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4일 광주예당 소극장서
서서평 선교사의 양자 이야기
근현대사 드라마틱하게 담아
광주의 근현대사를 짚어보며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갔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연극 무대가 펼쳐진다.
광주시립극단이 제23회 정기공연 '양림 in 광주'를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 무대에서 선보인다.
'양림 in 광주'는 광주시립극단 제1회 창작희곡 공모 당선작이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입체낭독공연으로 관객과 전문가들을 만나 호평을 받았던 '양림'을 원광연 예술감독이 각색, 취임 후 첫 연출작으로 올리는 작품이다.
작품은 일제강점기부터 6·25 사변까지 광주 양림을 배경으로 한다. 조선의 성녀 테레사로 불리는 서서평 선교사의 양자인 미감아(병에 감염되지 않은 아이) 요셉을 주인공으로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서평 선교사는 양림에 터를 잡고 한센병 환자들과 여성, 고아들을 구제했다.
서서평 선교사에게 입양된 요셉은 양어머니를 잃은 후 방황하다 태평양 전쟁에서 한 팔을 잃고 고향에 돌아온다. 해방 후 이념의 대립 속 서로를 죽고 죽이는 상황에서 요셉은 갈등하고, 6·25 전쟁이 일어나 마지막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버림받은 자가 구원자가 되어 돌아오는 성서의 창세기 요셉의 이야기와 닮아있다.
작가적 상상력과 탄탄한 서사가 어우러진 광주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굵직한 드라마를 선보이게 될 이 작품은 2022년 '양림' 낭독극을 연출했던 원광연 예술감독과 극단 유피씨어터 김하정 대표가 다시 공동 연출한다. 지난 6월 광주시립극단 제3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원광연 예술감독은 한국연극협회 광주지회장을 역임했으며 2010, 2012, 2016년 광주연극제 광주시장상, 2022년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공연은 13세(중학생)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으며 러닝타임은 100분이다. 티켓 가격은 전석 1만원이며 예매는 광주예술의전당 누리집과 티켓링크를 통해 가능하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광주정신 확장하는 기지국됐기를" 첫번째 광주파빌리온을 기획한 안미희 감독. "광주정신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동시에 광주의 지역성을 보여주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무등' 밖엔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이보다 더 적절한 키워드는 없다고 봤죠."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광주관의 첫 감독으로 전시를 선보인 안미희 감독은 지난달 26일 이번 광주관의 주제로 '무등'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지난 1일 막을 내린 이번 광주관은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주제 아래 펼쳐졌다. 광주의 근간을 무등으로 보고 무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적, 공간적 개념을 넘어 펼쳐냈다. 무등산에서 온 무등을 안 감독은 평등이라 해석했다.그는 "무등이란 말이 말 그대로 '등급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나아가 '등급을 논할 수 없는 차원'의 경지를 뜻하는 것이 무등이라고 봤다"며 "사실 광주정신은 현 시대 전세계인들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인데 이것을 광주에만 한정해 바라보다 보니 확산이 어려웠던 것으로 봤다. 이러한 광주정신이 좀 더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랬고 이를 전시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안 감독은 광주정신의 확산, 미래지향성을 위해 전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신경 썼다.광주정신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무등'이란 키워드를 통해 은유함과 동시에 미래 세대인 오월 바깥 세대의 의식과 시각을 담아냈다. 80년 5월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작가 뿐만 아니라 기획자 등과 함께 하며 전시를 풀어나갔다. 젊은 세대와의 협업은 이 자체만으로도 광주파빌리온의 레거시가 될 것으로 기대케 한다.또 안 감독은 다양한 영역의 지역 인물들과 협업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무등'에 접근했다. '무등'에 대한 자료 등을 수집하는 실증적 접근으로부터 출발해 이것이 광주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기초조사를 연구 콜렉티브인 무등스꼴라와 함께 했으며,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기획자들과 함께 '무등'에 대한 해석 가능성과 광주 5월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극복하기 위한 자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집담회 '월간 무등'을 운영하기도 했다.지난 9월7일부터 12월1일까지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광주관 전시 전경.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타이틀로 열린 이번 전시는 첫 광주파빌리온이었다.이 과정에서 지역 언론인과의 협업도 이루어져 눈길을 끌었다. 홍보 등에 집중된, 관습적으로 행해져 온 언론과의 협업 양태를 떠나 언론 환경에서 가능한 '무등'에 대한 접근이 이뤄졌다.안 감독은 "현대미술은 동시대를 보여주는 것인데 미디어야말로 동시대 이슈를 다루는 영역이기에 이같은 방식을 진행하게 됐고 이번 전시에서 그 역할이 상당히 컸다"며 "사실 나에게도 생소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처음 기획을 할 때부터 미디어와의 협업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이렇게 탄생한 작품 '당신의 무등'은 '무등'을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시민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광주시민들에게 상징적인 단어로만 치부됐던 '무등'이란 키워드가 우리 삶 속에 얼마나 스며있는지를 살펴봤다. 이는 전시장의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었지만 무등일보 지면과 유튜브를 통해서도 시민과 교감, 무등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퍼뜨렸다. 광주 시민이 우리 주변에 광주 정신이 다양한 모습으로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 광주 정신이 '어려운 것' '나와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인지하게 했다.그는 이번 광주파빌리온이 광주정신이 퍼져나가는 하나의 '기지국'이 됐기를 바랐다.안 감독은 "광주 정신이 다양한 주파수로 확산되기를 원했고 그래서 다양한 세대, 주체와의 협업을 가졌다. 멀게만 느껴졌던 '광주정신'이라는 것이 사실은 우리 일상 속에 있는 것이고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가치임을, 이러한 것이 광주의 정체성임을 말하고 싶었다"며 "이와 동시에 이처럼 중요한 광주 정신이 전세계로 확산이 되어야하고 이것이야말로 동시대적인 실천이라고 말한 자리였다. 많은 시민과 광주파빌리온 관람객이 이처럼 느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안미희 감독은 지난 2005년부터 12년 동안 광주비엔날레 재단에서 전시팀장, 정책기획팀장으로 일하며 광주의 미술현장을 누볐다. 이후 한국국제교류재단 글로벌센터 사업부장을 거쳐 경기도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이번 광주파빌리온 기획은 공모를 통해 선정, 감독으로 참여하게 되며 이뤄졌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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