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토끼의 해가 밝았다. 토끼는 다산의 상징이자 지혜로운 동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생존 능력도 뛰어난 편인데, 전래동화는 물론 세계 여러 지역의 토픽에서도 토끼의 뛰어난 생존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가령 1788년 영국에서 호주 시드니로 옮겨 간 5마리의 토끼가 현재 2억 마리까지 증가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산의 상장인 토끼의 해를 맞아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길 희망해 본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960년 가임여성 1인당 5.95명을 기록했으나, 2018년 0.98명을 기록하며 1명 미만으로 떨어진 이래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아직 2022년 확정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2021년의 0.81명보다 더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인구절벽, 지방소멸 등 험악한 용어들이 등장하면서 인구정책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아닌지 걱정된다. 어떤 이는 현재의 인구문제가 지구온난화 문제와 비슷하다고도 얘기한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당장에 손을 쓸 수 없고 정책효과도 매우 더디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책당국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구문제도 지구온난화 문제처럼 심각한 상황이지만, 그동안 투입된 예산과 정책에도 효과가 크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국민의 관점과 정부의 초우선적 관심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감소 문제는 곧 수도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기준으로 합계 출산율이 1을 넘는 지역은 세종시와 전라남도뿐이다. 서울은 0.626, 인천은 0.778, 경기는 0.853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수도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비수도권에서 태어나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출산율이 곤두박질치면, 수도권으로 이동할 인구도 점점 더 줄어들 것이고 수도권 인구도 감소하는 미래가 머지않을 것이다.
그래서 출산율이 그나마 높은 비수도권 지역에 집중적인 지원과 재정지원 투자가 필요하다. 다행히 지난해 중앙정부에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연간 1조원 규모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도 제정되어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각종 특례도 도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예산 규모 측면에서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고, 지역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특례도 상당 부분 누락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국가적 비상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인구감소 낙후지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특례, 중소기업 조세 특례 등이지만 상당수가 입법 과정에서 제외되었다. 아울러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시범지정운영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한편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은 몇 년 전부터 생존 전략 차원에서 스스로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이른바 초광역 협력 전략이 그것이다. 비록 민선 8기 들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 부울경 특별연합을 시도하였고, 충청권이 힘을 합해 2027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유치하면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까지 연구해 나가고 있는 것이 그러한 시류를 반영하고 있다.
광주전남도 광역적 협력을 통해 다른 지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립적 경제권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민선 8기 들어 공동으로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AI 반도체 특화단지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포함해 공동의 미래산업 육성 등 함께해야 할 많은 사업이 많이 있다. 인구 급감 시대에 지역 스스로 규모화를 꾀하고 힘을 합치면서 기회발전특구와 같은 국가 지원을 끌어낸다면 인구소멸 위기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경제를 광주전남이 선도하는 시대도 머지않을 것이다.
별주부전에서 토끼는 용궁에 붙들려가 죽을 위기를 겪었지만 꾀와 재치로 모면하였다. 지난 세월 동안 고착화 된 수도권과 경부 축 이제 충청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이 국토 불균형과 최근의 3高까지 겹쳐 우리지역의 인구감소와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겠지만, 시도민들과 자치단체가 힘을 합치고 중앙정부의 정책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박재영 광주전남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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