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흑산공항과 뷔호세 나르테공항의 닮은 꼴

@선정태 입력 2023.02.02. 18:23

흑산공항이 계획 15년 만에 건설할 수 있게 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지난달 31일 흑산공항 부지를 위한 국립공원 해제를 확정했다. 흑산도에 공항을 지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예상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던 가장 큰 이유는 국립공원에 지어지는 공항은 환경을 파괴한다는 환경단체들의 반발 때문이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더해 가고 있는 이 시대에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한 방법이라며 환경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근사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조금만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더 잘살기 위한 환경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의문이 든다. 흑산도가 지금까지 국립공원으로 보존될 수 있는데 가장 큰 공헌은 그곳의 주민들이다. 흑산 주민들의 불편 사례는 수없이 많다. 가장 가까운 도시인 목포에 가는데도 4시간 이상 걸리다 보니, 다른 국민들은 다 누리는 '일일생활권'이 이들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여기에 목포항과 흑산도에 오가는 여객선 결항률도 매년 10% 이상이어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날들이 많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생사를 넘나들며 섬에 꼼짝없이 갇혀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는 사례도 왕왕 발생한다. 이렇다 보니 흑산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외침에는 흑산 주민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함은 물론 생명의 위협에 대한 배려와 고민은 없어 보인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알바니아에도 흑산공항처럼 철새 보호를 이유로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스와 유고슬라비아 사이, 아드리안 해 건너 이탈리아와 마주한 알바니아는 1가구 1벙커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수십만 개의 벙커를 가진 나라로도 유명하다. 벙커를 짓는데 몰두해 발전의 기회를 놓쳐버린 알바니아는 지금도 유럽 최대 빈국에 꼽힐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이 나라 정부는 아드리아해와 인접한 뷔호세 나르테 지방에 공항을 건설하고 있다. 문제는 공항이 유럽과 아프리카에 오가는 철새들이 많이 머무는 호수에서 불과 몇㎞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는 것. 알바니아 정부가 더 관광객을 유치해 유럽 최대 빈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항 건립 계획에 환경 보호단체들이 야생동물과 자연 보호를 골자로 하는 '베른 협약'에 반대된다며 반발, 소송까지 냈지만 기각됐다. 환경 보호단체의 주장이 억지라고 본 것이다.

선정태 취재1본부 부장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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