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다. 이 드라마는 유년 시절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인생을 걸고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시즌1이 공개됐고 3개월만인 오는 10일 시즌2가 공개되지만 예고편만으로도 화제를 일으키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시즌2에서는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즌1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들의 사과는 없었다. 사과가 없었기 때문에 용서는 당연히 없을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사과가 있기도 전에 용서를 바라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야구선수 추신수의 말이 그랬다.
추신수는 최근 안우진(키움)의 국가대표 미발탁을 두고 "안우진이 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했고 제3자로서 들리고 보이는 것만 보면 정말 안타깝다. 어떻게 보면 박찬호 선배 다음으로 잘될 수 있는 선수인데 나도 한국에서 야구를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게 정말 많다"면서 "한국에서는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릴 때 잘못을 저질렀지만 처벌도 받고 출전 정지 징계도 다 받았다. 그런데 국제 대회를 못 나간다"고 말해 야구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안우진이 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가한 것에 대해 이미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국가대표에 선발돼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라는 말은 피해자에게는 더욱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는 말이었다.
또 광주에서는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최근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열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화해를 통해 당시 계엄군들의 양심고백을 이끌어 진상규명에 힘쓰겠다는 것인데 지역사회 반응은 싸늘했다.
'사과와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화해를 하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사례들 모두 사과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용서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인다.
특히나 이런 문제는 주변이 아닌 결국 당사자 간의 문제다. 용서를 하고, 하지 않고는 온전히 피해자 몫이어야 한다. '용서받지 못한 자'들은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수년전 소년부를 맡았던 천종호 판사가 피해자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으면서 형량이 과하다고 주장한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안돼! 돌아가!"
이정민 취재2본부 차장대우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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