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미래상 철학·계획 부재 속 난개발
추후 재건축·노후산단 등 공급 불가피
거버넌스로 '다원적 상상력' 불어넣어야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 혁신하자 ⑨·끝 에필로그
"안타깝지만 인구 감소가 예정된 광주에서 아파트 건축 문화를 혁신하는 데는 다소 늦은 것 같네요."
기획 기사를 쓰기 위해 조언을 구하던 차 취재원에게 다소 먹먹한 답변이 날아왔다. 무채색의 콘크리트, 성냥갑 대단지 등의 오명으로 점철된 광주의 수많은 아파트가 이미 들어설 대로 들어서고,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함없이 더 이상 손쓸 틈이 없어져 버렸다는 답답함의 토로일 것이다. '잘 만든 공간이 최고의 복지'라는 가치를 가지고 광주의 공간 변화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그 말이 더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앞으로 만들어질 거라도 잘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그렇기야 하죠."
반문할 수 있는 자신감에는 분명 근거가 있다. 아직도 광주에는 재개발을 기다리는 수많은 낙후 주택단지가 있다. 옛 전남·일신방직 부지를 비롯해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 마륵동 탄약고 부지, 광주군공항 부지 등에 새로운 주택들이 들어설 수밖에 없다.
1990년대부터 공장에서 찍어내 공급한 성냥갑 아파트들은 30~40년이면 녹물이 흘러나와 재건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운남·문흥·상무·풍암·일곡…. 수많은 택지지구는 결국 '재건축'이라는 숙명에 놓여 있다. 최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제정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지 못한 광주지역 곳곳을 뒤엎은 단칸방 '원룸촌'도 결국 대개조의 운명을 안고 있다. 차 하나 주차하기도 힘든 골목 골목마다 비집고 들어선 원룸들은 1인가구들의 '주거 상향' 꿈과 함께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다.
아직 기회는 있다.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공동주택이 지어진다. 관건은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단지 성냥갑이 간 자리에 또다시 같은 것이 오게 할 수는 없다. 그러려면 왜 광주지역에서 '아파트 혐오'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를 혐오하게 되는 자화상을 들여다봐야 한다.
아파트는 죄가 없다. 오히려 콘크리트 기술이 인류에게 내려준 축복에 가깝다. 산업을 집적화해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처럼 사람이 모여 살면서 얻게 되는 유무형의 효과는 크다. 더 적은 공공인프라를 통해 더 많은 시민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 누릴 수 있다.
죄라면 어떻게 도시를 만들어 나가고 그 속에서 주택은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과 계획의 부재다. 이는 누구만의 책임이라고도 할 수 없다. 먹고사니즘과 내 집 마련이 상당수 충족되고 난 지금에야 비로소 주거환경의 질과 도시의 품격, 나아가 세계 속의 도시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공동주택을 혁신해야 한다는 '시대 정신'이 대두됐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갈 도시와 공동주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거버넌스'에 답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거버넌스를 통해 거시적 도시계획이든, 미시적인 지구단위계획이든 도시의 미래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다원적 상상력이 도시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박홍근 나무심는건축인 대표는 "그간 광주의 도시계획에서는 행정과 기업만 있었고 나머지는 도시를 만드는 데 관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잘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시민 거버넌스를 통해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낼 것인가, 광주의 도시 미래는 어떻게 가야하는가를 두고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 또한 기고를 통해 "건축물과 도시를 만드는 과정이 민주적이고, 상향적이고, 시민참여적인 방식으로 이뤄졌을 때 광주다운 도시·건축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다소 느리더라도 '긴 호흡'이 필요할 때다. 인기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남주인공 박새로이가 '내 계획은 15년짜리니까'라고 말한 것처럼, 낡은 방직공장터에서 주거·상업·산업이 융합된 세계 최고의 혁신 공간이 된 22@바르셀로나가 25년짜리 계획인 것처럼.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전국 아파트가격 상승 주춤···광주 하락폭 확대 광주 도심 전경. 아파트 시장 양극화를 이끌었던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이 주춤하면서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광주를 비롯한 5대 광역시, 8개도 등 지방은 하락세 폭이 더 확대되면서 양극화 현상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형국이다.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4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0.02%) 대비 상승폭이 축소된 0.01%를 기록했다.서울(0.09%→0.08%)이 상승폭이 축소되고 수도권(0.05%)도 상승폭이 유지되면서 전국적인 상승세도 주춤한 셈이다.지방(-0.02%→-0.03%)은 하락폭이 확대됐다.광주를 비롯한 5대 광역시의 경우 -0.03%에서 -0.004%로 하락폭은 더욱 커졌다.올 들어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광주는 현재 누적 하락률 -1.15%로 보합세를 보인 3주를 제외한 매주 소폭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특히 자치구별로 남구가격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올해 현재 남구 가격 하락폭은 -1.58%로 가격 하락폭이 가장 낮았던 북구 -0.66%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광산구도 -1.27%로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며 동구 -1.09%, 서구 -0.87% 등은 평균 보다 하락폭이 낮았다.지난해 누적 하락률 -5.39%에 비하면 하락폭이 상당 부분 감소했지만 여전히 경기 침체 여파가 부동산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지난주 -0.02%보다 하락폭이 커진 -0.03%를 기록한 광주는 남구(0.00%→-0.05%)가 하락폭이 가장 컸다.북구(-0.03%→-0.04%)와 광산구(-0.02%→-0.04%)로 하락폭이 커졌으며 동구(-0.04%→-0.02%)는 하락폭이 축소됐다. 지난주 -0.04%였던 서구는 보합세로 돌아섰다.한국부동산원 제공규모별로 보면 전용면적 135㎡초과(-0.02%→0.12%)와 40㎡이하(0.03%→-0.10%), 40㎡초과~60㎡이하(0.0%→-0.08%) 등서 하락세로 주도했다.60㎡초과~85㎡이하(-0.04%→0.01%), 85㎡초과~102㎡이하(0.13%→0.03%), 102㎡초과~135㎡이하(-0.05%→-0.03%) 등은 상승전환 또는 하락세가 축소됐다.아파트연령별로는 10년 초과~15년 이하(0.01%→0.08%)의 경우 상승폭이 확대됐다.5년 이하(-0.05%→-0.03%), 5년 초과~10년 이하(-0.05%→-0.03%)등은 하락폭이 감소했지만 15년 초과~20년 이하(-0.05%→-0.07%), 20년 초과(-0.02%→-0.04%) 등은 하락폭이 확대됐다.실거래에서도 여전히 상승거래보단 하락거래 비중이 높은 상태다.광주·전남 최대 부동산플랫폼인 사랑방 부동산의 최근 1주일 간 광주지역 아파트 거래량 분석을 보면 전체 400건 중 40.5%인 162건이 '하락거래'였으며 보합 79건(19.75%),'상승거래'는 159건(39.75%) 등이다.여전히 하락거래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올 들어 대체적으로 하락거래가 절반 수준을 웃돌았던 예전과 달리 동일 가격 거래인 '보합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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