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고유의 식물 등 정보 한눈에
산처럼 솟고 계곡 이룬 수석정원
무릉도원에 온 듯한 착각 속으로
2천700t 대형수석 보는 재미 '푹'
멸종위기 새우란 150여종 전시관
자생식물 보존과 미래 가치 높아
해변 낀 길고 넓은 백사장 무대로
다채로운 연주와 공연 선봬 호응
[1004섬 신안-1섬1뮤지엄] ⑥자은도<Ⅱ>
지난 2021년 8월 문을 연 신안자생식물뮤지엄은 신안과 연계된 자생식물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관, 체험실, 수장고, 연구실 등으로 구성됐다. 전시관은 20개의 테마를 중심으로 꾸며졌다. 주요 테마는 실물전시, 영상, 키오스크, 증강현실 체험, 디오라마, 신안에코모자이크 등이며 이를 통해 신안 고유의 섬 식물, 희귀식물, 식생, 서식처 생태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자생식물 이야기 한눈에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가거도의 숲속으로 이끌린다. 가거도는 섬 전체가 원시림으로 보존된 산림지역이다. 새우란초, 홍도서덜취, 풍란, 절굿대 등 신기한 야생화가 자라는 '자연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30장의 사진을 합성해 연출한 이곳에서 잠시 '숲멍'에 빠지다 보면 회색 도시민의 삶에서 벗어나 청록의 자연이 내뿜는 맑고 향긋한 공기가 생생히 느껴지는 듯하다.
안으로 더 들어가면 신안군 많은 섬들에 자생하는 식물 분포와 생물 등에 대해 알 수 있다.
'흑산면-신안새우난초', '암태면-자란', '자은면-병아리꽃나무', '하의면-인동'은 신안의 '읍면별 깃대종'이다. 깃대종은 생태계에서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종(種)을 말한다. UNEP(유엔환경계획)이 지난 1993년 '생물 다양성 국가 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신안군은 14개의 깃대종을 선정했다.
홍도의 동백나무군락·모새나무, 장도의 고려엉겅퀴·곤달비, 흑산도의 갈대군락·고마리·곰솔군락, 가거도의 고사리삼·까마귀쪽나무 등은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고 꼭 한번 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신안의 자생식물들이다.
끈끈이귀개과의 끈끈이귀개, 난초과의 흑난초, 목련과의 초령목, 난초과의 지네발란 등은 이름도 특이하지만 보기도 희귀한 멸종위기 자생식물이다. 개체 수가 감소하거나 소수만 남아있는 만큼 오랫동안 눈에 담아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안자생식물뮤지엄은 동·식물 표본, 유전자원 등 2만점의 생물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수장시설과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도서지역 생물 사업의 발전과 국가 생물자원 확보, 생태계 서비스 구현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수석미술관, 진경산수·무릉도원 속으로
수석미술관은 전시관은 전시실과 정원으로 나뉜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이 전시관으로 들어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수석 정원의 매력 때문이다. 자연석은 산처럼 솟고 계곡이 돼 주변의 꽃이나 나무와 조화를 이룬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것임에도 인공미보다는 자연미를 더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이는 전통 정원의 장인인 강희원 부림수석관광농원 원장의 솜씨라고 한다.
미술관 앞에는 집채만 한 석문(石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을 지나면 비밀의 정원이 나타난다. 이 정원은 거북모양의 기암괴석 등 전국에서 가져온 대형수석 2천700t과 분재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진경산수를 연상시킨다. 또 눈앞에서 만나는 3단 폭포에서 바라본 전경은 무릉도원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 만큼 경이롭다.
폭포 옆 수백 년이나 될 법한 휘어진 기둥으로 이뤄진 수석정(壽石停)에 숨겨진 우리의 아픈 역사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전쟁에 필요한 연료를 얻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 남아 '나라가 힘이 없으면 산천초목도 고통을 겪는다'는 교훈을 전해준다.
전시관은 태극을 상징하는 수려한 외관(건축면적 450㎡·135평)을 갖추고 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신안 섬을 비롯한 다양한 산지의 수석 26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작품은 원수칠(목포) 관장을 비롯한 김성국(자은), 김종현(해남), 최옥천(지도), 임점호(목포) 씨의 기증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수석을 찬찬히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이전에 깨닫지 못했던 신비한 돌의 세계를 알 수 있다. 자연석을 조각해서 만든 가공석, 기괴한 모양의 괴석(怪石), 이끼를 올려 만든 노태수석(老苔壽石), 난을 붙여 만든 난석(蘭石), 물건 형태의 물형석(物形石) 등 종류도 다양하다.
