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도태우·황상무 비판 성명 때도 압박
유족회장 "5·18 당사자로서 당연한 목소리"
姜 시장 등 "시대착오적 발상 심히 유감"
보훈부, 관리·감독 기관 통상적인 업무 해명

국가보훈부가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를 인용한 법원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낸 5·18 공법단체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며 압박해 논란이다.
5·18 공법단체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수차례 성명을 발표할 때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가 결정되자 돌연 5·18 공법단체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보훈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보훈부가 정권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훈부는 지난 7일 오후 10시께 ‘5·18 민주단체의 정치적 중립의무 준수 재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5·18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에 보냈다.
보훈부는 공문에서 5·18 민주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과 5·18 공법단체 각 정관 등을 근거로 들며 당일 5·18 공법단체가 발표한 ‘내란 주범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은 정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은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법률과 정관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특정 정당 정강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 ‘특정 공직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 ‘회원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징수하거나 제공받는 행위’ 등 보훈단체의 정치적 중립의무 준수사항을 안내하며 이를 위반하지 않도록 유념해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훈부는 공문 발송에 앞서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어 성명서 원본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보훈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5·18 공법단체가 12·3 비상계엄 이후 ‘공수처 체포에 응하지 않는 윤석열 내란수괴범에 대한 5월 단체 입장’, ‘윤석열 내란 수괴 구속 연장 불허에 대한 5월 단체 성명’, ‘극우 선동 세력의 광주 집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등 수정본 제외 총 9건의 성명을 냈지만 그동안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다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가 결정되자 성명 발표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심지어 보훈부의 5·18 공법단체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5·18 공법단체가 지난해 초 5·18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발언한 도태우 변호사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고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경질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을 때도 공문을 보내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양재혁 유족회장은 “늦은 시간 압박성 공문을 보낸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다른 공법단체에 동일하게 공문을 보낸 것도 아니다”며 “5·18 당사자로서 계엄과 내란을 비판하고 5·18을 왜곡·폄훼한 사람들을 규탄하는 당연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정치 활동으로 보는 행위는 명백한 압박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강기정 광주시장과 광주시, 박지원(해남·완도·진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입장문 등을 통해 보훈부를 꼬집었다.
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올려 “윤석열 구속취소를 비판한 5·18 공법단체를 정치적 중립 의무 운운하며 야밤에 전화를 걸어 압박했다니 그 시대착오와 판단착오가 심히 유감스럽다”라며 “내란 주범을 내란 주범으로 부르지 말라니 우리를 호부호형 못했던 조선시대 홍길동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광주시도 입장문을 통해 “보훈부는 무엇이 두려워 5·18 공법단체에 재갈을 물리려하느냐”며 “이는 5·18 단체의 정당한 활동을 탄압하는 행위다. 5·18 정신을 유린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보훈부는 부당한 압력행사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5·18 공법단체의 정당한 활동을 적극 보장해야 한다”며 “보훈부가 두려워해야할 대상은 내란수괴 권력자가 아니라 헌법을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보훈가족과 국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5·18 공법단체가 윤석열 석방 비난 성명과 석방 반대 의사를 밝히자 보훈부에서 압박을 했다. 그렇다면 석방 환영 성명이나 내란 지지 성명을 내야 하느냐”며 “세상에 이런 미친 정부가 있을까 놀랍다. 보훈부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게시글을 올렸다.
이같은 논란에 보훈부는 정부의 재정 등 각종 지원을 받는 보훈단체에 대한 관리·감독기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라고 일축했다.
보훈부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보훈단체는 정관에 따라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킬 의무가 있다. 위반 소지가 있을 경우 적시에 공문을 발송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에 해당한다”며 “박근혜 정부 8건, 문재인 정부 10건 등 역대 정부에서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안내 공문을 발송해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성명서 원본을 요청한 것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다. 압박의 수단이 될 수 없다”며 “대통령실로부터 모종의 압력을 받고 다급히 움직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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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 주말 전야제··· 5·18 45주년 행사 전국 발길 기대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17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언론간담회를 열고, 제45주년 5·18 기념행사의 추진 방향과 주요 계획을 발표했다. 강주비 기자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는 12·3 비상계엄과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오월정신의 전국화·세계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행사위)는 17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언론간담회를 열고, 제45주년 5·18 기념행사의 추진 방향과 주요 계획을 발표했다.행사위는 올해 슬로건을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로 정하고, 전야제를 비롯해 청년·청소년 사업, 시민공모사업 등을 통해 시민이 직접 준비하고 참여하는 행사를 만들어갈 계획이다.우선 5월17일 오전 11시부터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는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시민난장'이 열린다.오월 어머니들이 준비한 주먹밥 나눔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먹거리 부스가 운영된다. 오월연극제, 민주주의 대합창, 민중미술 전시, '소년이 온다' 미션 투어 등 세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전야제에 앞서 오후 4시부터는 전국 5천여명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민주평화대행진'이 진행된다.행진 참여자들은 북동성당, 전남대, 조선대, 광주역 등 네 곳에서 출발해 금남로에 집결한다.이어 오후 5시부터 금남로 사거리에서 전야제가 본격 시작된다.올해는 11년 만에 주말에 열리는 전야제로, 전국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행사 장소도 기존 전일빌딩 앞에서 금남로 사거리로 옮겨졌다. 중앙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체류형 참여를 위한 500동의 텐트도 설치된다.사거리 중앙에는 사방으로 열린 4면형 무대가 설치돼 관객들이 서로를 마주보며 공동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 무대를 중심으로 ▲1부 환영의 대축제 ▲2부 민주주의 대축제 ▲3부 빛의 대축제 등 3부로 나눠 공연이 펼쳐진다.행사는 대규모 풍물공연 '오월길맞이굿'으로 막을 연 뒤 다양한 공연과 발언이 이어진다. 특히 2부에서는 발언대 '광주의 꿈'을 통해 오월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라는 오랜 숙원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후 참가자 전원이 옛 전남도청으로 행진하는 퍼포먼스 '다시 만난 오월'을 끝으로 전야제를 마무리한다.전야제가 끝난 뒤에는 풍물패와 함께하는 '대동한마당'이 이어져, 광장을 민주주의의 축제 공간으로 전환한다.5월18일 당일에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5·18민주광장 특설무대에서 시민 발언대 '민주대성회'가 진행된다. 이는 1980년 5월23일부터 26일까지 열렸던 '민주수호범시민궐기대회'를 재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또 오후 7시부터는 광주인권상 시상식과 함께 헌정공연, 퍼포먼스 등 기념 무대가 이어진다.지난해 처음 도입된 청년 PM(Project Manager) 사업과 청소년 사업, 42개의 시민공모사업 등도 올해 계속된다.행사위에 공식 가입하지 않은 5·18유족회·부상자회, 5·18기념재단도 행사 전반에 함께 참여한다.오병윤 상임행사위원장은 "다가오는 45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를 다양한 시민 참여와 행사 과정을 통해 뜨거운 열망까지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12·3 내란 이후 다시 만날 오월을 희망하는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고 밝혔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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