 전시 내용이 담긴 과업지시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한 5·18 연구자는 "5·18은 광주시민 모두의 힘으로 만들어 낸 역사다. 5·18 유공자를 비롯해 특정인이 독점하거나 동의해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주먹구구식으로 장비를 빌려오더니 다수 시민들이 공감을 했는데도 일부 반대 목소리에 방치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용역업체에 전시에 관련된 설계를 맡기겠다는 것도 상당히 부적절하다. 향후 있을 수도 있는 반발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느껴진다"며 "용역업체에서도 적절한 방안을 찾지 못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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