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X맨

@김현수 입력 2021.11.25. 15:16

2000년대 중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KBS '해피선데이'를 초토화 시킨 SBS 프로그램이 있었다. 개그맨 강호동, 유재석, 이혁재가 MC로 나선 'X맨'은 당시 경쟁 프로그램을 압도하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달렸다. X맨은 연예인들이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게임을 하고, 마지막에 X맨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방송 초반 출연진은 담당 PD로부터 '당신은 X맨이 맞습니다' 또는 '당신은 X맨이 아닙니다'라는 지령을 받는다. 출연진이 전화 받는 모습은 공개되지만, 내용은 무음 처리돼 시청자들도 어떤 출연자가 X맨인지 알 수 없다. X맨으로 지목된 출연자는 게임 과정에서 일부러 지거나 조금은 다른 행동을 취한다.

모든 게임이 끝난 뒤 출연진들의 투표로 선정된 X맨이 단상에 올라 인식기에 손을 대서 X맨인지 확인한다. 만약 X맨이 아닐 경우 찾을 때까지 이 과정은 반복된다. 출연진들이 X맨을 찾으면 출연진 이름으로, 찾지 못하면 X맨의 이름으로 상금이 기부된다.

X맨이 종영된 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이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존재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실책을 연발해 상대팀의 승리에 일조하는 선수를 X맨이라고 부르고 했다. 내부의 적이나 한 공동체 내부에서 분탕질을 일삼는 사람은 X맨으로 불린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최근 정치권에서 'X맨'이 소환됐다. 호남 출신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한 박주선·김동철 전 의원을 가르킨 것이다. 이들이 X맨인 논리는 간단하다. 이들의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가 호남과 호남향우회에 영향을 미쳐 '집토끼 결집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즉, 집토끼 결집을 위해 이들이 비난 받을 각오로 보수 진영으로 넘어간 X맨이라는 논리이다. 대선 정국을 맞아 갖가지 이야기들이 정치권에서 들려오지만 X맨을 들었을 때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치인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광주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고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지지하면 안된다고 강요하는 것도 무리다.

두 전 의원은 신념과 소신에 따라 윤 후보를 선택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정치적 선택이 대중들에게 X맨으로 인식될 만큼 우리 정치가 희화화 됐다는 상황이 안타깝다.

김현수 서울취재본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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