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기준 생존자에 적용
30명 요구 수용…4명 남아
일부 유공자 셀프 승인까지
"시·보훈부 문제 매듭지어야"

일부 5·18 유공자들이 국립5·18민주묘지에 자신들이 안장될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광주시가 일관되게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18민주묘지를 조성하며 망월동 5·18구묘지에 잠든 희생자들을 이장해 올 때 마련한 안장기준을 생존자에게까지 적용했기 때문이다.
4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는 지난 1997년 '5·18 묘지 안장심사위원회'를 만들고 묘역 번호 부여 방법과 안장 순서 등을 결정했다. 망월동 5·18구묘지에 묻힌 희생자들을 신묘역인 운정동 5·18민주묘지로 이장하기 위해서다.
위원회는 1묘역 전체를 총 9구역으로 나눴다. 위령탑에서 가까운 하단에서 상단으로 번호를 매겼는데, 하단 왼쪽이 1구역, 하단 오른쪽이 2구역 상단 왼쪽이 7구역, 상단 오른쪽이 8구역이었다. 1묘역 외곽에는 행방불명자 등의 묘비를 설치하기 위해 9구역을 마련했다.
묘역 번호는 중앙통로를 기준으로 좌측은 왼쪽 방향, 우측은 오른쪽 방향으로 부여했다. 2열부터는 'ㄹ'자 모양을 그리듯 역순으로 이어갔다. 안장 순서는 1구역부터 희생자 사망일자를 기준으로 정했다. 같은 날 사망한 경우에는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배정했다.
또 부부가 모두 5·18 희생자일 경우 유가족에게 확인한 뒤 합장하거나, 거부하면 나란히 안장했다. 부자나 형제일 경우에도 이어서 배치했다.
문제는 광주시가 희생자에게만 적용해야 할 이 같은 안장 기준을 생존자에게까지 적용했다는 점이다.
당시 광주시는 '희생자 안장기준'을 마련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5·18구묘지에서 5·18민주묘지로 이장되는 희생자들과 마찬가지로 안장지를 확보해달라는 총 30명의 5·18 유공자들의 무리한 요구를 끝내 수용했다. 사실상 생존자들이 안장지를 선점하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현재는 8년(2013년 2월~2020년 2월) 가량 유족회장을 역임한 정모씨 등 4명만 1묘역에 안장지가 남아있다.
정씨는 국가보훈부가 2015년과 2017년 일부 5·18 유공자들의 안장지 선점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두 차례 간담회를 진행했을 때 유족회장 신분으로 간담회에 참석해 "안장지 선점에 동의한다"고 셀프 승인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5·18 유공자는 "광주시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딱 잘라 거절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목소리 큰 일부가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광주시는 5·18민주묘지의 관리 주체가 국가보훈부로 변경됐다고 해서 문제에서 손을 뗄 게 아니라 책임을 지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과정이 어떻게 됐든 해결할 위치에 있는 국가보훈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다른 5·18 유공자는 "국가보훈부만이 이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공정한 보훈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광주시가 결정했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직무유기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가보훈부는 전날 오후 안장지 선점 문제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광주를 찾아 5·18 공법 3단체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시민들에 막힌 장동혁… “사죄 없는 5·18 정치쇼” 결국 실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5월 영령들을 참배하기 위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사진은 추모탑으로 향하는 장 대표를 막는 광주시민들의 모습.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5월 영령들을 참배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으나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추모탑 앞에서 묵념만 올린 뒤 발길을 돌렸다.시민들은 장 대표와 국민의힘을 향해 진정한 사죄와 반성이 없는 정치적 목적의 방문은 5월 영령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6일 오후 12시30분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광주전남촛불행동과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5월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인 민주의 문 앞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장 대표의 5·18민주묘지 참배를 막기 위해서다.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쓰러져간 5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 앞에 머리숙이겠다"며 5·18민주묘지 참배 계획을 밝혔다.그는 국민의힘 전신이 '5·18민주묘지 조성'과 '5·18 특별법 제정'에 기여했다고 강조하며 "5·18 정신이 대한민국의 긍지가 되고 역사의 자부심이 되도록 국민의힘은 진심을 다해 호남과 동행하겠다. 오늘 광주로 향하는 발걸음이 진정한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5월 영령들을 참배하기 위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사진은 장 대표가 시민들의 반발을 뚫고 민주의 문을 통과하는 모습.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또 "이번 광주 방문을 시작으로 임기 중 매월 1회 이상 호남 지역을 방문해 지역 현안을 챙기겠다"고 약속했다.이날 모인 30여명의 회원들은 "5·18민주묘지는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 발을 들일 곳이 아니다"며 장 대표의 참배를 격렬히 반대했다.이들은 '극우선동 내란동조 장동혁은 5·18 정신 모욕 말고 광주를 떠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전두환 특혜 무릎꿇고 사죄하라', '내란 옹호 장동혁은 물러가라', '국민통합 정치쇼, 5월 영령 통곡한다' 등의 손피켓도 들었다.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한 회원은 "과거 장동혁이 '그림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본질을 달라지지 않는다"며 "전두환과 윤석열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총칼로 국민을 위협한 내란수괴들이다. 장동혁은 두 번의 계엄을 겪은 광주시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면서 국민통합을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5월 영령들을 참배하기 위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사진은 장 대표가 추모탑 앞에 서서 묵념을 준비하는 모습.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곧이어 오후 1시40분께 장 대표가 묘역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장동혁은 물러가라"를 목청껏 외치며 입장을 막아섰다. 일부 시민은 장 대표의 이동 동선에 앉거나 눕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시민들의 반발 속에서도 추모탑으로 향한 장 대표는 20여분간 이어진 대치 끝에 결국 헌화와 분향은 하지 못한 채 약 5초간 묵념만 한 뒤 발길을 돌렸다. 5월 영령들의 묘역을 둘러보거나 방명록을 남기지도 못했다.이와 관련 한 시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했던 5월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곳에 반민주적 계엄이 시대적 명령이라는 장동혁을 비롯해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 발을 디디는 게 할 수 없다"며 "국민통합을 진정으로 말하려면 5월 영령과 광주시민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가 먼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 광주·전남시민사회 "5·18 폄훼 및 내란 옹호한 장동혁 野 대표 사죄해야"
- · "폭동 지칭·북한군 개입?"··· 5·18 왜곡·폄훼 도서 버젓이 비치
- · '5·18 북한군 개입설' 주장 지만원, 손배 2심도 패소
- · 이재명 대통령 국민임명식 5·18 대표 박영순 씨 관련 반론보도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