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지금이 내 인생의 봄날"

입력 2024.11.13. 15:23 최민석 기자
‘시인 문병란의 집’ 시 창작 동아리
‘맬겁詩 왔당께’ 3번째 작품집 출간
50∼80대 여성 6명 박노식 시인 지도
유년기 고향·삶·가족 의미 시로 표현
진솔한 시어 공감 生의 무늬 담아내

"모깃불 타는 노을 바다에/ 꽁보리밥 지어 놓고/ 마실 나간 고추잠자리, / 소금밭 염부에게/ 안부 전하네"(노진양 시 '안부' 전문)

인생 후반기를 살고 있는 노진양 시인은 시라고는 접한 적이 없는 보통 사람이었다.

그는 광주 동구 지산동 인문거점시설 중 한 곳인 '시인 문병란의 집' 큐레이터인 박노식 시인에게서 또래 아줌마들과 모여 시를 배웠고 이제 어엿한 시를 시는 시인이 됐다.

인문도시 광주 동구 인문거점 시설 중 한 곳인 '시인 문병란의 집'에서 운영하는 시 창작 동아리 '맬겁詩 왔당께'가 3번째 시문집 '우리 삶의 봄날은 어디쯤 왔을까?'(도서출판 심미안刊)를 펴냈다.

'맬겁詩 왔당께'는 주민 10여 명이 모여 독서와 함께 시를 감상하고 나아가 직접 시를 짓는 창작 동아리다. 동구가 인문도시 조성사업 일환으로 일상 속의 인문적 사고와 공동체적 정신, 독서 활동의 확산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번 시문집은'시인 문병란의 집' 큐레이터인 박노식 시인의 지도와 노력으로 그동안 동아리 회원들이 매주 모여 창작한 작품 가운데 완성도가 높은 200여 편을 담았다.

시문집은 ▲우리 집 정원의 꽃들이 내 마음을 다 가져가 버렸다(이향연) ▲당신은 내 눈 속에서 사랑의 빛처럼 반짝이고(주미례) ▲너에게 가면 너의 향이 되고, 아주 멀리 가면 님의 향이 되듯(노진양) ▲포근한 사랑을 마음에 품고 꿈을 꾸며 날 것이다(박경연)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 꽃을 피운다(고광순) ▲내 품이 작아서 그대 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송영주) 등 6부로 구성됐다.

5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들은 유년기의 고향, 고단한 일상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 가족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정, 그리고 현재의 생활 등을 진솔하고 소소하게 풀어냈다.

이들은 '우리 삶의 봄날은 어디쯤 왔을까?'에 앞서 2022년 '솔찬히 고생했당께'와 2023년 '고상혀도 마음은 보름달이랑께'도 펴낸 바 있다.

동아리 회원인 이향연 씨는 "몸이 피곤해도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시면 그 주제로 시를 쓰기 위해 일주일을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주미례 씨는 "늘 바쁜 일상이지만 시를 생각하면서 생활하다 보면 어느덧 하루의 일과가 마무리되고 또 고된 일 속에서도 힘든 줄을 모른다"고 전했다.

박노식 시인은 "생의 아름다운 무늬는 달리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 용기에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은 "시문집을 펴내기 위해 수백, 수만 번의 문장을 써내려갔을 회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드린다"면서 "많은 분들이 시문집을 보며 마음의 위안과 희망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시 창작 동아리 '맬겁詩 왔당께'는 매주 화요일 오전에 운영되며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활동할 수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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