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히고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 정신없이 달리면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코로나19는 지구촌 모두를 일시적이지만 닫고 멈추게 만들었다.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그래서 새삼스럽게 보이는 것들도 많다. 코로나 이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그런 성찰과 반성의 토대 위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감추어진 것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를 변화와 변혁의 원동력으로 여기고 새로운 가치관과 이념으로 무장하는 각성의 계기로 삼는다면 이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다. 자본과 이익추구에 집중했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을 포함하여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극단적 국가주의의 만연 그리고 속절없이 오염되고 파괴당하고 있는 자연 환경에 이르기 까지 이 시대 지구촌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초기에 미국과 유럽 등 이른바 선진국들에 집중되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국가들이 앞다투어 상호 배려와 존중 그리고 관계성과 같은 공존의 가치보다는 효율성과 성장을 추구하는 자국이기주의에 기반한 정책으로 일관해 왔던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함께 협력하면서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그야말로 글로벌한 성격을 지닌 질병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은 우리 사회에도 그동안 관행이나 전통으로 여겨왔던 많은 일들에 대한 점검의 기회를 제공했다. 펜데믹 초기에는 사회 전체가 당황하고 혼란스러웠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기도 하고 또 감춰졌던 여러 문제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학교였다. 항상 열려있어야 할 학교가 뜻하지 않은 일로 닫히는 초유의 사태는 학생, 학부모, 교사와 교육당국에 이르기까지 불편하다 못해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실제로 기초학력 저하와 대면교육의 단절로 인한 교육질 하락 등 많은 문제들이 노출되었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의 활성화로 인한 새로운 교육 시스템 구축이라는 의외의 소득을 거두기도 했다. 고질적인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일부 해결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유권자들을 찾아 몰려다니는 패거리 정치를 멈추고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토론하고 정책으로 승부하는 효율적인 정치문화 조성에도 기여했다. 펜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실업자가 급증하고 도산하는 기업이 느는 아픔도 겪었지만 배달문화의 확산으로 인한 새로운 시장 창출의 계기도 제공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시대로의 급격한 이동일 것이다. 물론 펜데믹 이전부터 이미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진행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는 이를 가속화 했다. 스마트폰이 디지털 문화를 실현하는 미디어이면서 24시간 개인과 세상을 연결해 주는 라이프 플렛폼이고, 새로운 시공간을 느끼게 하는 신체의 일부임을 체감하게 만들었다. 네트워크 문화로의 이행도 마찬가지이다. 개인간의 관계는 공간의 제약없이 무한히 늘어날 수 있고, 일대일에서 다대다로의 관계로, 실시간의 면대면이 아닌 비대면의 비대칭 관계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디지털 시대 인간은 자연스럽게 개인의 익명성, 즉흥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욕망을 확대할 개연성이 커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를 잘 통제하지 못하면 윤리적, 사회적 일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코로나19 펜데믹은 디지털 시대를 올바르게 살아갈 방법과 지혜를 익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김기태 시사문화평론가·언론학 박사 / 전 한국지역언론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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