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구 감소 ‘위기를 기회로’
문화·예술 꽃피는 섬 만들기 돌입
흑산면 새공예미술관 ‘유일무이’
김환기 화백 생가 부근 안좌도엔
수상미술관인 플로팅뮤지엄 조성
비금면 바다·도초 대지미술관 등
세계적 작가 다수 참여로 품격 UP
지역 특색 기반 독보적 볼거리 제공
무등일보에서 발행하는 문화관광전문매거진 '아트plus'가 '1004섬 신안-1섬 1뮤지엄'을 기획연재하고 있다. 인구소멸 위기 1위에 재정자립도 역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신안은 섬에 예술의 옷을 입힘으로써 주목을 끌고 있다. '1섬 1뮤지엄'은 각각의 섬이 지닌 특징을 활용해 1개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1섬 1정원' '1섬 1뮤직'과 병행해 사계절 내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민에게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공동화현상으로 갈수록 침체되는 지방 소도시들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는 '1004섬 신안-1섬 1뮤지엄'을 지면에 소개한다.
[1004섬 신안-1섬 1뮤지엄ⓛ]프롤로그
섬은 찾아가기 힘들고 세상과 단절돼 고립된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조선시대 죄인에게 가해진 형벌 중 중죄인에게 내려진 것이 바닷길 멀리 떨어진 섬에 유배시키는 절도안치(絶島安置)였다. 절도안치는 섬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세상과 격리되는 형벌이지만, 당시에는 유일한 이동 수단이었던 배의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었기에 가는 도중에 목숨을 잃는 경우마저 적지 않았다.
섬 주민의 정주여건 역시 좋을리 만무하다. 태풍과 해풍은 물론이고 바다와 싸워 이겨야 하는 하루하루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가난과 역경은 섬을 지키는 이들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섬이 새롭게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영토로서의 섬의 중요성뿐 아니라 관광·생태·문화 자원 등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지닌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하면서부터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높이기 위해 '섬의 날'(8월 8일)을 운영하고 있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
전라남도 신안은 섬들의 천국이다. 74개의 유인도를 비롯해 모두 1천25개의 섬이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다. '1004섬 신안'은 군의 상징이 됐다.
신안군(군수 박우량)의 공간 면적은 매우 넓다. 서울시의 무려 22배에 달하고, 충청북도의 2배에 해당한다.
반면 각종 지표는 낙관할 수 없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인구 3만7천 명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38%에 달한다. 인구소멸 지수는 0.088로 고위험지역 1위에 해당하고, 재정 자립도 역시 215위에서 220위권을 오르내릴 정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타 지역에서 신안을 찾는 방문객의 접근성도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 날이 궂거나 그 여파로 여객선 운항이 하루 이상 통제된 날이 1년 중 115일에 이른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KTX로 2시간 30분이 소요되지만 정작 목포에서 신안 섬 지역까지는 30분에서 최고 7시간까지 걸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새로운 소득 창출이 절실한 상황에서 군이 선택한 길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것이었다.
컬러마케팅은 그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꼽힌다. '1섬 1뮤지엄'과 '1섬 1정원'을 통해 문화와 예술이 꽃피는 섬을 만들자는 것이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
'1섬 1뮤지엄'은 각 섬에 박물관과 미술관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일본의 '예술의 섬' 나오시마와 같은 관광명소를 조성함으로써 문화예술로 섬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자 하는 데 뜻을 두고 있다. 각 섬의 특성에 맞는 주제를 정하고 마을 식당, 펜션, 폐교와 마을 회관의 리모델링, 환경 정비, 섬 둘레길 조성 등을 통해 관광 자원을 활성화하게 된다.
군은 박물관 11개, 미술관 13개, 전시관 2개 등 26개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5개를 완성했다.
'1섬 1뮤지엄' 중 흑산면의 새공예미술관은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브론즈와 깃털, 목각, 유리, 도자기 등으로 제작된 다양한 새 관련 공예품들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공간이다.
세계적인 거장들도 잇따라 참여해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신안 안좌도에는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로 꼽히는 김환기 화백의 생가 부근에 세계 최초로 물 위에 떠 있는 수상미술관 '플로팅뮤지엄'을 만들고 있다. 뮤지엄은 일본의 유명한 야나기 유키노리 작가가 구상했다. '이누지마 아트 프로젝트'를 주도한 작가로, 구리제련소가 문을 닫으며 소멸위기에 놓였던 이누지마 섬을 나오시마에 버금가는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시켰다.
