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에서 유통·소비까지 책임있게
친환경 양식수산물 생산 기준 마련
국제기준 적용 철저한 검증 눈길
글로벌 경쟁력 확보 어가 소득 증대
'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 ⑨지속가능 양식어업 견인 ASC인증
바다 먹거리에 대한 근심이 크다. 날로 심각해지는 해양오염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까지 더해지며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국내 수산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전남도 고민이 적지 않다.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가치소비를 이끌 수 있는 국제인증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네덜란드 세계수산양식관리협의회(ASC·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를 찾아 지속가능한 양식어업을 위한 노력들을 살펴봤다.
◆책임감 있는 양식어업을 위하여
수산물 국제인증은 크게 '잡는 어업'과 '기르는 어업' 두 분야로 나뉜다.
전통방식인 잡는 어업의 경우 WWF(세계자연기금)가 1990년대 수산식품 유통업체인 유니레버와 손잡고 만든 해양관리협회(MSC·Marine Stewardship Council)가, 기르는 어업인 양식업은 네덜란드 지속가능 무역이니셔티브와 2010년 함께 설립한 ASC가 각각 맡아 운영하고 있다.
ASC는 무분별한 수산양식으로 인한 해양오염을 막고, 지속 가능한 양식어업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네덜란드와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다.
기후변화로 바다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양식수산물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자 보다 책임감있는 수산물 생산을 위해 기준마련에 나선 것이다.
FAO(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통계에 따르면 1990년 1천683만t으로 전 세계 수산물 총 생산량의 16%였던 양식 수산물 비중은 2012년 총 생산량의 절반 수준인 9천43t까지 늘었다.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양식수산물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으며 FAO는 2030년에는 세계 양식 수산물 소비량이 3분의 2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양식수산업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성장산업에 기준을 만들어 인류에 책임감 있게 식량을 공급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까다로운 심사 높은 신뢰
ASC양식 인증제도는 FAO 기준에 따라 개발됐으며 '지속가능성 규격을 위한 국제단체(ISEAL Alliance)'와 같은 국제 규격 연합체 정회원으로 인정되는 유일한 양식 인증제도다.
심사는 제3자 인증제도를 통해 적합성 평가기관(CAB)이 수행하며 인증을 받은 수산물을 거래하는 모든 유통업체, 가공업체, 소매업체 모두 효과적인 추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ASC 인증까지는 거치는 과정은 녹록치 않다.
국제표준을 기준으로 심사하며 7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국가와 지역의 법률과 규정 준수 ▲자연서식지, 지역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보전 ▲야생개체군 다양성 보전 ▲수자원 및 수질 보전 ▲사료 및 기타 자원의 책임감 있는 사용 ▲어류의 건강개선, 항생제 및 화학물질의 적절한 관리와 책임있는 사용 ▲양식장 근로자 및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 등이다.
양식장 주변 바다 환경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유지해야 하며 사료나 수질, 항생제 사용도 심사대상이다. 직원들에게 좋은 근무 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최고의 산업표준에 따라 운영하는지 여부도 심사하는 등 까다로운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양식수산물을 생산하고 유통·판매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과 참여하는 사람들까지도 같은 방식으로 관리해 인증제도의 취지를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인증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최소 4~5개월이 걸리며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된다.
인증심사 일정을 ASC홈페이지에 공지한 후 현장심사를 거쳐 심사리포트 초안을 작성한다. 이어 심사리포트 초안을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외부 의견수렴을 거친 후 인증결정이 나면 다시 인증서와 최종심사리포트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인증은 취득도 어렵지만 1년마다 재심사해 인증을 유지하는 것 역시 매우 까다롭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
인증을 따내면 ASC라벨을 부착할 수 있다.
ASC라벨이 부착된 수산물은 인증된 책임있는 양식장에서 합법적으로 공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인증을 받지 않는 수산물과 분리돼 양식장에서 최종 판매까지 공급망 전체를 추적할 수 있다. 국내에도 대형마트와 일부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ASC인증과 라벨부착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분명한 가치소비를 선택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크다.
현재 전 세계 ASC인증을 취득한 양식장은 올해 기준 1천778곳이며, 평가를 받고 있는 곳도 969곳에 달한다. 양식어종 표준은 11개의 ASC양식표준과 ASC-MSC해조류 표준, ASC사료표준(2025년 의무적용)이 시행되고 있다. 어종별로는 연어가 42%로 가장 많고 농어(7.3%), 무지개송어(4.5%), 새우(3.4%) 순이다.
