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MZ 주목받으며 관광객 꾸준히 증가
강진 FUSO, 촌캉스로 유명세로 인기 폭발
"다양한 눈높이·개성 맞춰야 꾸준히 인기"

휴가를 농어촌에서 보내는 힐링하는 '촌캉스'가 유행이다. 촌캉스는 도심에서 떨어져 아름다운 풍경과 이색적인 체험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떠오르면서 시골의 정취를 잘 모르는 MZ세대에게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촌스러움이 오히려 힙한 감성의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시골생활)'로 주목받으면서, 전남도가 여름 휴가철에 맞춰 이색 테마관광과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 촌캉스의 대명사된 강진 푸소
전남에서 '촌캉스'로 가장 유명한 곳은 강진군의 푸소다. '푸소(FUSO)'란 '필링-업(Feeling-Up),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이다.
푸소 체험은 시골의 정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프로그램으로 농가 숙박과 농촌 체험, 아침식사와 일부 저녁식사가 제공된다.
지난 2015년부터 진행된 푸소는 1박2일·2박3일 짧은 여행부터 일주일 살기, 한달 살기처럼 긴 살아보기 체험까지 다양하다. 또, 학생과 일반인을 비롯 공무원 푸소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푸소 체험에는 현재 강진군 90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2015년 1천931명, 2016년 7천47명, 2017년 8천94명, 2018년 1만241명, 2019년 1만1천586명이 참여했다. 코로나 시기였던 2020년 1천737명, 2021년 2천876명으로 급감했지만 2022년 6천507명, 2023년 8천39명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고, 올해도 7월까지 5천여 명이 참가했다.

푸소는 지역 농가에는 부가 소득을, 체험객에에게는 특별한 휴식을, 강진군에게는 생활·관계 인구를 가져다준 일석삼조의 효자 관광 프로그램이다.
푸소 체험을 찾는 이들은 초등학생부터 은퇴한 노부부까지 다양하다. 푸소농가는 집마다 다른 농촌 체험을 제공하는데, 박 공예, 텃밭 체험, 불꽃놀이, 봉숭아 물들이기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직접 재배한 조롱박을 수확해 전기인두로 그림을 그리는 박 공예 체험은 어린 학생에게 인기가 많다.

푸소의 높은 인기 중 하나는 저렴한 비용이다. 강진군과 강진문화관광재단이 비용을 절반 정도 지원하기 때문이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는 6박7일 체험 기준 1인당 17만원이며 기간과 프로그램에 따라 달라진다.
푸소를 운영하는 곳이 낡은 시골집은 아니다. 고풍스로운 한옥에서부터 깔끔한 고급 펜션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연령의 관광객의 입맛에 맞춘 결과다. 정원에는 수십가지 식물을 키우고 있어, 아이들의 생태학습에도 안성 맞춤인 곳이 많다. 이 정원과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로 밥상을 차려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푸소를 체험한 한 60대 관광객은 "10가지 넘는 반찬이 나온 것이 가장 인상 깊다. 손해보는 것이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풍성하고 다양한 남도 밥상이었다"며 "수십년 만에 시골에서 편하게 여름을 보냈다. 지역민들과 정도 많이 들어 다음에는 지인들과 또 방문하고 싶다"고 칭찬했다.

◆ 다양한 형태로 즐기는 촌캉스
전남도는 한적한 시골서 휴양을 만끽할 수 있는 촌캉스 명소로 한옥이나 펜션으로 한정하지 않고 고흥 해창만오토캠핑장, 나주 목사내아, 장성 청백한옥, 함평 주포한옥마을 등 4곳을 추천 관광지로 선정했다.
고흥 해창만 오토캠핑장은 간척지에 조성한 수변공원에 자리 잡고 있다. 오토캠핑장 21면, 일반캠핑장 27면, 글램핑장 14동이 조성됐다. 캠핑장이 넓은 간척지와 바다 사이에 위치해 마치 바다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다를 둘러싼 산책로는 해창만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 명소다. 가까운 선착장에서 낚시를 즐기며 어촌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나주 목사내아 금학헌(琴鶴軒)은 조선시대 나주를 다스리던 목사가 살았던 가옥을 지난 2009년 복원해 전통문화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금학헌은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학처럼 고고하게 살고자 하는 선비의 정신이 깃든 집'이라는 뜻이다. 하룻밤 머물며 조선시대 상류층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목사내아를 500년간 지킨 팽나무는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좋은 기운을 받고자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목사내아 바로 앞 곰탕거리에선 곰탕의 원조 '나주곰탕'을 맛볼 수 있다.

장성 청백한옥은 '맑을 청(淸), 흰 백(白)'이라는 이름처럼 '맑고 깨끗한 집'이라는 뜻으로 조선 3대 청백리로 알려진 박수량 선생의 청빈함을 전해 들은 명종이 후손들에게 하사한 집을 지난 2010년 중건한 한옥체험관이다. 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 15객실로 이뤄졌다. 홍길동테마파크에 위치하고 있어 홍길동 생가, 산채체험장, 전통 무술 국궁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함평 주포한옥마을은 주포항과 돌머리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서해안의 정취를 느끼며 한옥 민박 체험이 가능하다. 마을에서 보이는 함평만의 낙조는 낭만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잘 가꿔진 꽃, 나무와 돌담을 따라 산책을 하며 고즈넉한 한옥마을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인근에서 달군 유황 돌을 바닷물에 넣어 만든 수증기를 쐬는 함평의 전통해수찜질로 일상의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다.

◆ 소비자 맞춤으로 바뀌는 농촌 여행
농촌 여행도 다양한 여행객의 눈높이와 개성에 맞춰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족은 물론 친구 등 소그룹 단위의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농촌 투어패스를 내놓는 지자체도 속속 나오고 있다.
정부도 농어촌민박을 활성화하겠다며 '연면적 230㎡ 미만'으로 제한된 주택 규모와 실거주 요건 규제를 풀기로 해 촌캉스 저변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초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농어촌민박 제도 개선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농어촌민박은 실거주민이 본인 소유 주택을 활용해 민박을 운영하는 경우에만 허용됐다. 그나마도 주택 규모 연면적 230㎡ 미만 범위 내에서만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농어촌 지역에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임대·리모델링해 독채형 숙소로 여행객에게 제공하는 길이 막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집주인 없이도, 집 규모가 커도 민박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박창규 전남도립대 관광과 교수는 "촌캉스가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농촌을 찾아가는 교통편이 편리해야 하고 도착해서도 소비자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하는 등 인프라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며 "특히 차가 없는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의 방문을 위한 교통 편리성을 고민해야 하고, 숙소도 청결하고 쾌적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가장 활성화된 전남도는 향우들을 대상으로 한 촌캉스 마케팅도 병행하면 생활인구를 더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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