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만 고집하는 주인장 "제일 맛나"
냉동 3일 살 분리해 해동한 뒤 냉장숙성
회부터 부레껍질, 알감치, 매운탕까지
분위 따라 고유의 맛 살리는 게 '노하우'
초복, 중복, 말복에 보양식으로 가장 많이 찾는 생선이 민어(民魚)다. 국민들이 선호하는 물고기라 해서 '민어'라 부르며, 제사상에 꼭 올리는 귀한 고기로 여겨왔다. 여름이 제철로 '복더위에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더위에 지친 기력회복에 최상의 보신식품이다.
목포시에서 지정한 9미(味)는 세발낙지, 홍어삼합, 민어회, 꽃게무침, 갈치조림, 병어회(찜), 준치무침, 아귀탕(찜), 우럭간국이다. 당당하게 민어는 9미 중 세 번째에 들어간다. 민어는 목포를 찾는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이기도 하며 제철인 지금 이맘때 잡히는 민어가 가장 맛이 있다. 목포 홍어는 관광객들의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있지만 민어만큼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도 가리지 않는다. 목포의 웬만한 식당에서 홍어를 취급하는 식당은 손꼽을 정도지만, 민어를 취급하는 식당들은 많다. 특히 구도심에는 민어 거리가 형성돼 있다.
조선시대 어류도감인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민어를 면어라고 하고 그 속명을 민어라고 했으며, 민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큰 것은 길이가 4∼5자이다. 몸은 약간 둥글며 빛깔은 황백색이고 등은 청흑색이다. 비늘이 크고 입이 크다. 맛은 담담하고 좋다. 날 것이나 익힌 것이나 모두 좋고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 부레로는 아교를 만든다. 흑산도 바다에는 희귀하나 간혹 수면에 떠오르고, 간혹 낚아서 잡는다. 나주의 여러 섬 이북에서는 5∼6월 그물로 잡고 6∼7월 낚시로 잡는다. 그 알주머니는 길이가 수 자에 달한다. 젓갈이나 어포가 모두 맛이 있다. 어린 새끼를 속칭 암치어라고 한다."
민어는 일제강점기부터 전남 신안군 재원도와 임자도 근해가 최대 산지로 주목 받았고, 현재도 바로 인접한 증도면 지도읍 신안북부수협어판장의 민어 유통량이 최고다. 목포에서 민어를 취급하는 식당들의 대부분은 목포위판장이나 지도의 신안북부수협에서 공급받는다.
기자는 목포의 민어거리에 위치한 유림횟집(73·대표 김양미)과 목포아낙네(49·대표 김미성) 식당을 자주 들른다. 친구의 소개도 있었지만, 철 따라 다르게 나오는 맛깔스러운 반찬과 민어 맛에 반해서 자주 찾는다.
모친이 유림횟집을 42년 동안 운영해 왔으며, 딸 미성씨는 목포아낙네라는 상호로 2년 동안 주인장을 맡고 있다. 처음에 미성씨는 비어있는 옆집 가게를 구입해 목포아낙네라는 상호로 김치 장사를 하려고 문을 열었으나, 여의치 않아 민어집으로 바꿔 상호가 두 개가 됐다고 한다. 가족회의에서 유림횟집으로 통합하려고 했으나 목포아낙네라는 상호도 어울리는 것 같아서 두 상호로 민어집을 나란히 운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4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림횟집의 상호보다는 새롭게 출발하는 큰딸 미성씨의 자존심이 걸린 목포아낙네라는 상호가 더 어울릴 법 하다. 미성씨 말을 빌리면 유림식당은 엄마가 전수하는 민어 요리의 교습소이고, 목포아낙네는 미성씨의 민어요리 무대라고 한다. 유림횟집과 목포아낙네는 한집같이 좌우로 문이 나란히 있다. 유림횟집에서 조리된 모든 민어회는 목포아낙네로 공급되고, 목포아낙네가 손님이 많으면 유림횟집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수입은 유림횟집 사장 주머니로 들어가는지 딸의 주머니로 들어가는지는 노코멘트다.
민어는 다 자라면 길이 90㎝ 이상, 무게가 10㎏ 이상 나가는 대형 생선이다. 비늘이 두껍고 커서 조리도 쉽다. 흰살 생선인 만큼 비린내가 거의 없고 맛이 진하지 않으며 담백하다. 맛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도미·참조기도 민어 앞에선 꼬리를 내린다. 민어의 암놈은 암치라 하고, 민어의 수놈은 수치로 한다. 민어 새끼를 통치라 한다. 민어를 판매하는 상인들은 대략 1㎏ 이하의 민어를 통치라 한다. 1∼2㎏의 민어는 소민어, 3㎏ 이상을 민어 횟감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통치는 말려서 구워 먹기도 하고 찜으로도 먹는다.
