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겨울연습

@최민석 입력 2021.11.21. 16:22

거리 곳곳에 계절의 무게를 감당 못한 은행잎들이 연신 쏟아져 내린다. 바람은 어느새 냉기를 품고 겨드랑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만추의 기운이 가득한 산하는 어느덧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겨울의 기운을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나무와 바람이다.

나무는 겨울을 대비, 부족한 양분을 보존하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으로 잎을 버린다. 그것이 낙엽이다. 이내 나무는 나목(裸木)이 된다. 그 다음은 바람이다. 여름은 덥고 습한 기운을 머금은 남서풍이 불지만 겨울은 냉기를 품은 북서풍이 분다.

우리 조상들은 북방민족인 오랑캐들이 사는 만주와 시베리아에서 부는 바람이라 해서 삭풍이라 부르기도 했다. 낮았던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풀을 뜯는다해서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명명한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겨울의 전령사는 첫눈과 철새다. 시베리아에서 순천만으로 날아오는 흑두루미와 기러기 등 온갖 철새의 군무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무렵이다.

사람들은 '첫눈'을 기다린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렇게 겨울이 둥지를 튼다.

겨울은 사계절 중 끝자락이다. 어느새 달력도 2장 밖에 남지 않았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19 팬데믹이 지구촌 80억 삶의 지형도를 바꾼지도 2년째를 맞았다.

마음 놓고 외출도 할 수 없었고 벗들과의 만남도 뜸해졌다. 오랜 만에 연락이 닿게 되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코로나 백신 맞았느냐는 물음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로 식당과 카페도 마음대로 갈 수 없었고 집밥이 물릴 때쯤엔 식어버린 배달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그 사이 미국에서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백악관의 주인이 됐지만 여전히 코로나 백신 의무화 등을 놓고 우왕좌왕하는가 하면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인한 혼란이 반복되면서 탈출 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빗장을 풀었던 영국과 독일 등 유럽은 다시 방역강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와 대만문제, 시진핑 장기집권이 노골화되면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국내에서는 여야 대선후보가 확정됐고 '위드 코로나'에 들어갔지만 환자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겨울을 향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돌파감염으로 인한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요소수 부족으로 인한 물류대란도 걱정이다. 장롱 속 코트를 꺼내입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할 때다.

최민석신문제작부부장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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