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리모델링 한 소금박물관
역사는 물론 정보까지 한번에
미세먼지 차단숲 걷기 좋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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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섬 신안 1섬1뮤지엄 ⑤증도<상>
갯벌박물관은 신안 갯벌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지난 2006년 갯벌생태 교육공간과 슬로시티 센터로 활용했던 건물을 지난 2021년 신안갯벌박물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이곳에서는 갯벌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함께 희귀한 수석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갯벌박물관에 들어가기 앞서 눈에 띄는 것이 '자전거 대여소'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이기도 한 증도를 자전거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도시에 버려진 자전거를 새 활용해 섬마을에 기부하는 바이크 위 라이크(Bike we like) 캠페인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갯벌박물관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갯벌교육센터로 오랜 세월 바다를 풍요롭게 가꿔온 우리의 귀중한 자연 유산인 갯벌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산 교육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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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층 구조로 1층에는 갯벌 전시관과 영상실, 2층에는 갯벌체험학습실, 슬로우시티 국제관, 갯벌자료실, 카페, 3층에는 회의실이 마련돼 있다.
갯벌의 탄생에서부터 세계의 갯벌, 한국의 갯벌, 갯벌 생물까지 모두 아우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갯벌생태 전시관이라고 할 수 있다. 갯벌의 생성과 변화, 자연정화능력 그리고 갯벌생물의 신기한 생활환경을 직접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경우 어류 230여 종, 게류 193종, 새우류 74종, 조개류 58종 이상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갯벌은 연안 습지 생태계로서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도 높다. 자연재해와 기후 조절의 기능을 담당하며 생물과 철새를 관찰하는 자연학습장이 되고 지역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 된다.
갯벌박물관의 한편에는 '전호남 수석전시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호남 씨는 증도 출신으로 자신이 오랫동안 수집한 수석 680여 점을 기증했다. 동물과 아름다운 자연 등을 연상시키는 수석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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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태평염전·소금박물관 눈길
증도 갯벌에는 국내 최대 단일 염전인 태평염전과 소금박물관도 있다.
등록문화재 360호로 지정된 태평염전은 염전 크기만 463만㎡에 달할 정도로 어마하다. 지난 1953년 전증도와 후증도 사이를 막아 형성된 곳으로, 서울 여의도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 해 생산량이 1만5천t에 달하는데 국내의 5%를 차지하고 있다.
태평염전은 총 67개 소금밭으로 나뉘어져 있고, 소금창고가 3㎞에 걸쳐 길게 늘어서 있어 장관을 이룬다. 태평염전에서는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태평염전 입구에 자리 잡은 소금박물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조형물은 대형 맘모스다. 고대 포유류인 맘모스는 생존에 필요한 소금을 찾아 이동했는데 인류가 사냥을 위해 맘모스를 쫓던 길을 '맘모스스텝' '맘모스소금길'이라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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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박물관은 1953년 소금 보관창고로 건축된 것을 1980년대 후반 자재창고로 활용했다가 2007년 7월 일부 리모델링해 개관했다. 소금창고 초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등록문화재 제361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소금박물관은 소금의 역사, 문화, 미네랄, 천일염전 구조 등의 유익한 정보와 함께 경제사, 사회사, 신화 등에 얽힌 다양한 전시가 마련돼 있다. 하얀 소금을 활용해 형상화한 각종 저서동물과 사람 등의 부조작품, 1004섬 신안의 풍경을 담은 사진 등도 눈길을 끈다.
증도 갯벌은 태평염전과 함께 함초, 갯메꽃, 칠면초 등 100여 종의 염생식물이 군락을 이루는 염생식물원이 있다. 염생식물은 갯벌 위에 녹색과 노란색, 붉은색, 자주색 등이 초원을 이루는 갯벌습지식물이다. 자연갯벌에서 자생하는 염생식물의 화사한 모습에 자연스럽게 발을 멈추게 된다.
가까운 소금밭 낙조 전망대에 오르면 한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드넓게 펼쳐진 태평염전과 염생식물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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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에는 돈나무를 비롯해 태산목, 금목서, 은목서 등 9종의 나무들이 섬 곳곳을 채우고 있다.
신안 북부권과 중부권을 잇는 새로운 교통망이 잇따라 신설되고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게 됐다. 특히 임자대교가 개통되고 증도에 많은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주민의 쾌적한 정주 여건과 적절한 환경 개선이 요구됐다. 실제로 지난 2021년 기준으로 신안의 미세먼지 발생량은 국내 대기환경 기준보다 8배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군은 대기 환경을 맑게 하는 데 초점을 두고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사업을 펼쳤다. 미세먼지 차단숲은 상층목과 중층목으로 구분해 식재됐다. 상층목은 태산목, 감탕나무, 목서 등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높은 수종을 선정했고 중층목은 돈나무 등의 상록활엽수종으로 결정했다. 미세먼지 저감뿐만 아니라 '돈나무의 섬' 증도의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것이었다.
