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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점·레고로 담아낸 삶의 격랑과 잔잔함

입력 2020.11.20. 17:31 수정 2020.11.20. 18:20
무등현대미술관 개관14주년 기념전
정송규 화백 근작부터
초기작까지 60년 화업
3부로 나눠 돌아보는 자리
내년 3월까지 차례로
정송규 작 '생명의 소리'

흑색의 점들이 모였다 퍼지기를 반복한다. 소용돌이 치듯, 아우성 치듯 점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을 마주하고 가만 있을 수 없던 정송규 화백이 아이들의 외침을 담아낸 작품으로 그가 대표작으로 꼽은 '생명의 소리'다.

1981년에도 그랬다. 80년 5월 광주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아 모두가 쉬쉬할 수 밖에 없었던 때, 광주의 아픔을 담아낸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오픈도 하기 전에 들이닥친 경찰 때문에 끝내 관객에 오픈하지 못했다. 2020년도 마찬가지였다. 팬데믹으로 예술계 모두가 가라앉아있을 때 20대의 젊은 작가부터 지역의 다양한 작가들을 참여토록하고 70대인 자신까지 동참해 작품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만난 정송규 화백은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최근 2년 동안 자신의 화업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정송규 작 '축제'

무등현대미술관이 개관 14주년을 기념해 정 화백의 작품인생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모두 3부로 전개되는데 1부 '오늘이 기적입니다'가 먼저 선을 보인다. 근작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점' 작업과 레고 작업 등을 볼 수 있다. 2000년 초입 정체성을 고민하던 중 규방 문화를 형상화한 것들이다. 친정 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조각보, '어머니의 정서'를 작업 전면에 내세우게 된 것.

정 화백은 "조각보를 발견하자마자 '이것이 현대 미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색도 멋지고 조형성도 아주 좋았다. 아녀자들이 만든 것이라 알려지지 못한 것이지 전세계에도 내놓을만하더라"고 회상했다.

무등현대미술관이 개관 14주년을 맞아 정송규 화백의 60여년 화업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를 총 3부에 걸쳐 준비했다. 사진은 정송규 화백이 대표작 '생명의 소리'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동시에 그는 자투리 천을 이어가며 가족들의 수명 연장과 건강을 바랐던 어머니들의 사랑과 삶을 조각보에서 읽게 된다. 그런 삶의 시간들이 더해지고 더해지며 면들은 점점 작아졌고 이것은 점 작업으로 연결된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목소리를 담은 '생명의 소리'는 정적인 점에서 동적인 점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된다. 이 점들은 또 면 위에 뿌려져 자유로워지며 '축제'를 표현하기도 한다. 레고 작업 또한 점 작업의 연장선상이다. 보통 레고를 쌓아서 집이나 성을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면에 하나씩 하나씩 붙여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정 화백은 "최근에 2년 동안 작업한 것을 정리해봤는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10년 단위로 작업이 변화하더라"며 "고등학생 때 운이 좋게도 오승우 선생님을 만나 시작한 것이 60여년 동안 이어지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를 되돌아보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전시는 다음달 1일까지다. 정 화백의 최근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 뿐 아니라 총 3개 전시로 진행된다. 2부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작 '그리움' 등을 만나볼 수 있으며 3부 전시에서는 작가의 초기작 회화 작품과 인체의 미를 기반으로 제작한 드로잉 250점을 확인해볼 수 있다. 전시는 차례로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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