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R&D··· 미래 농업기술 혁신 이끈다

입력 2023.11.29. 12:08 이윤주 기자
⑩ 네덜란드 농식품 산업의 심장 와게닝겐대학
전 세계 112개국 학생 1만3천명
90개국 458개 프로젝트 진행 중
대학·연구소·기업 R&D·창업 견인
품종 개량 고부가 기술 개발 등
식량 위기 대비 미래 먹거리 대응
네덜란드가 최고 수준의 농업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게된 데는 세계 최고 농업대학으로 꼽히는 와게닝겐대학의 역할이 크다.?

'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⑩ 네덜란드 농식품 산업의 심장 와게닝겐대학

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 농산업 수출국가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인구는 3분의 1에 불과하고 국토 면적은 절반에 못 미치는 네덜란드가 세계적인 농업 강국이 된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 기술력이 있다. 실제 네덜란드는 농업과 관련 95%는 과학기술, 나머지 5%만이 노동력이라고 할만큼 첨단화된 농업국가다. 이처럼 네덜란드가 최고 수준의 농업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게된 데는 와게닝겐대학(WUR·Wageningen University and Research)의 역할이 크다.


대학·연구기관 결합한 R&D핵심

네덜란드 동쪽 중앙 와게닝겐에 위치한 와게닝겐대학은 1876년 국립농업대학으로 출발한 후 1918년 종합대학으로 승격됐다. 와게닝겐에 농업대학이 설립된 이유는 네덜란드에 6개 정도의 토질이 있는데 모든 토질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와게닝겐대학에 연구기능이 강화된 것은 지난 1997년 네덜란드 농업진흥청(DLO)과 결합하면서다. 세계 최초로 농업대학과 연구기관이 결합돼 운영하는 농·임업 분야 세계 1위 대학으로 우뚝 섰다.

실제 와게닝겐대학은 2005년 이후 세계 200개 대학에 포함됐으며 QS세계대학랭킹 농임업분야 세계 1위, 타임지 선정 세계 59위에 각각 선정됐다. 또 세계 주요 농업 연구기관 중 논문 인용지수도 6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 푸드밸리센터 내 스타트업 지원 허브.?

지금의 WUR이라는 명칭은 지난 2016년 기존 대학명에 연구소(Research)를 포함시키며 만들어진 것으로 정체성과 영역을 보다 확고히했다. 이곳은 5개의 전문 과학그룹으로 나눠, 와게닝겐대학(WU)과 전문연구소(DLO)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농업기술 및 식품과학-식품바이오연구소 ▲동물과학-축산·수의학 연구소 ▲환경과학-환경연구소 ▲식물과학-국제·응용식물연구소 ▲사회과학-농업경제연구소·개발혁신센터 등으로 구분돼 있다.

현재 5천여명의 직원과 220여명의 교수가 재직중이다. 또 학생들은 112개국에서 온 1만3천여명으로 이 가운데 학부와 석사과정이 1만1천여명, 박사과정이 2천여명이다. 특히 유학생이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지구촌 곳곳에 25개 지사를 두고 90개국에서 458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곳은 2년 과정의 석사과정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첫 해는 와게닝겐을 포함한 아일랜드, 스웨덴, 프랑스 등지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특히 마지막 해에는 대학의 파트너 식품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논문을 쓰게 된다. WUR의 핵심업무인 연구·교육·가치창출을 석사과정부터 구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파트너십… 고부가 기술 개발

WUR의 핵심은 연구와 파트너십이다.

교육·훈련·기초기반 연구를 진행하는 대학, 경쟁력을 갖춘 응용연구를 주도하는 연구소, 공공 R&D와 시설 공유 및 협업활동을 하는 기업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창업을 이끄는 스핀오프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Finding Answer together(함께 답을 찾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파트너와 협력해 지식을 개발하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보급하는 것이 취지다.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농식품 회사들이 입주해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그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푸드밸리 스타트허브에서는 창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푸드밸리센터 내 전경

끊임없는 R&D 성과는 전 세계 주요 농식품 기업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유니레버는 지난 2019년 와게닝겐대학에 농식품 연구개발시설인 HIVE를 개소했으며 네슬레, 하인즈, 몬산토, 하이네켄, 다농 등 유명 기업을 비롯해 전 세계 2천600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 고부가 생산기술 도입을 위한 AI자율온실도전경연대회는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으며 식품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개발로 눈길을 끈다.

남아프리카 포도 유통체인을 중심으로 개발중인 농식품블록체인기술 프로젝트과 돼지고기 포장용기 내 이산화탄소를 통해 신선도를 측정할 수 있는 스티커 포장 개발 등이다.

CJ사무실에 진열된 자사제품들.

◆기후변화 대응 작물 연구

2050년 전 세계 인구가 90억명으로 늘어난 반면 물과 화석연료 고갈로 심각한 기근이 발생, 식량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WUR은 지구촌 곳곳에서 추진중인 프로젝트와 연구를 통해 이를 해소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광합성 향상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척박한 기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품종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가뭄에도 강하고 염분이 있는 땅에서도 잘 자라는 퀴노아나 기후변화에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는 감자의 저항성을 높이는 품종 개량 등이 대표적이다.

멸종위기의 바나나 품종개량 등 위기에 놓인 작물을 보호하는 연구도 이어오고 있다.

이밖에도 지푸라기 기르닌을 분해해 사료로 전환시키는 곰팡이 개발, 열대수수를 옥수수 대용 사료작물로 개발, 버섯 유전자원을 활용해 목질계 섬유소 사료화 연구 수행 등 축산경쟁력 유지를 위한 다양한 가축 사료 개발도 추진 중이다.

네덜란드 와게닝겐=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도전하세요"

라우라 티센 와게닝겐 스타트라이프 운영이사

"농식품 분야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WUR이 창업을 지원합니다."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WUR·Wageningen University and Research) 푸드밸리센터에서 만난 라우라 티센 스타트라이프 운영이사의 설명이다.

WUR 스타트라이프는 농식품 분야를 전공한 학생이나 연구자들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곳이다.

티센 이사는 "푸드밸리 내 입주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파트너십 전략을 추진하고 스타트업 비지니스 코칭을 담당하고 있다"며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은 물론 펀딩, 프로그램, 마케팅, 클라이언트와 연결까지 전 과정을 돕는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성공요인으로 '혁신'을 꼽았다.

티센 이사는 "스타트라이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창의적인 아이디어 ▲회사설립 ▲2명 이상의 직원 등을 갖춰야 한다"며 "무엇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훌륭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곳에서는 2010년부터 400개 넘는 스타트업을 배출했고 320만유로(45억3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최근에는 프로틴 대체육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센 이사는 "스타트라이프는 WUR 출신은 물론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고 한국의 대표적인 식품기업인 CJ도 이곳에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며 "농식품 업계를 이끌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닌 이들이라면 언제든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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