전남에서도 ASC인증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
완도의 경우 일찌감치 전복, 톳, 다시마 인증을 획득했으며 신안은 지주식김이 인증을 받은데 이어 개체굴도 심사를 받고 있다. 장흥 무산김은 인증을 획득한데 이어 자체브랜드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진도는 최근 조도지구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10만㎡ 규모의 전복 양식장 3개소가 ASC을 획득했다. 전국 최초로 지자체와 국립공원공단, 주민 등 다자간의 협력으로 이뤄낸 의미가 크다.
ASC 관계자는 "양식장에서 식탁까지 수산물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며 "ASC라벨은 수산물 제품의 신뢰와 가치를 상승시키는 의미있는 상징물"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위트레흐트=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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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농업강국···기술혁신 골든타임 이끌다 네덜란드 와게닝겐이 세계적인 농식품허브로 거듭난데는 WUR을 중심으로 한 푸드밸리가 기반이 됐다. 사진은 WUR 원예시설연구소에서 열린 워크숍 참가자들과 유니팜 참여 기업들.?'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⑪ 산·관·학 손잡고 농식품 R&D 메카로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연구소(WUR·Wageningen University and Research) 내 시설원예연구소(NPEC·Netherlands Plant Eco-phenotyping Center). 기후실 모듈에서 온도·습도·조도를 설정해 시금치의 건조 과정 테스트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금치 유전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WUR에서는 노균병 저항성을 비롯해 새로운 품종개발은 물론 그 과정에서 얻어낸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바로 옆 유리온실인 그린하우스에는 토마토를 심은 화분이 빼곡하다.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들이 실시간으로 잎이 자라고 열매가 맺히는 전 과정을 촬영한다. 농작물의 생육과정을 디지털 장비를 통해 실시한 수집하는 ‘피노타이핑’(Phenotyping) 기술이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AI(인공지능)을 활용해 분석한다. 각각의 기후조건이 품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한 후 클라우드를 통해 주변 농가와 연구기관에 공유한다.같은 시각 바로 옆 회의실에서는 워크숍이 한창이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스위스 등지에서 온 축산 농가와 관련 연구자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모였다. 이들은 NPEC내 시설을 돌아본 후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를 해결하며 부산물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 순환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공유했다.◆세계적인 농식품 산업 허브네덜란드가 세계적인 농업강국이 된 데는 핵심산업으로 꾸준히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척박한 환경에도 생산성을 높이고 소득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이 근간이 됐다.전통적으로 농업이 발달한 와게닝겐에는 오래전부터 각종 식품 관련 스타트업 회사와 경험이 풍부한 농장주들이 밀집해 네트워크를 이루며 농식품산업과 연구개발의 중심지로 성장해왔다. 유럽 물류의 허브인 로테르담항과 스키폴공항 등 각종 운송의 중심기능을 갖추고 있는 지리적 여건도 한목했다.인구가 4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와게닝겐이 농식품산업의 허브가 된 것은 농업에 대한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기술혁신을 창출하고 경제화를 통해 성장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그 중심에는 세계적인 농식품 클러스트 '푸드밸리'(Food Valley)가 있다. 기업과 대학이 주도하고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지원하는 식품 산업 클러스트인 푸드밸리의 출발은 1997년 와게닝겐대학이 주도하고 민간이 참여한 '생명과학의 도시(City of Life Science)'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지역 연구기관의 성과를 바탕으로 관련 기업과 지방정부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강화해보자는 취지에서였다.2001년 와게닝겐 식품 클러스터 육성계획 수립과 함께 '푸드밸리'라는 명칭이 공식화됐고 와게닝겐 대학과 함께 인근 도시, 네덜란드 주정부, 동네덜란드개발청, 라보은행 등 9개 기관이 공동 출자한 푸드밸리재단이 설립되면서 클러스터로서의 기능을 공고히했다.푸드밸리재단은 와게닝겐대학 등 지역 연구기관에서 창출되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기술의 상업화와 창업을 촉진하고 대학과 기업간의 혁신네트워크를 촉진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1천400여개의 다국적 식품 기업과 20개의 연구기관, 지자체와 정부기관 등 모든 구성원이 함께 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중소기업들이 근간이지만 전 세계 상위 농식품 기업 40개 가운데 네슬레, 유니레버, 하인즈, 몬산토, 하이네켄, 다농 등 12개가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네덜란드 와게닝겐이 세계적인 농식품허브로 거듭난데는 WUR을 중심으로 한 푸드밸리가 기반이 됐다. 