플로팅뮤지엄은 신촌저수지에 7개의 사각 상자 모양 큐브가 물 위에 떠있는 형태로 구현된다. 물에 4면이 반사되면서 아름다운 조형미를 뽐내게 된다. 바다 위에 떠 있는 1천4개 신안의 섬과 하얀빛, 네모난 모양의 천일염을 모티브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비금면에 조성될 바다의 미술관은 영국의 유명한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작가가 참여했다. 안토니 곰리는 소멸 직전의 탄광촌이었던 게이츠헤드에 '북방의 천사'라는 거대 철제 조각상을 세운 바 있다. 200t의 철근을 사용해 제작된 220m 높이의 이 조각상은 높은 언덕에서 마을을 굽어보며 관람자를 압도한다. 이로 인해 이 작은 도시는 세계적인 예술 도시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곰리는 신안군에서 보낸 계절별 동영상을 보고 아름다운 경관에 매료됐으며, 바다에 작품을 설치키로 결정했다. 그는 물이 차면 바닷 속으로 잠겼다가 물이 빠지면 모습을 드러내는 이색적인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도초도의 '대지의 미술관'은 울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이 참여했다.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다. 보는 사람의 경험을 강화시키기 위해 빛, 물, 대기 온도 등 요소적 재질을 활용하는 조각과 대형 설치미술로 유명하다.
자은도에 들어설 인피니또 뮤지엄은 마리오 보타(Mario Botta)와 박은선 작가의 공동 작품이다. 보타는 라움미술관, 남양성모성지 등을 설계한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다. 프랑스 메디아 하우스,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 설계 등 세계 5대 종교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계 거장이다. 웅장하고 고요하며 지형과 조화를 이루는 그의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조각가 박은선은 올해 3월 '베르실리아의 명사' 상을 한국인으로 처음 수상했다.
인피니또 뮤지엄은 '1섬 1뮤지엄' 정책의 중심에 있다. 새로운 미술 장르인 야외조각과 미디어 전시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인 관람 동기를 부여하고 예술가의 창작지원에 기반해 국제레지던스 미술관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신의도에 조성되는 동아시아 인권평화 미술관도 주목할 만하다.
신의도 출신의 홍성담 작가가 참여해 작업을 진행중이다. 동아싱아 인권평화미술관이 건립되면 동아시아 일본과 평화 활동을 펼쳤던 예술가들의 거점 지역이 되고 그들이 소통하며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꽃이 만발한 섬, 겨울에도 꽃피는 섬
'1섬 1정원'은 꽃이 만발한 섬, 숲이 울창한 섬, 겨울에도 꽃피는 섬을 표방하며 추진하는 사업이다. '1섬 1뮤지엄'과 함께 각 섬마다 특색을 살리고 스토리를 입히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
반월·박지도는 퍼플섬으로 탈바꿈했다. 유엔 세계 관광기구에서 선정한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되고, 한국 관광의별 본상을 수상하며 언론에서도 주목한 핫플레이스다. 라벤더, 버들마편초, 아스타 등 사시사철 보라색 꽃을 볼 수 있도록 꾸미고 꽃축제를 개최해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136명의 주민이 사는 섬에 지난 한 해만 38만 5천명이 다녀감으로써 명소로 발돋움했다.
선도는 수선화의 섬이다. 주민들이 선호하는 마늘이나 양파 대신 수선화를 심도록 유도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 수선화가 지면 금영화가 꽃을 피워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맨드라미 섬 병풍도는 수선화섬을 본 고령의 주민들이 직접 돌을 주워내고 흙을 채워 만들어졌다. 가을 맨드라미가 섬 전체를 주홍색으로 물들여 장관을 연출하는데 지난해에만 5만 1천명이 다녀갔다.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인 도초도는 5만여평의 면적에 수국 40만본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수국정원과 연결된 10리길에는 60~100년 된 팽나무 740그루가 장관을 이룬다. 경남과 전남, 전북 등 전국 곳곳에서 버린 나무들을 식재했다.
이밖에도 비금도는 붉은배롱, 하의도는 인동초와 하귤을 심고, 장산도는 흰꽃을 식재하는 화이트 섬을 추진 중이다.
◆미술관과 정원·음악이 있는 섬 만들기
신안군은 '1섬 1뮤지엄', '1섬 1정원'에 이어 '1섬 1뮤직' 사업을 진행한다. 섬마다 미술관과 정원, 음악이 조화를 이루도록 함으로써 섬 주민의 문화지수와 관광객들의 만족지수를 높이겠다는 포부다.