지난 2022년 말까지 증도에 식재된 수종은 9종 9만4천500주에 달한다. 태산목 1만2천500주를 비롯해 감탄나무 2천주, 조형 금목서·조형은목서·은목서 각 1천주, 돈나무 3만주, 화살나무 3만주, 철쭉 1만5천주 등이다.
특히 '매그놀리아 가든(Magnolia Garden·목련 정원)' '향기의 숲' 등 2가지 테마로 증도대교 가로변에서 한반도 해송숲까지 총 8.5㎞에 걸쳐 해풍에 강한 향기 수종인 태산목, 목서 등을 심어 관광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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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주름, 굳은살에 배긴 삶··· 예술이 되다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각 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살이'를 듣고 함께 소통하며 이를 그림으로 담는 작업을 하던 것이 계기였다. 신안 자은도 둔장마을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제주도 같은 '섬 아닌 섬'을 제외하고는 처음 찾은 섬이었다. 육지와 동떨어진 섬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으로 무장한 주변인들의 걱정은 더욱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신안의 섬이 무려 1천 개가 넘는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다.섬에 도착했을 때 가장 큰 장벽은 주민과의 소통이었다. 주어진 생업에 묵묵히 땀흘리는 주민들의 모습은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단단한 바위처럼 느껴졌다. 더욱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은 접촉과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화가-주민 어우러진 그림그리기 프로그램어쩌면 필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화가는 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여행 가방을 풀었다. 화가가 필연을 생각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섬 주민이 어설픈 이방인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면서부터였다. 화가와 섬 주민은 마치 오래전부터 서로 만나게 돼 있었던 사이처럼 금방 친해졌다. '섬'과 '섬사람'에 대한 선입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화가가 이태에 걸쳐 섬을 찾고, 그 이듬해에도 섬을 찾으면서 더욱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화가는 어느 사이 섬 주민을 만날 날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화가는 섬을 찾기 위해 여행가방을 싸는 시간이 행복해졌다.화가는 섬 주민을 만나 그림을 그리고 그 '살이'들을 글로 옮겼다. 그의 작업은 한 사람의 발자취를 담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한 시대를, 같은 세대를 온몸으로 부대껴온 이들이 겪은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자 역사였다.'진천에서 왔어. 대율 너머. 열아홉에 앞집 할매가 중매했어. 우리 큰아버지가 목포에서 큰 가게 하는데 여기 와서 양파도 사가고 했제. 머스마가 선보러 아침 일찍 왔는데 나는 이웃 마을 이모네 밭매러 가서 하루 종일 기다렸지. 아들 서이 딸 하나. 첫눈에 반했제. 놈들은 밭에서 뙤약볕에 아그들 놓고 일하는데 일찌감치 목포로 내보냈더니 저그들만 놓고 갔다고 원망해, 내 속도 모르고. 엄마는 애기들만 놓고 갔다고. 엄마 사랑 못받았다고,'(주○○ 1954)화가는 자신이 그림을 가르치기보다 되레 '살이'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켜와 결로 상흔을 간직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이마에 자리 잡은 골 깊은 주름으로, 또 다른 어떤 이는 장작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손마디와 머리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릿발로 자신의 삶을 드러냈다. 어쩌면 같은 시대의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았음에도 자녀를 향한 교육열을 잃지 않았고, 엄마답고 아버지답게 '늙어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화가가 섬에서 하는 일은 자신의 작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겨울철 농한기에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주민과 함께 어우러져 그림을 그리는 일이 더해졌다. 미술 활동 프로그램은 주민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마을회관이나 둔장마을미술관에서 진행됐다. 연령대도 6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처음에는 주민들이 '그림을 그린다'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화가는 "어머님과 아버님들이 그림을 잘 그리면 제가 할 일이 없다"며 주민을 이끌었다. 