사진은 WUR 원예시설연구소에서 열린 워크숍 참가자들과 유니팜 참여 기업들.?유니레버의 경우 지난 2019년 와게닝겐대학 내에 글로벌푸드 혁신센터인 'HIVE'를 설립해 운영중이다. 또 매주 월요일 푸드밸리 사무소에서는 R&D연구소, 컨설팅 업체, 식품 기업들이 참여하는 모임이 정례화되어 있어 정기적으로 기술과 성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미래 기술에 대한 발표와 토론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생성된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며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WUR NPEC 그린하우스◆수요자 중심 가치창출… 협력 공동체로네덜란드의 R&D는 기술 기획과 개발단계부터 연구 수요자가 참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대규모 R&D중심의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는 소규모 R&D가 상시 운영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농민들의 참여도가 높다는 것이다. 농가들 역시 자신의 이익 보다는 농민을 대표한다는 입장으로 실증에 적극적이다.목표가 명확한 것도 강점이다.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투자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까지 제시하며 가치창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반드시 산업체가 참여해야 하며 연구 성과가 사회문제 해결에 미치는 영향과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네덜란드의 시장 중심적 사고가 R&D의 가치창출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WUR푸드밸리?푸드밸리는 농식품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협업기구도 만들어냈다. '푸드밸리지구'다.와게닝겐 인근 30㎞ 반경 8개 도시의 협력체인 푸드밸리지구는 지역개발을 위한 건설, 기업유치, 유통, 교육 등에 기업, 학교, 시민단체까지 참여한 보다 확장된 기구다. 푸드밸리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되면서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기업들의 집적화가 가속화시켰다.유럽연합이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강화됐고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가 창출됐다. 2천600여개의 농식품 관련 회사가 자리하며 가장 높은 밀도의 농식품 분야 산업지구가 됐다. 100개국이 넘는 나라의 연구인력들이 몰려와 박사학위 소지자 1천200명을 포함해 1만5천여명의 과학자들이 이곳에서 상주하고 있다. 연 매출도 네덜란드 GDP의 10%이 70조원에 달할 정도로 경제효과 크다.빈센트 코퍼드랏 WUR대외협력 담당은 "WUR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오랜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지역은 물론 세계 어디든 필요한 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지역의 벽을 넘어 농식품 분야의 가치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노력들이 협력의 공동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와게닝겐=이윤주기자storyboard@mdilbo.com"WUR·푸드밸리 협업, 보다 다양한 맛 개발에 주력"존 반 데르 드라아이 유니레버 HIVE매니저존 반 데르 드라아이 유니레버 HIVE매니저"WUR와 협력해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맛을 내기 위해 늘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존 반 데르 드라아이 유니레어 HIVE 매니저는 WUR과의 협업을 강조했다.드라아이 매니저는 "유니레버는 오랜 기간 WUR과 협력해 식품연구를 주로 수행하며 신제품 개발에 매진해왔다"며 "연구 인력과 기업 등 집적화된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이곳에 글로벌 푸드 혁신센터인 HIVE를 건립하게 됐다"고 말했다.그는 "유니레버는 400개 이상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며 "전 세계 10가구 중 7가구는 최소한 하나의 유니레버 제품을 갖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이어 "다국적 식품기업인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식품,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WUR과 푸드밸리는 우리의 목표를 위해 최적화된 인프라를 갖춘 곳"이라고 덧붙였다.드라아이 매니저는 "유니레버의 제품 개발에는 WUR학생은 물론 세계 여러나라 연구자들과 직원,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푸드랩에서는 식물성 재료나 육류 대체품, 효율적인 작물, 지속가능한 식품 포장 및 영양가 있는 식품 등 글로벌 식품 혁신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유니레버는 파트너와 함께 식품 산업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변화시켜 사람과 지구를 위해 더 건강한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드라아이 매니저는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을 원한다면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슬로건"이라며 "내일의 식품에 대해 함께 연구하며 지속가능한 식품 산업에 종사하며 기발한 아이디어를 미래의 음식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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