민어 성수기 철이 지나면 민어가격이 하락한다. 이때 구입한 민어를 볕에 말려 쪄서 먹으면 술안주로는 최고다. 찜으로 먹는 민어는 겨울 볕에 말린 것이 최고라고 한다. 홍어는 암치가 맛이 있고, 민어는 수치가 맛이 있다고 한다. 민어 암치의 민어살은 살이 퍽퍽하며 수치 민어살은 감칠맛이 난다. 민어 수치 가격은 암치 가격 보다 약 2배가 비싸며, 민어 암치의 민어살은 주로 민어전으로 시용된다.
유림식당에서는 8∼10㎏ 수치 민어를 고집한다. 42년 동안 운영해 온 주인장의 고집이다. 주인장은 어판장에서 구입한 민어를 약 3일 동안 얼음에 묻어 전용 냉동고에 저장하고, 전용도구로 얼음을 헤집고 꺼내 민어살을 분해한다. 민어회 살은 해동지에 1일간 냉장고에 넣어 숙성시키면 감칠맛이 난다.
민어회 썰기는 회를 써는 방법과 별다르지 않다. 주인장은 민어 썰기는 결에 있다고 한다. 뱃살의 좁은 부분은 칼로 어슷썰기를 하고, 가로로 적당하게 자른 민어살은 다시 세로로 회를 뜬다. 이렇게 썰면 민어의 풍미가 느껴진다고 한다. 그날 그날 주인장의 기분에 따라서 가로 썰기냐 세로 썰기냐의 방법이 달라지지만, 42년의 노하우가 민어의 고유한 맛을 결코 저버리지는 않는다. 다른 민어 집에서는 썰어 놓은 양배추 위에 회를 올린 접시가 나오지만, 유림식당은 투박하게 썰어 놓은 민어회가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거꾸로 놓은 그물 무늬의 시커먼 민어 뱃살은 민어회의 포스를 느끼게 한다. 쫄깃한 회맛만 즐겨왔던 사람들은 민어의 회맛은 별로 일지도 모른다. 숙성 시킨 민어회는 입안에 들어가면 감칠맛이 나고, 민어 뱃살은 오돌오돌한 맛이 난다.
사람들은 상추나 배추, 깻잎에 민어회 살을 얹어, 초장이나, 된장 쌈장, 마늘, 청양고추를 얹어 즐기지만 개인적으로 민어회는 다진 마늘, 깻가루, 참기름을 넣은 쌈된장에 찍어먹은 것이 최고다.
민어 맛을 느끼는 민어 마니아들은 쌈으로는 즐기지 않는다. 채소는 민어 맛을 반감시킨다. 회를 먹고 나면, 탕탕탕 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마치 방망이질 소리처럼 들린다. 주인장이 알감취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소리가 잠잠하면 부레와 살짝 데친 민어 껍질, 부레, 알감치가 한 접시가 나온다. 살짝 데친 민어껍질은 꼬들꼬들하고, 민어의 부레는 질길 것 같지만 씹으면 부드럽고 고소하다.
민어 껍질과 부레살은 천일염에 참기름, 깻가루를 넣은 기름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 난다. 알감취는 민어의 아가미살과 볼테기살을 도마에서 칼로 다져, 마늘, 소금, 참기름을 넣은 맛깔스러운 맛이 나는 민어의 다진살이다. 마치 모양이 동그랑땡처럼 보인다. 알감취 살은 주인장 딸 미성씨의 한 주먹 만큼 나온다. 알감취는 민어의 아가미살과 볼테기살을 합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민어살의 일부는 매실엑기스와 초장과 식초를 버무린 민어회 무침으로 입안에 들어가면 부드럽고 달달한 맛이 난다. 민어전은 가격이 싼 암치살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전을 부친다. 민어전이 입속에 들어가면 숙성된 민어살의 육즙이 민어살에서 베어 나온다. 동태살과 비슷한 맛을 낼 것 같지만 맛에 있어서는 동태살과 대구살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급 생선전이다.
민어머리와 민어 뼈를 끓여 우려낸 국물에 고춧가루, 쑥갓이 들어간 매운탕은 게미가 있다. 목포를 찾는 관광객들은 민어회를 많이 찾는다. 민어요리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복달임 요리로는 최고다.
천기철기자tkt777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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