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벽 넘자”···5·18 헌법수록 왜 번번이 좌초됐나

입력 2026.04.09. 10:22 박소영 기자
■ 5·18 헌법수록 더이상 미룰 수 없다(중)
1987년 이후 반복된 개헌 무산
현재 10명 부족...국힘 협조 관건
발의해도 못넘은 ‘정족수 벽’
국민 67% 헌법 수록 찬성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식에서 5·18헌법전문수록 기습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뉴시스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반영하려는 논의가 다시 정치권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1987년 개헌 이후 40년 가까이 정치권 충돌로 번번이 무산됐던 만큼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은 은국무회의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안 공고안을 의결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해당 개헌안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당 의원 187명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다음달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통과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재적 295명 기준 197명의 동의가 요구된다. 발의에 참여한 187명을 제외하면 최소 10명 이상의 추가 찬성이 필요해 국민의힘 협조 없이는 통과가 어려운 구조다. 국민의힘은 개헌 추진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헌법 전문은 국가의 기본 이념과 정체성을 규정하는 부분으로 모든 법 해석의 기준이 되는 ‘헌법의 헌법’으로 불린다. 이러한 상징성과 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5·18 정신 수록 논의는 수십 년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5·18 정신 헌법 수록 논의는 1987년 9차 개헌 당시 처음 제기됐다. 당시 야당이던 통일민주당이 헌법 전문 포함을 추진했지만 여야 협상 과정에서 제외됐다. 이후 5·18은 민주화운동으로 공식 규정되고 특별법 제정과 국가기념일 지정, 국립묘지 승격,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을 거치며 역사적 위상이 꾸준히 확대됐다. 그러나 헌법 전문 수록 문제는 정치권 논의에서 번번이 후순위로 밀렸다.

논의가 다시 본격화된 것은 2017년 대선을 전후한 시점이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정치권 의제로 부상했고 2018년 문재인 정부 개헌안에 5·18 정신이 처음으로 헌법 전문에 포함됐다. 그러나 개헌안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 내용이 함께 담기면서 정치권 갈등이 격화됐고, 결국 당시 야당 자유한국당 등의 불참으로 국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표결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2년 대선에서는 보수 정당 후보까지 5·18 정신 헌법 수록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이견이 없는 사안으로 평가됐지만 개헌 자체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이 이어지면서 실제 추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처럼 정치권 내부에서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개헌 방식과 시기, 범위를 둘러싼 입장 차가 이어지며 논의가 번번이 멈춰섰다. 특히 권력구조 개편 등 다른 쟁점과 맞물리며 개헌이 정쟁의 대상으로 흐르면서 5·18 수록 역시 함께 좌초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정치권의 이권 다툼과 달리 국민 여론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갈망하고 있다. 5·18기념재단이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5·18 인식조사’에 따르면 ‘헌법 전문 수록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7.4%로 집계됐다.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도 47.4%에 달했다.

이날 5·18민주 광장에서 만난 김수정(52)씨는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안을 정치권에서 본인들의 이익을 셈하며 헌법 전문 수록을 계속 미루고 있다. 국민 다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도 반복해서 무산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의 자녀인 최모(24)씨는 “대선 때마다 공약으로만 반짝 등장했다 사라지는 일이 계속됐다. 광주 시민이라서 하는 말이 아닌 민주주의를 누리고 살고 있는 국민으로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옛전남도청 전시를 관람했는데 보고 나니 아직까지도 5·18에 대해 북한 공작이니 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더욱 믿을 수 없다. 헌법 전문 수록을 통해 이런 혐오를 멈출 수 있도록 국민의힘이 협조하길 바란다 ”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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