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겁詩 왔당께’ 3번째 작품집 출간
50∼80대 여성 6명 박노식 시인 지도
유년기 고향·삶·가족 의미 시로 표현
진솔한 시어 공감 生의 무늬 담아내
"모깃불 타는 노을 바다에/ 꽁보리밥 지어 놓고/ 마실 나간 고추잠자리, / 소금밭 염부에게/ 안부 전하네"(노진양 시 '안부' 전문)
인생 후반기를 살고 있는 노진양 시인은 시라고는 접한 적이 없는 보통 사람이었다.
그는 광주 동구 지산동 인문거점시설 중 한 곳인 '시인 문병란의 집' 큐레이터인 박노식 시인에게서 또래 아줌마들과 모여 시를 배웠고 이제 어엿한 시를 시는 시인이 됐다.
인문도시 광주 동구 인문거점 시설 중 한 곳인 '시인 문병란의 집'에서 운영하는 시 창작 동아리 '맬겁詩 왔당께'가 3번째 시문집 '우리 삶의 봄날은 어디쯤 왔을까?'(도서출판 심미안刊)를 펴냈다.
'맬겁詩 왔당께'는 주민 10여 명이 모여 독서와 함께 시를 감상하고 나아가 직접 시를 짓는 창작 동아리다. 동구가 인문도시 조성사업 일환으로 일상 속의 인문적 사고와 공동체적 정신, 독서 활동의 확산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번 시문집은'시인 문병란의 집' 큐레이터인 박노식 시인의 지도와 노력으로 그동안 동아리 회원들이 매주 모여 창작한 작품 가운데 완성도가 높은 200여 편을 담았다.
시문집은 ▲우리 집 정원의 꽃들이 내 마음을 다 가져가 버렸다(이향연) ▲당신은 내 눈 속에서 사랑의 빛처럼 반짝이고(주미례) ▲너에게 가면 너의 향이 되고, 아주 멀리 가면 님의 향이 되듯(노진양) ▲포근한 사랑을 마음에 품고 꿈을 꾸며 날 것이다(박경연)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 꽃을 피운다(고광순) ▲내 품이 작아서 그대 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송영주) 등 6부로 구성됐다.
5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들은 유년기의 고향, 고단한 일상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 가족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정, 그리고 현재의 생활 등을 진솔하고 소소하게 풀어냈다.
이들은 '우리 삶의 봄날은 어디쯤 왔을까?'에 앞서 2022년 '솔찬히 고생했당께'와 2023년 '고상혀도 마음은 보름달이랑께'도 펴낸 바 있다.
동아리 회원인 이향연 씨는 "몸이 피곤해도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시면 그 주제로 시를 쓰기 위해 일주일을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주미례 씨는 "늘 바쁜 일상이지만 시를 생각하면서 생활하다 보면 어느덧 하루의 일과가 마무리되고 또 고된 일 속에서도 힘든 줄을 모른다"고 전했다.
박노식 시인은 "생의 아름다운 무늬는 달리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 용기에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은 "시문집을 펴내기 위해 수백, 수만 번의 문장을 써내려갔을 회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드린다"면서 "많은 분들이 시문집을 보며 마음의 위안과 희망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시 창작 동아리 '맬겁詩 왔당께'는 매주 화요일 오전에 운영되며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활동할 수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무등일보 1만호] 1만번의 굿모닝···뚜벅뚜벅 가겠습니다 1988년 전국 최초의 지방 조간신문으로 선보인 무등일보가 36년 2개월여만에 지역민과 1만 번째 만남을 갖는다.1만호를 맞아,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계엄사의 포고령을 접하고 충격과 분노와 참담함 속에 언론의 존재 의미와 역할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전국 최초 지방 조간신문 무등일보의 등장은 1980년 전두환과 질기고 가혹하고, 끔찍한 인연의 고리가 연결돼 있다. 전두환이 자행한 언론 통폐합과 해체, 이후 언론 자유의 상징 중 하나다. 1980년 광주를 총칼로 학살하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정권 출범 직후 언론 통폐합을 자행했다. 그해 11월 모든 신문사와 방송사를 강제로 통합, 폐간하는 등 언론의 자유를 철저히 말살했다. 87체제 이후, 8년 만에 기적처럼 언론 자유화가 이뤄지며 무등일보도 세상에 나왔다.그렇게 전두환이라는 시대의 폐해를 헤치고 국민과 지역민의 알권리, 1980년 진실을 찾아 세상에 나선 무등일보는 '정론직필 한 길, 지역발전 공헌, 새로운 길 도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흔들림 없이 달려왔다.정치·경제 등 일상 전반이 수도권에 장악되고, 진실마저 정부의 선전과 선동으로 규정되던 시절, 무등일보는 그렇게 시대의 요구와 부름을 받고 지상에 나왔다.무등일보는 언론자유화라는 시대적 요구 속에, 한국 근현대사의 십자가이자 등신불인 1980년 5·18의 진실을 찾아 나서는 숙명을 부여안았다. 이와함께 수도권 블랙홀이라는 기형적 나라에서 비수도권의 목소리를 지상에 전달하고, 퇴행적이고 후진적인 정치지도자들이 자행한 뒤틀린 차별과 정치·경제적 불의를 파헤치고 바로잡아야 하는 과제도 기꺼이 짊어졌다.무엇보다 이들 뒤틀린 정치지도자들의 행태로 산업화에서 배제돼 경제적 고통에 내몰린 광주·전남의 경쟁력 회복에 앞장섰다.광주·전남의 범접 불가한 문화적 DNA, 천혜의 자연, 우수한 두뇌를 바탕으로 지역이 미래로 나가도록, 지역사랑을 한데 모으는데 진력을 다했다.이를 위해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지역의 일상을 자원화하는데 적극 나섰다. 무등일보는 지역 생활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창간 때부터 무등기배구대회를 전개하고, 김영랑과 용아 박용철, 김현승, 이청준, 조정래의 뒤를 잇는 남도 문학 혼의 전승을 위해 창간 이듬해부터 '무등신춘문예'를 운영해오고 있다. 또 고작 만 18세가 되면 사실상 강제로 거리에 내몰리는 어린 청소년들,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백신나눔' 사업 등 지역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책무를 다하는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이와 함께 다양한 기획시리즈와 심층보도로 비수도권의 극단적인 침체와 내몰림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섰고. 영호남이 공동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영호남박람회' 등 현실적 실험도 실행하고 있다.36년여의 시간 동안 무등일보는 지역사회 의제발굴과 대안 모색,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미래연대 등을 통해 지역민들과 신뢰를 형성하며 지역정론지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지령 1만 호를 맞는 무등일보는 1988년 9월9일 '창간호'를 제작하는 마음으로, 처음의 마음과 정체성, 시대의 과제를 잊지 않을 것임을 다짐한다.조덕진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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