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스트리트 푸드존

@유지호 입력 2023.02.01. 17:04

겨울엔 군것질거리가 많다. 눈 내릴 땐 붕어빵 노점상을 찾곤 했다. 80년대 고향 읍내 장터에서의 추억 때문이다. 손 때 묻은 갈고리에 엎치락뒤치락, 달콤한 팥으로 배를 불린 뒤 빵 틀에서 튕겨져 나오는 모습은 생경했다. 군침 흘리며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로 퍼졌던 달큼하고 고소한 냄새도 아스라하다. 세월의 헛헛함일까. 술이 얼근 할 때면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몇 놈들을 노란 봉투에 담아 귀가를 서둘렀다.

'제철생선'에는 시대 아픔이 녹아 있다. 판매량은 불황의 지표로 연결된다. 노점상 단속으로 사라졌다 IMF 외환 위기와 함께 돌아왔다. 실직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다. 지난해엔 고물가 직격탄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이 겹치면서다. 높은 몸값에 서민 간식이란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인기를 되찾고 있다. 뉴트로 열풍이 디지털 트렌드와 맞물리면서다.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들이 주역이다. 점포를 알려주는 '가슴속3천원' '붕세권' 등 어플리케이션이 매개다. 집 근처 5∼10분 거리에 있는 붕어빵 매장을 알려준다. 잘 되는 가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이 난다. 인스타그램·트위터 '핫플'이 되는 것이다. 줄서기·품절사태 등의 해시태그에 곧바로 반응한다.

젊은 감각으로 재탄생됐다. 팥과 호두·슈크림·치즈 등 다양한 앙금을 쓰면서다. 충장로 '꾸꾸붕어빵'은 선도적이다. 피자, 팥크림, 고구마크림치즈 등 신 메뉴로 경쟁력을 높인 덕분이다. 차별화는 단순한 재료로 게미진 맛·멋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스트리트 푸드(Street Food·길거리 음식)가 제격이다. 만두와 호빵·호떡, 각종 튀김과 닭꼬치 등은 기본이다. 김떡순(김밥·떡볶이·순대)도 빼 놓을 수 없다. 쉽게 접할 수록 공유·공감할 수 있는 면이 넓다.

지난해 8월 말 광주 남구청에 인접한 푸른길공원에 만들어진 스트리트 푸드존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개장 효과에 따른 반짝 관심에도 만족도가 낮아 재방문율이 떨어진 탓이다. 스트리트 푸드는 거닐면서 간단하게 즐기는 음식이다. 볼거리 등 인근 나들이와 연계돼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하나 더, 평범한 먹을거리로 소소한 추억과 분위기를 공유하는 시대다. 문득 그 맛이 그리워지는 '갬성 사진'에 직접 현장을 찾아 나선다는 의미다. 관련 인프라와 포토존 명소 등을 통해 '인스타 맛집'이 곳곳에 생겨나면 푸드존도 자연스레 살아난다.

유지호 부국장대우 겸 뉴스룸센터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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