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특혜도시 광주와 무산광역시의 탄생

@이삼섭 입력 2024.02.04. 18:46

언제부터인가 '특혜'가 광주를 지배하는 담론이 됐다. 광주의 굵직한 사안, 특히 개발 행위와 관련이 있을 때마다 특혜란 용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논란화'된다. 이 담론은 언론, 시민단체, 정치권, 오피니언 층을 막론한다. 그야말로 '특혜도시 광주'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특혜는 무엇인가? 잘 알다시피 '특별한 혜택'의 준말이다. 특별은 보통의 것보다 뚜렷하게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긍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혜택은 사전적으로는 은혜와 덕택을 아우르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주로 긍정적 상황에서 이익이나 도움을 받는 것을 나타내는 단어다.

긍정의 단어로만 결합된 일종의 복합어는 어쩌다 '부정'(不正)의 대명사가 됐을까. 이는 자원(권력)의 배분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자원은 현실적으로 동등하게 나눠가질 수 없으므로 특혜는 '마법의 단어'가 된다. 자원을 더 많이 가진 자를 향해 그리고 자원을 분배한 주체를 향해 '우월적 지위'를 주고받았다는 '프레이밍'(구조화)이 가능하다.

특히 이미지와 평판이 생명인 정치판에서 '특혜'가 가진 마법은 더욱 빛을 발한다. 상대방은 옳지 못한 방법으로 자원을 교환한 악(惡)으로 낙인찍고, 자신은 그로 인한 피해자로서 선(善)과 정의를 선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도저히 안 쓸 이유가 없다. 어느샌가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로 변질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자원의 배분자이자 정치권력인 지자체장이 '특혜'란 단어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혜 논란이 발생하는 순간 정치적 생명까지 위협받으니 지자체장은 위축된다. 괜히 욕심 내서 일하기보다는 차라리 안 하는 쪽을 택한다. '무산광역시' 광주의 탄생 배경이다.

광주에서 '특혜'가 돌림노래처럼 쓰이는 것은 결코 '정치 과잉' 도시여서도, 기득권화된 집단의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기 위한 레토릭도 아닐 것이다. 다만 조금 더 정의로운 사회, 살고 싶은 도시로의 변화를 위해서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그런 맥락에서 당당하게 '특혜도시'로 브랜딩하는 건 어떨까. 특혜에 씌워진 부정적 낙인을 걷어낸다면 또 이만한 좋은 말이 없다. 시민에 특혜를 주는 도시, 기업에 특혜를 주는 도시,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 특혜를 주는 도시, 이주민과 여행객에 특혜를 주는 도시가 되는 것이다. 이 도시에 발을 딛고 있는 게 특별한 혜택이 되도록.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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