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6개월…'반전카드' 절실하다

입력 2023.07.04. 18:29 선정태 기자
관심유도 노력 불구 초반 흥행 부진
절차 복잡·홍보 제약…정착 걸림돌
지자체, 모금액 적어 사용처 못정해
절차 간소화·법인참여 등 개선 필요
야구장을 찾은 고향사랑기부제. 농협광주본부 제공??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6개월

지난 1월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가 발걸음을 뗀지 6개월이 지났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기부를 통해 관계인구 형성의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으며 출발했다. 지자체들은 초반 흥행을 위해 시작부터 지역 출신 경제인과 연예인을 중심으로 최고액 기부를 이어가며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기부 행렬은 시들해지고 있다. 기부 문화 정착과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부의 번거로움을 개선하고 제도를 널리 알릴 수 있게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 제도 모르고, 방법도 복잡해… 초반 흥행 부진

전남 지자체들은 지난해부터 답례품을 준비하는 등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을 대비했다.

지자체는 시행 초반 답례품을 지역 농특산물을 중심으로 구성했다가 체험권과 숙박권 등으로 확대했다. 보다 많은 기부로 이어질 수 있게 기부자들의 선택권을 늘린 것이다 . 또 고액 기부자들을 예우하기 위해 명예 전당 등을 설치하며 대대적인 홍보를 이어갔다.

시행 6개월, 초반 흥행은 부진한 편이다.

상당수의 지자체들이 비공개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모금액과 정확한 인원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난달 말까지 최대 1천명, 금액으로는 수억원 수준으로 추측되고 있다. 특히 지난 1~3월까지는 고액 기부자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후 전액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10만원 기부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0만 원 참여로는 지방재정을 안정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마저도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모금액의 지역별 편차도 심하다. 출향민이 많은 지역은 수억원대지만, 인구가 적은 지자체는 수천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양정숙 더불어민주 의원이 행정안전부 자료를 근거로 137개 시군의 고향기부제 실적 자료를 보면 소수의 지자체만이 수억 원의 모금액을 확보했을 뿐, 대다수 지자체의 모금액은 수백, 수천만원에 불과하다.


◆기부 복잡하고, 홍보 제약 심해

초반 흥행이 부진한 이유는 규제 중심으로 설계된 홍보 방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행법은 지자체가 일부 광고매체를 이용한 홍보만 하도록 허용할 뿐 전화·서신·문자메시지는 물론 향우회 등을 통한 기부 권유도 제약한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강요로 비칠 홍보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제도를 시행하고 이를 홍보하는 것을 막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복잡한 기부 방식도 문제다.

고향에 대한 애착이 강해 기부자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70대 이상 고령층이 디지털 접근·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시행 초기 '고향사랑e음'을 통해 기부하려면 19단계를 거쳐야 기부금을 낼 수 있었다. 절차가 복잡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11단계로 줄였고, 6월에는 11단계의 과정 중 주소지 확인과 기부금액 확인 등을 한번에 줄이는 등 7단계로 줄였다.

기부자를 개인에 한정한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향우회·동창회 등 법인이나 단체도 기부할 수 있어야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취지에 맞다는 의견이다. 한도액을 올리거나 해제하자는 의견, 전액 세액공제 금액을 상향 시키자는 목소리 등 제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고향사랑기부제 포스터?

◆ 관계인구 늘릴 '킬러 콘텐츠' 부족

고향사랑기부제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기부자에게 지역 농수산물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해 지역경제 활성화 역할을 한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궁극적으로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제도의 도입 이유다.

모든 지자체가 지역 특산물 또는 가공품, 상품권 등을 기부 금액에 맞춰 답례품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기부자들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관계 인구'로서 경험을 남길 수 있는 관광상품권도 눈에 띈다. 특히 영암군의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데이트권과 F1 체험권 등은 이색적인 답례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몇 가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한 답례품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지역특성에 맞고 차별화된 답례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부 유입 역할을 하는 답례품이 지자체마다 비슷해지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답례품을 개발하는 것이 제도 활성화에 한몫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심미경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고향사랑기부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기금 운용의 공시·모니터링·성과 평가 등이 수반돼야 한다"며 "기부자 유치 확대를 위해서는 지역에 애착과 관심을 키울 수 있는 지역 행사 참여, 지역 방문 등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심 연구위원은 "답례품은 계절적 영향에 민감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품목을 선정, 지역 농어민과 소상공인에 실질적 효과가 발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2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