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호랑이 군단의 몰락

@이정민 입력 2024.01.30. 14:52

유년 시절 아버지와 함께 무등경기장을 방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이스박스에 먹을 것을 한가득 담고 해태 타이거즈를 응원하기 위함이었다.

그 당시 해태 타이거즈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밥 먹듯이 우승을 하던 해태는 호남사람들의 자부심이자 삶의 희망이었다.

그렇게 잘나가던 해태는 1980~1990년대까지 왕조로 군림했다. 빨간 상의에 검은 하의의 유니폼을 보면 다른 팀들은 겁까지 먹을 정도였다.

그러던 해태 타이거즈는 모기업인 해태그룹의 재정난으로 2001년 기아자동차에 매각됐다. 해태 타이거즈는 창단 후 19년 동안 무려 9번이나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구단은 매각됐지만 역사와 전통은 이어가기로 해 기아 타이거즈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다. 때문에 팬들은 '타이거즈 왕조'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너무 달랐다.

2005년 타이거즈 역사상 첫 꼴찌를 기록하는가 하면 1997년 우승 후 2008년까지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던 중 2000년대 들어 2009년 첫 우승을 했으며 2017년 11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들어 성적은 들쭉날쭉이고 대부분 하위권을 맴돌지만 타이거즈 팬들의 열정적인 지지는 아직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같은 뜨거운 팬심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래없는 현직 감독의 뒷돈 비위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기아 타이거즈 감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이들은 후원사인 A 커피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업체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KIA 타이거즈와 후원 계약을 맺고 김 감독은 해당 시점을 전후로 수차례에 걸쳐 총 1억원대 금품을, 장 전 단장은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금품을 받고 후원 업체 선정 과정 등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직전 이 같은 이슈가 터졌다. 팬들은 단순히 성적이 좋지 않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아버지와 손잡고 갔던 그 야구장에 대한 향수를 느끼기 위해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망한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죄를 저지른 사람은 일벌백계하고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닦아야 할 것이다. 몰락한 호랑이 군단의 재건을 기대한다. 이정민 취재2본부 차장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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