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제각각 나이는 역사 속으로

@도철원 입력 2023.01.08. 14:57

빠른 년생, 애먼 살…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생일이 빨랐던 1~2월생의 경우 초등학교를 7살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일명 '빠른 년생'인 1~2월생 중 생일이 음력 12월인 경우에는 '애먼 살'이라고 해서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것으로 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빠른 년생'들의 삶은 학창 시절부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일명 '족보가 꼬이는' 주범이 돼왔다.

학창 시절에는 같은 해 입학한 모든 이들, 출생연도로 따지면 '한 살 더 많은' 친구들과 '야~야' 거리고 살다가 사회생활에선 같은 년도에 태어난 사람들과 만나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보통 좁은 것이어야지, 학교 친구와 사회에서 만난 친구가 간혹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선후배로 얽히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양쪽 모두와 말을 트고 지내는 사람만 곤혹스러워진다. 거기에 'X 족보'를 만들었다고 쿠사리(핀잔)를 듣기도 했다.

특히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나이 많은 것이 벼슬'이라는 말처럼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서열이 나누어져 오기도 했다. 남자들끼리 있을 땐 기 싸움이라도 하듯이 '자기에게 유리한 나이'를 사용했던 건 비단 혼자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이처럼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세는 나이', '연 나이', '만 나이' 등 다양하게 사용돼왔던 나이 셈법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X 족보'를 수시로 만들어야 했던 사람으로서 올해 6월 28일부터 시행될 '만 나이' 통일은 반갑기만 하다.

애먼 살로 먹었던 나이도 줄어드는 데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 세대에선 'X 족보' 논란이 사라질 테니 말이다.

아직 법률적으로 연 나이를 사용하는 경우도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부터 변화가 이뤄지게 되면 앞으로 나이를 둘러싼 혼란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년, 초등학교 입학, 국민연금 수령 시기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이미 전부터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최대 2살까지 줄어든 '회춘'을 올해 모두 만끽했으면 좋겠다. 물론 빠른 년생들은 한 살만 줄어들겠지만.

도철원 취재1본부 부장대우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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