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거인의 꿈

@이용규 입력 2024.02.01. 15:54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북한 땅을 여기저기 직접 돌아보면서 햇볕정책의 성과도 살피고 아름다운 산천도 구경하고 싶어요. 당신 생각은 어때요". 김대중이 이희호에게 북한 여행을 설명했다. "대환영입니다. 이왕 북한을 여행한다면 건강도 고려하여 일정을 여유롭게 잡으면 좋겠어요. 북한땅 한달살기 어떤가요"라고 이희호가 답했다. "좋아요 언제가 좋겠어요"라는 김대중의 물음에 날씨가 서늘해지기 시작하는 9월이 좋은 것같습니다"고 이희호가 제안했다. 김대중 일행은 2003년 9월22일 개성을 1차 목적지로 삼아 북한땅 한달 살기에 나서, 10월20일 돌아왔다. 행복한 여정이었고, 모두 만족해하는 표정이었다.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가 최근 발표한 장편소설 '거인의 꿈'의 일부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 하는 김대중 연구자인 최교수는 한반도 평화 및 남북 통일에 대한 김대중과 비전을 "만약 이랬더라면", 가정법으로 풀어낸다. 1부에서 3부까지 DJ의 파란만장한 삶을 사실에 두고, 4부는 김 대통령이 1단계 통일국가로 남북연합을 창설, 사실상 절반의 통일에 해당하는 발전상을 상상으로 묘사한다. 역사학자가 장편소설을 쓴 것도 그렇거니와 그의 학문적 연구의 깊음과 열정이 놀랍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호남이 낳은 세계적 거인이었다. 대한민국 변방인 신안 하의도에서 태어났음에도,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망명, 납치, 투옥, 사형선고 등 형극의 길이었다. 인동초처럼, 대한민국 최초 수평적 정권교체의 주인공이 됐다. 그가 보여준 용서와 화해는 국민통합의 에너지로 작용했다. 그의 깊은 통찰력은 대한민국을 정보통신, 문화복지 강국의 기반이 됐다. 세계는 김대중의 삶에 노벨평화상으로 화답했고, 그의 서거 한 달뒤 미국의 시사잡지 '뉴스위크'는 20세기 후반 자기 조국을 극적으로 바꾼 트랜스포머(영웅)로 선정했다. 김대중과 함께 폴란드 레흐 바웬사 대통령, 남아공 넬슨 만델라 대통령, 독일 헬무트 콜 총리, 중국 등소평 주석 등 11명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김대중 탄생 100년이다. 갈등과 대립, 출구없는 남북 외교관계는 그의 존재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의 남북연합 창설은 남북의 미래 비전이다. 얼음장같은 빗장을 뚫고 물은 흐른다. 다시 한반도의 봄을 기다린다.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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