산수경석, 문양석, 추상석 등 진귀하고 보물 같은 수석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롭지만 설명이 곁들여진다면 감동은 배가 된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산신령이 소개해 주는 수석이야기, 돌에 새겨진 문양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모습, 용을 닮은 수석이 날아오르는 형상을 보면 수석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멸종위기 '새우란'의 우아한 자태
새우란(蘭) 전시관은 신안에서 자생하는 새우란 150여 종을 전시하는 유리온실이다. 새우란의 생태와 특징을 알 수 있는 전시물과 함께, 새우란을 직접 키워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한다. '새우란'이란 '뿌리의 마디모양이 새우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새우란은 현재까지 모두 6종으로 새우란, 금새우란, 한라새우란, 여름새우란, 신안새우란, 다도새우란 등이 있다.
이중 신안새우란과 다도새우란은 신안군 흑산도에서 최초로 발견돼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세계식물분류학회에 품종 등록됐고, 신안새우란은 2017년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신규 지정됐다.
특히 신안군은 우리나라 자생란의 보고(寶庫)로서,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새우란과 춘란 전시를 하고 있다.
2014년 임자면 대광해변숲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는 압해읍 분재공원 일원에서 풍란, 석곡 등의 자생란 복원사업도 병행 중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새우란은 모두 봄에 꽃을 피우는데 여름새우란만 유일하게 7~8월에 꽃을 피우며, 국내에서는 제주도 일부 지역에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새우란은 꽃꼬리가 없고, 일반 새우란은 꽃대가 새촉 속에서 오르는 데 반해 여름새우란의 꽃은 떡잎 속의 구경(알줄기)에서 오르며, 향기는 없는 것이 특징이다.
신안군은 지난 2023년 4월 전국 최초로 우리나라 자생란인 새우란 축제를 개최한 바 있다.
새우란 축제장에는 새우란 30만 송이를 선보이고 새우란 군락지 산책로를 조성해 은은한 난향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전국의 애란인들을 초청해 전국단위 새우란 대전을 개최하고, 자생식물의 보존과 미래가치에 대한 학술대회도 개최했다.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한여름 새우란 전시회'를 개최했다. 신안군농업기술센터와 신안군새우란연구회에서 보유한 한국과 일본의 여름새우란 원종 100여 점을 비롯해 풍란, 흑산비비추 등 도서 자생식물도 함께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예술 섬 사업 통해 '피아노 섬' 탈바꿈
자은도가 주목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피아노의 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점이다. 1섬 1뮤지엄, 1섬 1테마정원에 이은 신안군 예술 섬 사업의 일환이다.
모래가 파도와 바람에 밀려와 사구를 이룬 자은도는 길고 넓은 백사장이 유난히 많다. 신안군은 이런 아름다운 경관과 피아노 선율을 잇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북부의 작은 도시 르 투케 파리 플라주의 피아노 축제 '레 피아노 플리에(Les Pianos Folies)'를 벤치마킹한 결과물이다.
군은 지난 2023년 10월 자은도 1004뮤지엄파크 일원에서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를 개최했다.
'피아노의 섬'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임동창 총감독은 행사 첫째 날 100+4(104대) 피아노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선보였다. 서남해안 도서지역 축제 문화인 '산다이'에서 영감을 얻은 자작곡 '아름다운 피아노 섬, 자은도'를 시작으로 바이엘, 찬송가, 클래식, 영화 OST, 대중가요를 재해석한 연주곡을 104명의 정상급 피아니스트와 협연 무대를 가져 박수갈채를 받았다.
대금 명인 이생강, 판소리 명창 왕기철·왕기석·이영태와 함께하는 협업 공연과 가야금 산조 협주곡,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나도 피아니스트'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행사 기간 자은도 섬 곳곳에서는 피아노를 만날 수 있도록 해 호응을 얻었다. 자은도 라마다호텔과 뮤지엄파크, 무한의 다리 등 주요 지점에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피아노가 설치됐다.
또 새우란전시관 유리온실 안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AI(인공지능) 피아노와 만들어진 지 100년이 넘은 옛 피아노가 전시되기도 했다.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AI 피아노는 악보를 AI가 음원으로 인식해 스스로 피아노를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1800년대 초반부터 1900년대 초반에 생산된 라이어 피아노, 그랜드 스퀘어 전시를 비롯해 세바스찬 에라르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피아노의 섬 자은도'가 입소문을 타면서 '대한민국 문화의달' 행사가 열린 3일 동안 무려 4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성과로 이어졌다.
