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개선과 보훈 사각지대 해소도 병행
정홍식(58) 광주보훈청장에게 광주와 전남은 늘 자긍심이 넘치는 곳이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가장 먼저 앞장섰던 고장 출신이라는 점은 어디서든 자랑거리였다. 오랜 타지 생활 끝에 21년 만에 광주보훈청장으로 고향에 돌아온 것은 어쩌면 운명일 것이다.
지난 1965년 영암에서 태어난 정 청장은 광주 석산고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25살의 나이에 광주·전남지방병무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군인의 길을 걷고 싶었지만 3남 1녀라는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에 사관학교 진학은 시골 청년에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찍이 돈을 벌어 동생들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첫째 누나와 둘째 형에게도 더 큰 짐을 안겨줄 뿐이었다.
정 청장에게 2023년은 누구보다 특별한 해다. 계획인사교류 제도로 병무청 본청(대전)에서 21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실질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첫해이자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6월5일 국가보훈부 승격도 앞두고 있다.
처음 맡은 보훈행정은 지난 32년간의 병무행정과 비교하면 냉탕과 온탕처럼 온도 차이가 심했지만 국가존립을 위해 떼려야 뗄 수 없는 핵심행정이었다.
정 청장은 "병무행정이 국민 누구에게나 똑같은 잣대를 대고 의무를 부담케 하는 '부담적 행정'이라면 보훈행정은 희생과 공헌 정도에 따라 차별성을 두고 새로운 권리와 이익을 제공하는 '수익적 행정'이다"며 "단 병역으로 시작해 제대군인으로 이어지는 점에서 근간이 맞닿아 있다. 보훈행정이 처음이지만 병무행정 경험을 접목하다 보니 시너지효과가 있다"고 했다.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이해 6·25참전유공자들의 예우 강화를 위해서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광주와 전남에 생존해 있는 유공자 3천여명의 유공자들의 평균연령이 90세에 달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서다.
정 청장은 "유공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공적을 기리는 제복을 만들어 선물하는 '제복의 영웅들'이라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매달 지급되는 참전명예수당도 올해부터 인상했다"며 "제복과 함께 광주보훈청 자체적으로 유공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캘리그라피 액자를 제작해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또 유공자들에 대한 인식개선과 보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도 힘쓸 예정이다.
그는 "인식개선을 위해 광주시교육청과 협업해 학생들을 찾아가는 '독호민(독립·호국·민주) 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부산을 비롯한 타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비대면 수업도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훈 사각지대인 전몰·순직 군경 가구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구를 찾아가 멘토를 매칭해 자녀에게 학업과 진로상담, 심리·정서치료를 해주는 '히어로즈 패밀리' 사업도 내달 발대식을 갖고 활동한다"며 "올해 광주에서는 2명의 유공자 자녀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 전 대성여고 교장 등이 멘토로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보훈처의 숙원이었던 보훈부 승격에 대해서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예우를 한층 더 두텁게 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의미를 새겼다.
정 청장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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