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성인식 단면 보여주는 리얼돌 관련 전시
'내 여자친구는 리얼해' 주제로 다큐멘터리 영상
청년예술인들이 문화예술계 진입을 위한 힘찬 걸음을 한 발짝씩 내딛고 있다. 광주문화재단의 '생애최초 청년예술인창작지원'이 이들에게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어서다. 과거 어떠한 지원도 없고 아직 예술인으로서 미완의 길을 걷고 있는 청년예술인만을 대상으로 창·제작 활동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지원 규모가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7명의 청년예술인에게 무대, 전시 등 기회가 주어졌다. 음악, 연극, 전통예술 등 분야에서 청년예술가로서 첫 발돋움을 시작한 7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봤다.
청년예술인창작지원을 받은 오정선(23)씨는 시각예술(영상) 분야 신진 작가다. 그는 조명받지 못하거나 잊혀지고 있는 사회적 이슈를 발굴·조명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영상업에 뛰어든 이유도 영상을 통해 이러한 이슈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정선씨가 최근 선보인 '내 여자친구는 리얼해'란 주제의 전시도 그의 관심사 중 하나인 '리얼돌'을 소재로 기획됐다. 전시를 통해 리얼돌 유통이 여성의 삶에 어떤 식으로 피해를 끼치는지 적나라게 보여줌으로써 기형적인 형태의 성인식과 편향적으로 치우쳐 있는 성문화를 알리고 바로 잡기 위한 시도였다.
정선씨는 "재판부가 2019년 한 성인용품 업체의 리얼돌 수입 허가 요청에 손을 들어준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이번 전시는 리얼돌 유통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그릇된 성인식을 바로잡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의 작은 한 걸음으로 인해 사회가 간과하고 있던 성문제 등 어둠 속에 있던 것이 빛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지난달 22~24일 이틀간 복합문화공간 '산수싸리'에서 열렸다.
작품은 프로젝션 맵핑 기법으로 구현됐다. 전시장 곳곳에는 바비 인형 등 오브제(사물)가 배치됐다.
작가는 작품과 관객의 상호작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오브제 기반 인터랙티브 맵핑을 시도했다. 관객이 오브제 근처에 다가가면 사전에 설치된 깊이 카메라가 데이터값을 수집하고, 한편에 있는 프로젝션에서 리얼돌 관련 다큐멘터리 영상이 나오는 식이었다.
일반 인형과 리얼돌을 동시에 접한 관람객에게 리얼돌의 문제점 관련 인터뷰가 담긴 다큐멘터리 이미지와 사운드를 보여주며 '낯선' 정서를 형성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됐다. 또 가상과 현실의 이질적인 충돌을 통해 불편한 젠더관념을 표현하고자 했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통해 리얼돌 유통의 발자취를 따라가보고, 찬반 의견이 갈리는 지점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정선씨는 "평소에 유심히 지켜보던 리얼돌 이슈를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청년예술인창작지원 기회가 주어져 작품을 한데 모아 전시까지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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