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못한 여성들 활동상 조명
'보조적' 역할 아닌 '주체'로서 주목
'여성' 단일 주제는 처음이라 의미
"관련 연구 활발해지는 계기되길"
'광주에서 자취하며 신의여상 재학 중 항쟁 당시 자신이 할 일을 찾아 도청에 갔다. 도청 지하실에 안치된 희생자들의 시신을 깨끗이 닦고 옷을 갈아입히는 일을 했다. 시외로 나가 관을 더 구해오기 위해 23일 화순 방향으로 향했다가 주남마을 사건에서 총격을 맞아 사망하였다. 박현숙(5월 23일 사망)'
최근 들어 1980년 5월 광주와 그 안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했던 여성에 대해 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5·18기념재단이 80년 5월과 여성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열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특히 재단의 오월과 여성을 단일 주제로 한 전시는 처음이나 다름 없어 의미를 더한다. 이를 시작으로 오월과 여성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될 수 있으리란 기대다.
전시는 지난 10일 개막한 '사라지고, 살아지고'. 이번 전시는 그동안 축적해온 5·18민주화운동 자료를 '여성'을 주제로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선별해 선보이는 자리다. 증언 영상, 실물 자료 등으로 구성되는 아카이브 전시다.
그동안 5·18은 무고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국가폭력이란 점에서 책임자 처벌이나 진상 규명을 위해 사건 중심의 자료 발굴, 수집 등이 이뤄져 와 대부분 증언이나 자료는 남성 중심의 시민군의 활동을 토대로 전개돼 왔다. 이에 따라 80년 5월의 여성에 대한 기록은 주먹밥을 만들어 나누던 시장 상인들의 활동상이나, 무참히 살해되거나 부상 당한 피해 정도 등이 중심이 됐다.
이번 전시는 앞서 수집된 기록에 의해 5·18 당시 여성들의 활동이 자칫 '보조적'으로 비춰졌음에 주목, 여성들의 주체적 역할과 그 이후 진상 규명 등을 위해 이들이 연대해 온 활동상을 재조명한다.
전시는 크게 4개 섹션과 에필로그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항쟁 당시 사진 속 숨겨져 있는 여성들의 활동을 확인하고 관련한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역사에서 '사라진' 여성들을 다시 불러온다. 두 번째 섹션은 5·18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증언을 영상으로 재구성해 선보이며, 세 번째 섹션은 기록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여성에 대한 가족, 어머니와 같은 이미지를 살펴보고 이미지가 만들어낸 시선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본다. 네 번째 섹션은 80년 5월을 전후해 여성들이 펼쳤던 활동에 대한 자료를 선보인다.
에필로그는 항쟁 당시 송백회가 만들었던 리본을 만드는 체험으로 꾸려졌다. 송백회는 1970~80년대 반독재 투쟁을 위해 여성들이 결성한 사회단체로 80년 5월 당시 검은 리본을 만들어 피해 당한 시민들을 함께 애도하며 시민들의 연대를 이끌었다.
박진우 5·18기념재단 연구소 실장은 "진상규명 과정에서 80년 5월 여성들이 겪었던 고초들이 드러나고 올해 전옥주 선생님이 사망하는 일들을 마주하며 그동안 여성을 주제로 전시를 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1년 전부터 기획한 전시인데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의 활동이 조명된 자료 등이 굉장히 적어 어려움을 겪는 등 여성에 대한 주목이 너무 적었다는 것을 더욱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실장은 "이번 전시를 5·18 여성을 조명하는 첫 전시라 생각하고 연속해서 의미를 부여해보려한다"며 "이 전시가 우리 재단이 아니더라도 많은 곳에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돼 5·18 여성과 관련한 전시 뿐만 아니라 연구나 교육 등이 더욱 활발히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전시실에서.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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