군은 자은도에서 지난 10월 20~22일 이색적인 피아노축제를 개최했다. 104개의 피아노를 자은도 해변 곳곳에 두고 온 섬을 무대로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박우량 신안군수와 강형기 신안 예술총감독이 기획하고, 임동창 예술감독이 연출한 거대 설치 미술이다.
처음으로 섬에서 열린 문화의 달 행사에 3일 동안 4만 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으며, 이 축제를 촬영한 '피아노의 섬, 자은도' 영상도 SNS에서 연일 조회수가 상승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우리나라 대도시에만 문화예술이 꽃피는 것이 아니고 우리 섬도 문화예술이 꽃피는 섬을 만들자는 뜻에서 시작된 것이 예술성 사업"이라며 "1도 1뮤지엄, 1섬 1정원에 1섬 1뮤직 사업을 진행해 주민들이 자긍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 깊은 주름, 굳은살에 배긴 삶··· 예술이 되다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각 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살이'를 듣고 함께 소통하며 이를 그림으로 담는 작업을 하던 것이 계기였다. 신안 자은도 둔장마을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제주도 같은 '섬 아닌 섬'을 제외하고는 처음 찾은 섬이었다. 육지와 동떨어진 섬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으로 무장한 주변인들의 걱정은 더욱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신안의 섬이 무려 1천 개가 넘는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다.섬에 도착했을 때 가장 큰 장벽은 주민과의 소통이었다. 주어진 생업에 묵묵히 땀흘리는 주민들의 모습은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단단한 바위처럼 느껴졌다. 더욱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은 접촉과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화가-주민 어우러진 그림그리기 프로그램어쩌면 필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화가는 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여행 가방을 풀었다. 화가가 필연을 생각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섬 주민이 어설픈 이방인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면서부터였다. 화가와 섬 주민은 마치 오래전부터 서로 만나게 돼 있었던 사이처럼 금방 친해졌다. '섬'과 '섬사람'에 대한 선입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화가가 이태에 걸쳐 섬을 찾고, 그 이듬해에도 섬을 찾으면서 더욱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화가는 어느 사이 섬 주민을 만날 날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화가는 섬을 찾기 위해 여행가방을 싸는 시간이 행복해졌다.화가는 섬 주민을 만나 그림을 그리고 그 '살이'들을 글로 옮겼다. 그의 작업은 한 사람의 발자취를 담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한 시대를, 같은 세대를 온몸으로 부대껴온 이들이 겪은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자 역사였다.'진천에서 왔어. 대율 너머. 열아홉에 앞집 할매가 중매했어. 우리 큰아버지가 목포에서 큰 가게 하는데 여기 와서 양파도 사가고 했제. 머스마가 선보러 아침 일찍 왔는데 나는 이웃 마을 이모네 밭매러 가서 하루 종일 기다렸지. 아들 서이 딸 하나. 첫눈에 반했제. 놈들은 밭에서 뙤약볕에 아그들 놓고 일하는데 일찌감치 목포로 내보냈더니 저그들만 놓고 갔다고 원망해, 내 속도 모르고. 엄마는 애기들만 놓고 갔다고. 엄마 사랑 못받았다고,'(주○○ 1954)화가는 자신이 그림을 가르치기보다 되레 '살이'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켜와 결로 상흔을 간직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이마에 자리 잡은 골 깊은 주름으로, 또 다른 어떤 이는 장작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손마디와 머리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릿발로 자신의 삶을 드러냈다. 어쩌면 같은 시대의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았음에도 자녀를 향한 교육열을 잃지 않았고, 엄마답고 아버지답게 '늙어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화가가 섬에서 하는 일은 자신의 작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겨울철 농한기에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주민과 함께 어우러져 그림을 그리는 일이 더해졌다. 미술 활동 프로그램은 주민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마을회관이나 둔장마을미술관에서 진행됐다. 연령대도 6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처음에는 주민들이 '그림을 그린다'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화가는 "어머님과 아버님들이 그림을 잘 그리면 제가 할 일이 없다"며 주민을 이끌었다. 