자은도의 피아노의 여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피아노 섬, 자은도' 영상이 조회수 579만회(2023년 1월17일 오전 9시 기준)를 넘어선 것이다. 이는 신안군 관련 유튜브 동영상 중 역대 최대 기록이다. 해당 영상은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을 홍보하기 위해 신안군이 제작한 것으로, 자은도 백길해변을 배경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 영상은 연일 조회수가 상승하고 있다.
신안군은 문화의 달 행사 이후 피아노의 섬 자은도의 높아진 관심과 인기의 기세를 몰아 '피아노 섬, 자은도' 사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2월 말께 자은도 해변 곳곳에 피아노를 다시 설치할 계획으로 자은도를 방문하는 일반 관광객과 피아니스트 등 누구나 연주와 공연, 버스킹 등 자유롭게 피아노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문화의 달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1004뮤지엄파크에서는 오는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피아노 축제'가 열린다.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 깊은 주름, 굳은살에 배긴 삶··· 예술이 되다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각 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살이'를 듣고 함께 소통하며 이를 그림으로 담는 작업을 하던 것이 계기였다. 신안 자은도 둔장마을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제주도 같은 '섬 아닌 섬'을 제외하고는 처음 찾은 섬이었다. 육지와 동떨어진 섬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으로 무장한 주변인들의 걱정은 더욱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신안의 섬이 무려 1천 개가 넘는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다.섬에 도착했을 때 가장 큰 장벽은 주민과의 소통이었다. 주어진 생업에 묵묵히 땀흘리는 주민들의 모습은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단단한 바위처럼 느껴졌다. 더욱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은 접촉과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화가-주민 어우러진 그림그리기 프로그램어쩌면 필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화가는 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여행 가방을 풀었다. 화가가 필연을 생각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섬 주민이 어설픈 이방인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면서부터였다. 화가와 섬 주민은 마치 오래전부터 서로 만나게 돼 있었던 사이처럼 금방 친해졌다. '섬'과 '섬사람'에 대한 선입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화가가 이태에 걸쳐 섬을 찾고, 그 이듬해에도 섬을 찾으면서 더욱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화가는 어느 사이 섬 주민을 만날 날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화가는 섬을 찾기 위해 여행가방을 싸는 시간이 행복해졌다.화가는 섬 주민을 만나 그림을 그리고 그 '살이'들을 글로 옮겼다. 그의 작업은 한 사람의 발자취를 담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한 시대를, 같은 세대를 온몸으로 부대껴온 이들이 겪은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자 역사였다.'진천에서 왔어. 대율 너머. 열아홉에 앞집 할매가 중매했어. 우리 큰아버지가 목포에서 큰 가게 하는데 여기 와서 양파도 사가고 했제. 머스마가 선보러 아침 일찍 왔는데 나는 이웃 마을 이모네 밭매러 가서 하루 종일 기다렸지. 아들 서이 딸 하나. 첫눈에 반했제. 놈들은 밭에서 뙤약볕에 아그들 놓고 일하는데 일찌감치 목포로 내보냈더니 저그들만 놓고 갔다고 원망해, 내 속도 모르고. 엄마는 애기들만 놓고 갔다고. 엄마 사랑 못받았다고,'(주○○ 1954)화가는 자신이 그림을 가르치기보다 되레 '살이'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켜와 결로 상흔을 간직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이마에 자리 잡은 골 깊은 주름으로, 또 다른 어떤 이는 장작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손마디와 머리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릿발로 자신의 삶을 드러냈다. 어쩌면 같은 시대의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았음에도 자녀를 향한 교육열을 잃지 않았고, 엄마답고 아버지답게 '늙어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화가가 섬에서 하는 일은 자신의 작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겨울철 농한기에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주민과 함께 어우러져 그림을 그리는 일이 더해졌다. 미술 활동 프로그램은 주민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마을회관이나 둔장마을미술관에서 진행됐다. 