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 막혀 추모탚서 묵념만
“진심어린 사죄가 먼저” 한목소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5월 영령들을 참배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으나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추모탑 앞에서 묵념만 올린 뒤 발길을 돌렸다.
시민들은 장 대표와 국민의힘을 향해 진정한 사죄와 반성이 없는 정치적 목적의 방문은 5월 영령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6일 오후 12시30분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광주전남촛불행동과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5월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인 민주의 문 앞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장 대표의 5·18민주묘지 참배를 막기 위해서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쓰러져간 5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 앞에 머리숙이겠다"며 5·18민주묘지 참배 계획을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 전신이 '5·18민주묘지 조성'과 '5·18 특별법 제정'에 기여했다고 강조하며 "5·18 정신이 대한민국의 긍지가 되고 역사의 자부심이 되도록 국민의힘은 진심을 다해 호남과 동행하겠다. 오늘 광주로 향하는 발걸음이 진정한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이번 광주 방문을 시작으로 임기 중 매월 1회 이상 호남 지역을 방문해 지역 현안을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모인 30여명의 회원들은 "5·18민주묘지는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 발을 들일 곳이 아니다"며 장 대표의 참배를 격렬히 반대했다.
이들은 '극우선동 내란동조 장동혁은 5·18 정신 모욕 말고 광주를 떠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전두환 특혜 무릎꿇고 사죄하라', '내란 옹호 장동혁은 물러가라', '국민통합 정치쇼, 5월 영령 통곡한다' 등의 손피켓도 들었다.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한 회원은 "과거 장동혁이 '그림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본질을 달라지지 않는다"며 "전두환과 윤석열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총칼로 국민을 위협한 내란수괴들이다. 장동혁은 두 번의 계엄을 겪은 광주시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면서 국민통합을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곧이어 오후 1시40분께 장 대표가 묘역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장동혁은 물러가라"를 목청껏 외치며 입장을 막아섰다. 일부 시민은 장 대표의 이동 동선에 앉거나 눕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시민들의 반발 속에서도 추모탑으로 향한 장 대표는 20여분간 이어진 대치 끝에 결국 헌화와 분향은 하지 못한 채 약 5초간 묵념만 한 뒤 발길을 돌렸다. 5월 영령들의 묘역을 둘러보거나 방명록을 남기지도 못했다.
이와 관련 한 시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했던 5월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곳에 반민주적 계엄이 시대적 명령이라는 장동혁을 비롯해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 발을 디디는 게 할 수 없다"며 "국민통합을 진정으로 말하려면 5월 영령과 광주시민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가 먼저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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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상 1년··· 전국 문학인들, 광주 5·18 현장을 걷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년이 온다' 수상 1주년 기념 특강 광주를 만나다 문학기행에 참가한 탐석자들이 4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추모탑앞에서 헌화 참배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해 전국의 문학인들이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이 담긴 역사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국립5·18민주묘지를 비롯해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이 된 사적지들을 직접 걸으며 그날의 참상과 열사들의 희생정신을 되새겼다.4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 문학인 30여명이 대열을 맞춰 서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스피커를 타고 묘역 전역에 울려 퍼졌다. 흰 장갑을 낀 손으로 국화를 받든 이들은 추모탑으로 향해 차례로 분향과 헌화를 이어갔다. 이어 엄숙한 분위기 속 짧은 경례와 묵념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서울·경기·대구·제주 등 전국 각지의 문학·언론인들이 '소년이 온다, 광주를 만나다' 문학기행에 참여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이번 행사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계기로 5·18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고자 기획됐으며, 광주시가 주최하고 무등일보와 5·18기념재단이 주관했다.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년이 온다' 수상 1주년 기념 특강 광주를 만나다 문학기행에 참가한 탐석자들이 4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추모탑앞에서 헌화 참배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참배를 마친 이들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본격적으로 묘역 탐방에 나섰다. 1980년 5월, 열사들의 처절한 투쟁과 계엄군이 자행했던 국가폭력의 실태에 대해 해설사가 설명하자 참가자들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졌다.'소년이 온다' 속 주인공 '동호'의 실제 모델인 문재학 열사를 비롯해 문 열사의 친구였던 양창근 열사, 광주의 첫 희생자 김경철 열사, '꼬마 상주'의 아버지 조사천 열사의 묘까지 둘러보며 참가자들은 조심스레 손끝으로 묘비를 쓰다듬거나 묘비에 새겨진 이름을 묵묵히 바라봤다.몇몇 이들은 '잊지 않겠다'는 듯 휴대전화를 들어 묘비를 촬영하거나 작은 노트에 열사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었다. 해설사가 "아직도 이름을 찾지 못한 무명 열사가 많다"고 말하자 "세상에…"라는 짧은 탄식이 군데군데서 흘러나왔다.최근 사망한 희생자들이 안장된 2묘역에서도 참배가 이어졌다. 평생 고문 후유증과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다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년이 온다' 수상 1주년 기념 특강 광주를 만나다 문학기행에 참가한 탐석자들이 4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추모탑앞에서 헌화 참배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2025.12.04문학기행에 참여한 강순아(67) 호서대학교 발효영양학과 교수는 "한강 작가가 말한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는 문장이 이제야 또렷하게 이해된다"며 "열사들 덕분에 우리가 이 땅에서 지금의 민주주의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왜 이제야 여기 왔을까' 하는 죄송함도 든다. 5·18의 상처가 여전히 현재형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프리랜서 역사 강사 박진아(59)씨는 "학생들에게 5·18의 의미를 어떻게 더 정확히 객관적으로 전달할지 늘 고민하지만, 오늘만큼은 감정이 앞섰다"며 "묘역을 걷다가 이유 없이 갑자기 울컥했다. 5·18의 역사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와닿는다"고 했다.제주에서 온 황현호(63) 프롬나드북펜션 대표는 전날이 12·3 계엄 1년이었던 점을 언급하며 "이 시점에 5·18민주묘지를 찾게 된 게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부끄럽지만, 이곳을 직접 방문한 건 처음"이라며 "TV로만 보던 공간이 이렇게 넓고, 이토록 압도적일 줄 몰랐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 시민들의 울분과 비애가 눈앞에서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묘역 방문을 마친 참가자들은 호수생태원과 환벽당으로 이동해 자연과 고전의 정취가 깃든 장소를 걸었다.이어 동구 남동 카페 꼼마에서 박구용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5·18 특강'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하루 동안 보고 들은 내용을 역사·철학적 맥락 속에서 다시 정리하며 5·18의 의미를 되짚었다.5일에는 '소년이 온다'의 주요 무대인 적십자병원, 옛 전남도청, 5·18민주광장, 상무관, 전일빌딩245 등 5·18 사적지를 둘러보며 문학기행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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