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칼럼] 호남의 미래, 이제는 우리 스스로 답할 차례다

@박정열 광주광역시 치과의사회 고문·박정열치과원장 입력 2026.08.05. 15:06
박정열(치과의사·대동고 이사장)

호남이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 광주·전남 통합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새롭게 그릴 국가적 프로젝트이자, 오랫동안 소외와 낙후를 감내해 온 호남이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돌이켜보면 국가 경제개발의 축은 오랫동안 경부축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 과정에서 호남은 상대적으로 산업기반 확충과 국가 투자에서 소외됐고, 지역경제는 침체를 반복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났고, ‘낙후된 지역’이라는 오명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광주·전남 통합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러한 역사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있다. 정부의 강한 추진 의지와 지속적인 관심은 호남 발전에 대한 기대를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다.

그러나 기회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반도체 산업은 안정적인 전력과 풍부한 용수, 우수한 인력을 갖춰야 가능한 국가 전략산업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계속 추진해야 하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원전이나 LNG 발전 등 현실적인 에너지 대책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용수 확보를 위한 댐 건설이나 기존 댐의 증고 역시 환경 보전과 주민 보상이라는 과제를 동반한다. 환경의 가치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또한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갈등을 피하기보다 합리적인 대안과 충분한 보상을 통해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하나 우리가 반드시 돌아봐야 할 것이 있다. 호남은 오랫동안 정치적 편견과 지역적 선입견 속에서 평가받아 왔다. ‘산업 기반이 약하고 기업하기 어려운 지역’, ‘노사 갈등으로 투자 부담이 큰 지역’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된 측면도 있었다. 이러한 인식이 모두 사실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외부의 시선 속에 그런 고정관념이 존재해 온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는 그 편견을 우리 스스로 깨뜨려야 한다.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노사와 지역사회가 상생의 문화를 정착시키며,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소지역주의나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또 한 번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순한 공장 유치 사업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일자리와 지역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미래 산업이다.

더 나아가 이제는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기업을 환영하고, 상생과 협력을 약속하며, 지역의 미래를 위해 하나로 뜻을 모으는 모습을 전국에 보여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지역 각계가 함께 참여하는 ‘호남 미래 도약 결의대회’와 같은 범시도민 운동을 통해 “호남은 변화를 선택했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국민과 기업에 전할 필요가 있다. 먼저 변화하려는 우리의 의지야말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자 신뢰를 얻는 첫걸음이다.

역사는 기회를 자주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 호남 앞에 놓인 기회는 지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역사적 도전이다. 과거의 상처를 되새기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갈등보다 통합을, 반목보다 협력을, 이념보다 실용을 선택할 때 호남은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새로운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다. 호남의 미래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다.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답해야 할 때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