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명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리가 '물 부족 국가'로 알고 있는 이유는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1990년대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우리나라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단체가 UN이나 국제기구 산하의 연구기관이 아닌 사설단체라는 점이다. 다시말해, 사설단체의 연구 결과에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 정부, 언론, 환경단체까지 나서서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라고 공식 선언하며 물 절약 캠페인을 벌인 바람에 대한민국은 물이 부족한 나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돼버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UN이 발표한 '물 부족 국가지도'에는 한국이 포함되지 않았다. PAI의 조사결과와 상충된 것으로, UN의 판단이 옳은지 틀린지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과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라는 명제는 틀렸다. 실상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깨끗한 물이 매우 풍부한 국가다. 다만, 계절적인 차이는 있다. 봄과 겨울에는 건조한 날씨와 가뭄으로 인해 물이 부족하고 여름과 가을은 장마와 태풍 등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전반적인 수치는 나쁜 편이 아닌 것이다. 즉,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규정짓는 것 보단 사계절의 반은 부족하고 반은 여유가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현재 광주는 '물 부족 도시'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간간이 비가 내리고 있지만 해갈에는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지난해 말에는 2023년 3월부터 제한급수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광주시가 진단했다가 다행히 많은 눈이 내리면서 그 시기는 두 달 정도 뒤로 미뤄진 상태다.
그렇게 방심한 탓일까? 12일 광주 상수도 상당수를 공급하는 남구 덕남정수장 송수관 밸브 고장으로 서구·남구·광산구에 단수 조치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 방울의 물도 절약해야 할 판에 5만7천여t의 수돗물이 콸콸 흘러 넘쳤다. 광주시민의 1일 물 이용량의 10%를 아깝게 버렸다.
이를 바라본 많은 시민들은 애가 탔고 물 관리를 제대로 못한 광주시에 화가 났다. 광주시 등은 '물 절약'만 외칠게 아니라 식수원 관리, 시설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앞으론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태는 두번다시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이정민 취재2본부 차장대우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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