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49대 51의 법칙

@한은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상임대표·전남대학교 교수 입력 2023.04.13. 16:52

지난 3월30일 정오, 전남대 교수들은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안'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명확히 표현하자면 '일제 강제동원 피해 제3자 변제 방안' 철회 요구이다.

전남대학교는 어두웠던 시대에 신념의 등대를 밝혀 국가가 가야 할 길을 비추어 왔다. 시대정신을 붙잡고 늘 고민했던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이번도 다소 늦었으나 적절한 때, 적절한 내용을 무겁게 말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교수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성명서이니만큼 참여인원 보다도 시의성을 우선시 했다. 다음 세대에게 거짓교육을 서슴지 않는 일본의 식민지 역사왜곡,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교과서 뉴스가 터졌었다. 성명서 발표 하루 전날 오후에야 교내 메일로 성명서 초안을 발송했다. 그리고, 객관적이고 학술적인 내용 검증을 위한 의견을 구했다.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밤새워 참여의사 답장을 받았고 242명 교수가 서명에 참여해주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식 밖의 결과이다. 국제 인권 기준이 강조하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마저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제동원 피해의 배상 문제는 단순히 금전적인 채권·채무 문제가 아니다. 인권위원회에서도 비판했듯이 인권침해 사실의 인정과 사과를 통한 피해자의 인간 존엄성 회복과 관련한 문제이다. 현재 젠더문제나 인종문제 등 약자의 사회적 평등화에 관한 문제 역시나 상식적인 사회가 되기까지는 피해자 중심으로 가는게 맞다고 본다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중단해야 한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수십년 싸움을 일방적 선언으로 묻으려 했다. 전범기업의 사과도, 출연도 없는 반쪽짜리 해법안은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만 안긴 2차 가해이다. '돈 주겠다.', '돈 싫다. 난 사과를 받고 싶은거다.' 피해자가 거부하는데 '괜찮다. 우리 방식으로 하면 다 좋아질게다.', '아니다. 나는 사과를 받고 싶다.' 그렇다면 그 사과에 무게를 두는 노력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 정부의 외교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49대 51의 법칙'이 있다. 100을 누군가와 나눠야 한다면, 우선 절반인 50에서 1을 양보한 49를 내가 먼저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는 자연스럽게 51을 얻게 될 것이다. 내가 양보한 건 고작 한 개인데 상대는 2만큼 이익을 봤다고 생각하니, 양보한 분량보다 두 배의 기쁨을 느낀다는 인간심리인 것이다. 외교라는 것이 그런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먼저 다 내주고, '그러니까 나에게 잘하겠지' 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이 아니다. 외교는 국익을 위한 것이니, 국익의 최대공약수를 찾아서 해법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상안 발표 이후 정부와 여당은 일본에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다. 과연 가능할까? 일본 정부가 지난 28일 승인한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 강제동원에 대해 강제성을 희석하거나 부정하는 내용으로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승인이 발표되었다. 왜곡된 역사 인식이 얼마나 노골적인가? 일본 정부가 올해 상반기 중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원전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한다고 예고한 것도 초읽기에 들어서 있다. 정화 처리된 오염수 방류는 안전하고,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은 문제없다며 홍보에 주력하고 있지 않은가? 얼마나 거짓인가? 여기에 독도 문제의 논란까지 첩첩 산중으로 심상치 않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도 국민들의 생각과 지식인들의 철회 촉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 교수와 학생들의 비상시국선언이 이어지면서 친일 굴욕외교 반대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의 미래 삶을 구성하고 지향해야 할 방향과는 어긋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국정 외교 선택의 비판은 이어질 것이다.

한편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신시장주의 교육부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였고, 4월19일까지 전국 교수와 연구자의 1만명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소질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목소리와 비판적 대안을 담고자 한다.

전남대학교 교수들은 이를 정치적 접근으로만 해석하지 않고, 청년들이 이끌어갈 미래사회를 위한 역사관과 가치관을 함께 고민해 갈 것이다. 한은미 전남대 교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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