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남영전구 광주공장에서 집단으로 수은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본사가 공장폐쇄를 결정하고 형광등 제조시설을 철거하던 중 작업에 투입된 일용직 근로자들이 대량의 수은에 직접 노출된 사건이다. 파이프를 자르면 은색으로 반짝이는 액체가 쏟아져나왔고, 근로자들은 그것이 맹독성을 지녔다는 것도 모르는 채 바닥에 굴러다니는 액체를 손으로 쓸고 발로 굴렸다. 본사는 작업자들에게 공장 내부에 수은이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고, 근로자들에게 안전장비도 주지 않았다. 피재 근로자들은 2차례에 걸쳐 하청을 받은 업체로부터 일용직으로 고용된 사람들이었다.
2018년, 김재순씨는 직장에서 폐기물 파쇄업무 중 파쇄기에 낀 철근을 빼내려 기계 위에 올라갔다가 기계 안으로 빨려들어 사망했다. 2인 1조로 작업해야 한다는 수칙도 소용없었다. 기계를 멈춰줘야 했던 동료는 다른 일을 하느라 자리를 비우고 있었고 고인 스스로 기계를 멈출 수 있는 리모콘이나, 하다못해 잡고 버틸 안전바조차 없었다. 고인이 근무했던 조선우드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었다.
그리고 2021년 여수. 홍정운 군은 혼자 바닷속에 들어가 선박에 붙은 따개비제거작업을 하다 차가운 바닷속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고인은 잠수자격증이 없었고,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자꾸 물 위로 떠오르는 고인을 보고 선박업체 대표가 건넨 납벨트가 고인을 바닷속으로 끌어당겨 손쓸 틈도 없이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상시 고용된 전문인력이 아니라 특성화고교를 다니던 교육생이었다.
위 세 가지 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용직,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자, 교육생. 모두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와 감독기관이 사전에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곳은 대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당시 소규모사업장에 대해 일정 기간 적용을 유보했다. 영세 사업장은 규모도 적고, 관리할 인력은 부족하며, 안전시설을 갖추도록 강제하기에는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다.
그러나 근로자 사망사고는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 일용직, 하청노동자 등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다. 중대재해 사망의 83%는 하청노동자이며, 50인 미만의 소규모 중소기업에서는 1년에 800명씩 추락하고 끼이고 부딪히며 사람이 죽어나간다. 광주·전남의 사정 역시 다르지 않다. 광주의 제조업 종사 기업은 50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가장 위험한 곳이 가장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동은 삶의 핵심적인 부분이며, 우리 지역을 받쳐주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지역 노동자들이 하고 있다. 남영전구 일용직 근로자들, 김재순, 홍정운 모두 광주·전남의 시민이고, 우리 지역의 토대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어간다. 지자체와 기업, 언론과 시민은 우리 지역의 토대를 지키고 안전한 시민의 삶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왔을까.
지역경제는 부흥되어야하고, 우리는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 역시 안전해야 한다. 사람이 살기 위해 경제도 먹거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전하면서도 풍요로운 우리 지역을 만들기 위해 언론과 시민이 파수꾼 역할을 해주기를, 그 과정에서 무등일보가 지역 정론지로서 한 축을 담당해주기를 바란다. 장은백 민변 광전지부 노동법연구회·법무법인 이우스 구성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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