연령대도 6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처음에는 주민들이 '그림을 그린다'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화가는 "어머님과 아버님들이 그림을 잘 그리면 제가 할 일이 없다"며 주민을 이끌었다. 해가 바뀌면서 '학생(?)'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마을회관은 참가자들의 창작열로 금방 뜨거워졌다. "나 잘 그렸제?" "이 정도믄 화가의 작품 수준 아니여?" 자신감을 드러내는 주민들이 늘어가고,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짜장면으로 한턱을 내시겠다는 사람, 간식을 챙겨온 주민도 이어진다.화가는 주민들에게 지난 겨울 '내가 입어보고 싶었던 옷'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내가 입어보고 싶은 옷' '내가 좋아하는 옷'을 통해 자신을 꾸미는 작업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성과는 온 마을 주민들의 관심 속에 둔장마을미술관에서의 '안혜경, 화가의 여행가방 전'으로 드러났다.◆마을회관, 50년만 미술관으로 재탄생둔장마을미술관은 신안의 섬과 섬을 이어주는 천사대교를 지나 자은도 북쪽 끝 지역 둔장해변 입구 섬마을에 자리하고 있다.미술관 계단 오르면 좌우로 둔장마을 사람들이 직접 그림을 그린 아트타일 2천500개로 이뤄진 '둔장마을 이야기'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21년 12월 10×10㎝ 크기의 타일로 제작한 것이다. 꽃이나 글씨, 기호 등이 자유분방하고 다채롭게 펼쳐지는데 나름대로의 조화와 질서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 눈길을 끈다. 작품 수로 2천개가 훌쩍 넘다 보니 거충 훑어보아도 한참을 머물게 된다. 출입구 오른쪽에는 '둔장마을 탑'이 반긴다. 아트타일과 같은 시기에 제작된 이 탑은 둔장마을의 오랜 역사와 마을을 지키는 우두머리라는 상징적 의미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미술관 내부에 들어서면 안혜경 작가가 만난 많은 사람들과 주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전시장 한 편에 소개된 둔장마을미술관의 '공간이야기'다.'둔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마을회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마을회관을 짓던 1971년도 얘기를 하면 눈이 반짝인다. 새마을운동으로 받은 시멘트를 집집이 내서 고개 너머 고교마을에서 모래와 자갈을 섞어 블록을 만들었다. 마을회관을 짓고 손님을 초대하고 동네잔치를 열었다. 신안군 전체가 들썩였다. 다른 마을에서 견학을 왔고 고생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리민의 날'을 만들었다. 전국 최초로 스스로 만든 '리민의 날'이다. 올해 코로나19로 못했지만 50년간 이어진 진정한 마을축제다. 올해는 마을회관이 지어지고 딱 50년이 된 해다. 코로나19로 마을 축제가 열리진 못했지만 작은 미술관이 개관하며 기념할 만한 쉼표를 찍게 되었다.'지난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작은미술관 공모사업에 선정된 신안군은 마을주민들의 뜻에 따라 노후된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해 '둔장마을미술관'으로 오픈했다. 오랫동안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에 사용됐던 마을의 중심공간이었으나 건물이 노후돼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곳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신안군의 노력으로 50년 만에 미술관으로 재탄생, 마을 사람들의 사랑받는 중심공간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게 됐다.'유달초등학교 다니다 4학년에 자은 들어왔지. 애기 때부터 농사를 안 해봐서 힘들었지. 새마을운동 한창일 때 처음으로 경운기 사서 길 만들고 보리 콩 타작 다니고, 돈이 없으니 처남이 보증 서줘서. 21살에 결혼해서 지난 12월에 갔네. 참 영리한 사람이요. 두 살 차이. 묘소에 매일 갔어. 자꾸 잘못한 게 생각나서. 마당 한번 안 쓸고 할 줄 아는 게 없어. 집사람이 다 했제.'(78세 강○○)전시된 사연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정이 몰입되고 코끝이 찡해진다. 주름진 얼굴, 휑하니 넓어진 이마가 더욱 애처롭기도 하다.화가의 그림 앞에는 주민들이 그린 형형색색의 작품들이 놓여 있다. 초록색 상의에 밤색 치마를 입고 있는 여성이 있고, 예쁜 분홍 치마를 입고 밝은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다. 파란 원피스를 차려입고 화사한 머리 장식을 한 여인, 분홍색 점무늬가 옹기종기 박혀있는 노란 원피스를 입은 사람도 있는데 모두 자신이 '입고 싶었던 옷'이다.섬의 매력에 끌린 화가는 자은도를 벗어나 흑산도와 장산도 주민도 함께 만나고 있다."섬에 사는 분들은 목포는 가봤지만 다른 섬에는 가본 분들이 별로 없습니다. 모든 배가 목포로 가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섬도 그저 바라볼 뿐 갈 수는 없죠. 이것이 섬의 지리적 특성이에요. 그래서 제가 만나는 분들은 저보고 어디 가봤냐고 묻고 어떠냐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여행가방에 각각 섬에서 그린 그림을 넣어가지고 다니며 보여드립니다."(안혜경 작가)'화가의 여행가방 전'은 그렇게 시작됐다.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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