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5일까지 전시관·야외 일원
환경 파괴로 마주한 팬데믹 속
두 존재 공생 생각케 하는 자리
하트모양의 도자기 30여개가 불빛을 낸다. 김치준 작가의 '미소'. 김 작가가 은혜학교 봉사를 다니며 보았던, 학교 차량이 오는 것을 보고 아이들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따뜻하고 순수한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자연도 그런 존재가 아닐까. 꾸밈 없는 생명의 순수함을, 인간을 감싸주는 따뜻함을 가진 존재. 그러나 인간의 탐욕에 의해 훼손된 오늘날의 자연은 일순간 차가운 재난과 같은 얼굴을 드러내기도 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많은 인류에 공포감을 주고 있는 코로나19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심도 깊게 생각하게 하는 가운데 환경미술제가 증심사 자락에 위치한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열려 주목된다.
무등현대미술관이 제8회 환경미술제 '그린 클라우드(Green Cloud)'가 미술관 제1전시장와 야외 일원에서 내달 25일까지 열린다.
환경미술제는 무등현대미술관이 지난 2013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전시로 환경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전달, 미래를 살아갈 후손들에게 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최근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 역시 환경 파괴로부터 도래했다는 과학계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 더욱 시의적절한 자리로 기대된다.
이번 주제 '그린 클라우드'는 녹조로 인한 생태계 변화를 뜻한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지역 작가 11명이 조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14점을 출품해 변해버린 환경의 아픔을 전달한다. 참여작가는 고정훈·김석준·김주연·김치준·김태양·박소연·성연호·윤석재·정명진·최희원·황은서다.
김석준 작가의 조각 작품 '신기루'는 인간의 욕심으로 죽어가는 동물과 자연, 보이는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표현하며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치준 작가의 설치 작품 '무등이 전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다'는 자본주의 시대 속 환경의 안위와 지속 가능함엔 관심이 없는 민중에게 오직 효율과 편리, 이윤을 추구하다 듣지 못한 자연과 생명의 소리를 들어보자는 목소리를 낸다.
성연호 작가는 설치 작품 '그리드'를 통해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희생당하는 자연을, 황은서 작가는 조각 '상실'을 통해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송규 무등현대미술관장은 "우리 미술관이 증심사 자락에 있기에 자연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미술제를 열게 된 것"이라며 "인식을 바꾼다는 것은 혁명처럼 갑자기 이뤄지는 것도, 법 등으로 강제한다고 정착하는 것도 아니다. 서서히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동기를 줘야만 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관장은 "전세계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 또한 자연 파괴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위기 속에서 교훈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가족이 함께 편하게 미술관을 찾아와 작품을 통해 오늘날의 우리, 앞으로의 우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람료는 일반 2천원, 어린이·학생 1천원이며 전시 해설도 들을 수 있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 한 사람 한 사람 모여 커지는 울림 이형기 작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이들의 계절은 아직도 춥기만 하다. 사회에 이같은 재난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인데 뾰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어서다. 10년의 시간 동안 힘들어한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는 것은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인사가 아닐까. 이런 인사를 전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작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는 시민 참여로 비로소 완성된다.대인동에 자리한 복합예술공간 예술이빽그라운드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리는 참여형 특별전 '4·16'을 지난 13일 시작해 27일까지 이어간다.이번 전시는 한희원, 이성웅, 이형기, 이당금 등 4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메시지를 전한다.한희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느꼈던 상실과 비애를 담아낸 서정적 회화작품을, 이형기는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하고 의지하는 인물군상의 도조 작품을 통해 참사에 희생 당한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전한다.예술이빽그라운드가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전시를 열고 있다. 사진은 추모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관람객과 이당금 대표.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복합적인 설치 작업을 선보여 온 이성웅은 종이배 작품과 영상을,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당금은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사진, 퍼포먼스 등을 통해 참사 이후 남은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를 전한다.특히 이번 전시는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방문한 이라면 누구나 추모의 글귀를 적고 세월호를 형상화한 종이배를 접거나 추모의 글귀를 적어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들 수 있다. 관람에서 한 발짝 나아가 복잡한 과정 없이도 누구나 10주기 추모에 주체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연대해 완성되는 종이배는 작품에 참여하는 시민에게도, 참사 유가족에게도 용기와 희망으로, 위로와 치유로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이당금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는 "텅 빈 마음과 잊지 않을 기억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애도와 추모의 공간을 준비했다"며 "시민이 자유롭게 공간에 방문해 종이배를 접거나 추모의 글귀, 바람 등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 형상을 만들며 함께 추모하는 전시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한편 예술이빽그라운드는 소극장 씨어터연바람, 전시 공간 등을 둔 복합문화공간으로 연극, 전시, 콘서트 등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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