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천고마비(天高馬肥)'

@김대우 입력 2021.11.01. 15:37

'천고마비(天高馬肥)'는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활동하기 좋은 가을 계절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은 천고마비가 가을 날씨를 칭송하는 뜻으로 쓰이지만 본래는 공포의 고사 '추고마비(秋高馬肥)'에서 유래됐다.

고대 왕조인 은나라 때부터 중국 북방은 흉노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척박한 초원을 근거지로 유목생활을 해온 흉노는 물자가 풍부한 농경지대를 약탈해 기나긴 겨울 동안의 양식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무려 2천년 동안 흉노는 국경의 중국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가을만 되면 언제 흉노의 침입이 있을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중국 황제들은 흉노의 침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워낙 큰 골칫거리다 보니 춘추전국시대 연나라, 진나라, 조나라는 흉노를 막기 위해 각기 북쪽 변경에 장성을 쌓았다. 진나라의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면서 이 장성을 연결해 지금의 만리장성이 됐다.

천고마비의 계절답게 형형색색으로 물든 가을 유명산에는 높은 하늘을 벗 삼아 울긋불긋 단풍을 보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단풍은 계절에 따른 날씨의 변화로 식물의 잎이 빨간색, 노란색, 갈색 등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기온이 0도 가까이 내려가면 나무는 월동 준비를 하는데 줄기에서 잎으로 가는 물줄기를 차단해 엽록소 생산을 멈춘다. 그리고 잎 안에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을 만든다. 이 안토시아닌 때문에 잎이 빨갛게 변한다. 나무마다 단풍색깔이 다른 것은 엽록소나 색소성분과 양에 차이가 있어서다.

단풍은 산마루부터 시작해 계곡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온다. 산 정상에서부터 20% 가량 물들었을 때 첫 단풍, 80% 가량 물들었을 때를 절정기로 본다. 대체로 10월 하순에서 11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지난달 20일 첫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무등산은 오는 4일이 절정기로 예측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코로나와의 전쟁을 벌인 2021년도 어느덧 달력 두 장만을 남겨놓고 있다. 단풍으로 절정을 꽃피우고 낙엽으로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는 나무처럼 이제 우리도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 기세는 맹렬하지만 천고마비의 기운이라면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찬 상상을 해본다. 김대우 취재3부 부장대우 ksh43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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