해가 바뀌면서 '학생(?)'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마을회관은 참가자들의 창작열로 금방 뜨거워졌다. "나 잘 그렸제?" "이 정도믄 화가의 작품 수준 아니여?" 자신감을 드러내는 주민들이 늘어가고,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짜장면으로 한턱을 내시겠다는 사람, 간식을 챙겨온 주민도 이어진다.화가는 주민들에게 지난 겨울 '내가 입어보고 싶었던 옷'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내가 입어보고 싶은 옷' '내가 좋아하는 옷'을 통해 자신을 꾸미는 작업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성과는 온 마을 주민들의 관심 속에 둔장마을미술관에서의 '안혜경, 화가의 여행가방 전'으로 드러났다.◆마을회관, 50년만 미술관으로 재탄생둔장마을미술관은 신안의 섬과 섬을 이어주는 천사대교를 지나 자은도 북쪽 끝 지역 둔장해변 입구 섬마을에 자리하고 있다.미술관 계단 오르면 좌우로 둔장마을 사람들이 직접 그림을 그린 아트타일 2천500개로 이뤄진 '둔장마을 이야기'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21년 12월 10×10㎝ 크기의 타일로 제작한 것이다. 꽃이나 글씨, 기호 등이 자유분방하고 다채롭게 펼쳐지는데 나름대로의 조화와 질서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 눈길을 끈다. 작품 수로 2천개가 훌쩍 넘다 보니 거충 훑어보아도 한참을 머물게 된다. 출입구 오른쪽에는 '둔장마을 탑'이 반긴다. 아트타일과 같은 시기에 제작된 이 탑은 둔장마을의 오랜 역사와 마을을 지키는 우두머리라는 상징적 의미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미술관 내부에 들어서면 안혜경 작가가 만난 많은 사람들과 주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전시장 한 편에 소개된 둔장마을미술관의 '공간이야기'다.'둔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마을회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마을회관을 짓던 1971년도 얘기를 하면 눈이 반짝인다. 새마을운동으로 받은 시멘트를 집집이 내서 고개 너머 고교마을에서 모래와 자갈을 섞어 블록을 만들었다. 마을회관을 짓고 손님을 초대하고 동네잔치를 열었다. 신안군 전체가 들썩였다. 다른 마을에서 견학을 왔고 고생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리민의 날'을 만들었다. 전국 최초로 스스로 만든 '리민의 날'이다. 올해 코로나19로 못했지만 50년간 이어진 진정한 마을축제다. 올해는 마을회관이 지어지고 딱 50년이 된 해다. 코로나19로 마을 축제가 열리진 못했지만 작은 미술관이 개관하며 기념할 만한 쉼표를 찍게 되었다.'지난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작은미술관 공모사업에 선정된 신안군은 마을주민들의 뜻에 따라 노후된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해 '둔장마을미술관'으로 오픈했다. 오랫동안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에 사용됐던 마을의 중심공간이었으나 건물이 노후돼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곳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신안군의 노력으로 50년 만에 미술관으로 재탄생, 마을 사람들의 사랑받는 중심공간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게 됐다.'유달초등학교 다니다 4학년에 자은 들어왔지. 애기 때부터 농사를 안 해봐서 힘들었지. 새마을운동 한창일 때 처음으로 경운기 사서 길 만들고 보리 콩 타작 다니고, 돈이 없으니 처남이 보증 서줘서. 21살에 결혼해서 지난 12월에 갔네. 참 영리한 사람이요. 두 살 차이. 묘소에 매일 갔어. 자꾸 잘못한 게 생각나서. 마당 한번 안 쓸고 할 줄 아는 게 없어. 집사람이 다 했제.'(78세 강○○)전시된 사연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정이 몰입되고 코끝이 찡해진다. 주름진 얼굴, 휑하니 넓어진 이마가 더욱 애처롭기도 하다.화가의 그림 앞에는 주민들이 그린 형형색색의 작품들이 놓여 있다. 초록색 상의에 밤색 치마를 입고 있는 여성이 있고, 예쁜 분홍 치마를 입고 밝은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다. 파란 원피스를 차려입고 화사한 머리 장식을 한 여인, 분홍색 점무늬가 옹기종기 박혀있는 노란 원피스를 입은 사람도 있는데 모두 자신이 '입고 싶었던 옷'이다.섬의 매력에 끌린 화가는 자은도를 벗어나 흑산도와 장산도 주민도 함께 만나고 있다."섬에 사는 분들은 목포는 가봤지만 다른 섬에는 가본 분들이 별로 없습니다. 모든 배가 목포로 가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섬도 그저 바라볼 뿐 갈 수는 없죠. 이것이 섬의 지리적 특성이에요. 그래서 제가 만나는 분들은 저보고 어디 가봤냐고 묻고 어떠냐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여행가방에 각각 섬에서 그린 그림을 넣어가지고 다니며 보여드립니다."(안혜경 작가)'화가의 여행가방 전'은 그렇게 시작됐다.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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