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엔 구체적인 느낀 점 없어
절반 이상 사진에 장소 설명 수준
인터넷 검색해도 나오는 내용도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 옛 전남도청 복원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내부 전시콘텐츠가 지역사회의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는 부실한 사례조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9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과 콘텐츠 시공업체 등 9명은 지난해 3월22일부터 29일까지 6박 8일간 미국을 방문했다.
옛 전남도청 내부를 채울 전시콘텐츠 설계·제작에 참고하기 위한 사례조사를 위해서다.
이들은 '9·11 테러 박물관', '유대인박물관', '홀로코스트 기념관' 등 미국 뉴욕과 클리블랜드, 워싱턴DC 등의 주요 역사 기념시설 12곳을 찾았다. 예산은 비행기 값과 체류비, 차량 대여료, 시설 입장료, 통역료 등 총 3천900만여원이 들었다.
하지만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국외 사례조사까지 나섰음에도 결과를 보면 무엇을 얻었는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무등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추진단으로부터 제출받은 A4 38장 분량의 '국외 사례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방문한 역사 기념시설에서 느낀 구체적인 경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보고서 중에서 표지와 목차를 제외하고 절반 이상은 거의 사진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나머지 분량도 출장개요와 세부일정, 방문한 시설이 어떤 곳인지 설명하는 수준이었다.

9.11 테러 박물관 내 '메모리얼 풀'에 대해서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중앙의 빈 공간으로 끝없이 들어가지만 결코 채워지지 않는 이유는 남겨진 유족들의 물리적, 심리적 공허를 상징한다'고 서술했는데 이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나오는 내용이다.
유대인박물관에 대해서도 '600만명의 유대인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기억을 일깨우기 위해 육각형 모양으로 디자인했다'고 적었는데 마찬가지로 검색하면 알 수 있는 정보다.
또 방문시설 12곳 중 3곳에서는 관계자 면담도 함께 진행했는데, 2곳에 대해서만 주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국외 사례조사의 시사점은 단 3장 분량에 그쳤다.
특히 유대인박물관의 경우 '사진 자료가 없거나 자료가 부족한 부분은 삽화를 이용해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며 시사점을 적었는데, 현재 광주전남언론인회에서 요구하는 '보도검열관실' 복원의 경우 '사진이 없으면 영화세트장과 다를 게 없다'며 설계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허연식 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2과장은 "보고서 내용을 보면 방문한 기념시설이 방문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엔 통상 건설현장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인 최저가낙찰제로 콘텐츠 설계 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생긴 문제다. 역사적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지역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며 "추진단은 원형 복원과 최후항쟁에 매몰되지 말고 지금이라도 콘텐츠의 전체적인 흐름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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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사회·5월 단체 "광주 공격으로 정치적 재기 밑거름...시민들 모여달라"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이 12일 오후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에게 오는 15일 오후 5·18민주광장으로 모여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보수단체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인 광주 금남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한 것과 관련해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5월 단체가 지역민들에게 5·18민주광장으로 모여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12일 오후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내란집단의 난동을 이대로 그냥 둬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이날 기자회견은 극우 유튜버 안정권(43)씨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GZSS(Ground Zero Steady State)'와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62) 목사의 '세이브 코리아'가 오는 15일 오후 금남로에서 열기로 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들의 결집을 호소하기 위해 마련됐다.당일 집회에는 부정선거론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같은날 오후 비상행동도 5·18민주광장에서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제14차 광주시민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위경종 비상행동 공동대표는 "1980년 5월을 경험했던 세대로서 오월 영령들의 피가 아직도 눈에 선한데 보수단체들이 금남로에서 윤석열을 옹호하는 집회를 연다고 하니 분괴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단체들이 민주정신의 근원지인 광주에서 집회를 여는 의도는 광주를 공격함으로써 윤석열 파면을 무위로 만들어 정치적으로 재기하는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며 "윤석열을 하루빨리 단죄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위태롭지 않을까 생각된다. 청년 세대들이 보수단체들의 유언비어에 속아 동조하거나 옹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할 때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광주의 정의가 대한민국의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15일 많은 시민들이 5·18민주광장에 모여주길 바란다"며 "5·18민주광장에서 오월 정신 대동세상을 다시 한번 함께 만들어가자"고 덧붙였다.박미경 비상행동 공동대표도 "5·18민주광장과 금남로는 오월 영령들의 피가 맺힌 곳이다. 모두가 함께하지 않으면 내란동조 집단의 발자국이 오월 영령들의 핏자국을 덮게 된다"며 "비상행동은 광주시민들과 함께 5·18민주광장과 금남로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다.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같은날 5·18기념재단과 5·18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도 성명서를 내고 보수단체들의 광주 집회를 강력히 규탄했다.5월 단체는 "보수단체들의 행태는 5·18의 숭고한 가치를 부정하고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반민주적 행위다.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광주는 민주주의를 지켜온 땅이다. 우리는 극우 선동 세력의 광주 집회를 단호히 거부하며 끝까지 막아낼 것이다"고 밝혔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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