해가 바뀌면서 '학생(?)'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마을회관은 참가자들의 창작열로 금방 뜨거워졌다. "나 잘 그렸제?" "이 정도믄 화가의 작품 수준 아니여?" 자신감을 드러내는 주민들이 늘어가고,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짜장면으로 한턱을 내시겠다는 사람, 간식을 챙겨온 주민도 이어진다.화가는 주민들에게 지난 겨울 '내가 입어보고 싶었던 옷'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내가 입어보고 싶은 옷' '내가 좋아하는 옷'을 통해 자신을 꾸미는 작업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성과는 온 마을 주민들의 관심 속에 둔장마을미술관에서의 '안혜경, 화가의 여행가방 전'으로 드러났다.◆마을회관, 50년만 미술관으로 재탄생둔장마을미술관은 신안의 섬과 섬을 이어주는 천사대교를 지나 자은도 북쪽 끝 지역 둔장해변 입구 섬마을에 자리하고 있다.미술관 계단 오르면 좌우로 둔장마을 사람들이 직접 그림을 그린 아트타일 2천500개로 이뤄진 '둔장마을 이야기'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21년 12월 10×10㎝ 크기의 타일로 제작한 것이다. 꽃이나 글씨, 기호 등이 자유분방하고 다채롭게 펼쳐지는데 나름대로의 조화와 질서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 눈길을 끈다. 작품 수로 2천개가 훌쩍 넘다 보니 거충 훑어보아도 한참을 머물게 된다. 출입구 오른쪽에는 '둔장마을 탑'이 반긴다. 아트타일과 같은 시기에 제작된 이 탑은 둔장마을의 오랜 역사와 마을을 지키는 우두머리라는 상징적 의미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미술관 내부에 들어서면 안혜경 작가가 만난 많은 사람들과 주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전시장 한 편에 소개된 둔장마을미술관의 '공간이야기'다.'둔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마을회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마을회관을 짓던 1971년도 얘기를 하면 눈이 반짝인다. 새마을운동으로 받은 시멘트를 집집이 내서 고개 너머 고교마을에서 모래와 자갈을 섞어 블록을 만들었다. 마을회관을 짓고 손님을 초대하고 동네잔치를 열었다. 신안군 전체가 들썩였다. 다른 마을에서 견학을 왔고 고생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리민의 날'을 만들었다. 전국 최초로 스스로 만든 '리민의 날'이다. 올해 코로나19로 못했지만 50년간 이어진 진정한 마을축제다. 올해는 마을회관이 지어지고 딱 50년이 된 해다. 코로나19로 마을 축제가 열리진 못했지만 작은 미술관이 개관하며 기념할 만한 쉼표를 찍게 되었다.'지난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작은미술관 공모사업에 선정된 신안군은 마을주민들의 뜻에 따라 노후된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해 '둔장마을미술관'으로 오픈했다. 오랫동안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에 사용됐던 마을의 중심공간이었으나 건물이 노후돼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곳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신안군의 노력으로 50년 만에 미술관으로 재탄생, 마을 사람들의 사랑받는 중심공간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게 됐다.'유달초등학교 다니다 4학년에 자은 들어왔지. 애기 때부터 농사를 안 해봐서 힘들었지. 새마을운동 한창일 때 처음으로 경운기 사서 길 만들고 보리 콩 타작 다니고, 돈이 없으니 처남이 보증 서줘서. 21살에 결혼해서 지난 12월에 갔네. 참 영리한 사람이요. 두 살 차이. 묘소에 매일 갔어. 자꾸 잘못한 게 생각나서. 마당 한번 안 쓸고 할 줄 아는 게 없어. 집사람이 다 했제.'(78세 강○○)전시된 사연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정이 몰입되고 코끝이 찡해진다. 주름진 얼굴, 휑하니 넓어진 이마가 더욱 애처롭기도 하다.화가의 그림 앞에는 주민들이 그린 형형색색의 작품들이 놓여 있다. 초록색 상의에 밤색 치마를 입고 있는 여성이 있고, 예쁜 분홍 치마를 입고 밝은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다. 파란 원피스를 차려입고 화사한 머리 장식을 한 여인, 분홍색 점무늬가 옹기종기 박혀있는 노란 원피스를 입은 사람도 있는데 모두 자신이 '입고 싶었던 옷'이다.섬의 매력에 끌린 화가는 자은도를 벗어나 흑산도와 장산도 주민도 함께 만나고 있다."섬에 사는 분들은 목포는 가봤지만 다른 섬에는 가본 분들이 별로 없습니다. 모든 배가 목포로 가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섬도 그저 바라볼 뿐 갈 수는 없죠. 이것이 섬의 지리적 특성이에요. 그래서 제가 만나는 분들은 저보고 어디 가봤냐고 묻고 어떠냐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여행가방에 각각 섬에서 그린 그림을 넣어가지고 다니며 보여드립니다."(안혜경 작가)'화가의 여행가방 전'은 그렇게 시작됐다.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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