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상강

@이윤주 입력 2020.10.20. 18:45

가을이 날로 깊어가고 있다. 며칠 뒤면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10월23일)이다. 상강은 24절기 가운데 18번째 절기다. 입추로 시작한 가을의 마지막 절기이기도 하다.

상강 즈음이면 기온은 차가워지고 하늘은 높아만 간다. 쾌청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밤에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서리가 내려앉은 아침 나절의 산과 들은 눈부신 햇살을 받아 하얗게 반짝거린다. 지표면에 있던 수증기가 엉켜 서리로 변하기 때문이다. 곧 겨울이 닥친다는 뜻이다.

제비류의 여름 텃새가 떠난 강과 들판에 기러기 같은 겨울 철새들이 찾아드는 시기다. 초목이 시들면서 풀벌레가 사라지는가 하면 겨울잠을 자기위해 벌레들이 땅으로 파고드는 때다.

기온이 더욱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농촌은 타작이 한창이다. 9월 들어 시작된 추수는 상강 무렵이면 마무리된다. 잘 익은 감을 수확해 껍질을 깎은 뒤 줄에 매달아 곶감으로 말리는 풍경을 농가 곳곳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누렇게 펼쳐진 들녘이 분주한 손길에 하나둘 맨살을 드러낼 즈음, 들녘을 감싸 휘도는 산들은 어느 사이 울긋불긋 가을단장으로 화려한 색 잔치를 벌인다.

마지막 가을을 불사르려는 듯 단풍은 절정에 이르고 국화도 활짝 피어 늦가을의 정취가 더할나위 없다. 절기에 따라 계절이 바뀌고 자연이 변하는 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신기하다. 그렇게 상강이 지나가면 해바라기 마른 대궁에 얼음꽃 피는 입동이다.

어느덧 한 해를 돌아보고 겨울을 준비해야 할 때다. 수확에 대한 기쁨과 울긋불긋 단풍에 설레였던 가을이 올해는 유난히 고즈넉하다. 코로나에 갇혀 무작정 계절을 흘려보내야했던 탓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심스레 한걸음 밖으로 나서보자.

아직 코로나에서 완전하게 탈출한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움츠렸던 어깨를 조금은 펼쳐도 될 듯 싶다.

눈만 뜨면 세상은 늘 어지럽게 돌아가는 듯 싶지만 한발짝 떨어져 돌아보면 살만한 이유들이 늘 다시 우리의 삶을 이어준다.

수확과 성찰의 계절, 잘 여문 곡식과 과일로 몸을 살찌우고 한껏 색을 채운 단풍과 높아진 하늘을 보며 마음을 채워보자.

조바심 내지 말고 가을을 즐기며 겨울을 준비하자.

이윤주 지역사회부부장대우lyj2001@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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