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승부의 변수(變數)

@최민석 입력 2024.02.05. 11:23

승부는 넓은 맥락에서 보면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과정과 결과에서 드러나는 수많은 변수의 미학이다. 사람들은 삶을 승부의 연속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짙다. 영화 제목으로 비유하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혹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이다.

이는 마주한 상황과 보는 각도에 따라 무게중심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은 제로섬의 측면이 강하다.

승부에만 집착한다고 해서 승리를 가져오지 못한다. 반대로 패배가 뻔한 승부에서도 우열을 장담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변수 때문이다. 변수는 말 그대로 변하는 경우의 수이다. 수학 문제에서 단골로 수험생들을 괴롭히는 숫자가 상수와 변수, 미지수이다.

상수는 변하는 값이 없는 일정한 수이다. 미지수는 말 그대로 알 수 없는 수이다. 변수는 상수보다 미지수에 가깝다.

변수는 작게 보면 개개인의 삶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전쟁과 게임, 스포츠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쟁에서 작은 변수가 절대적 경우의 수로 작용한 대표적 사례가 고구려와 중국 전쟁이다.

고구려는 운명적으로 중국 역대왕조와 크고 작은 전쟁을 치렀다. 인구와 국토, 기술 등 국력의 양적 측면에서 열세였던 고구려는 자신의 강점과 지리적 특성, 민관군이 혼연일체가 된 단일 대오로 연전연승했다. 가장 큰 변수이자 원동력은 고구려군의 뛰어난 명장, 불세출의 전투력을 갖춘 병사 개개인의 역량도 있었지만 '청야전술'이 꼽힌다. 청야전술은 말 그대로 산과 들을 모두 비워 적의 보급로를 끊는 병법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장 많은 희생을 치렀던 독일과 러시아(구 소련)의 독소전쟁도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작용했다. 막강한 공군력과 기갑사단으로 무장한 독일군에 맞서 소련군은 시가전과 참호전, 미국 등으로부터 받은 물자와 무기, 혹독한 추위로 유명한 겨울을 활용한 지구전을 통해 승리했다. '좀비축구'로 아시안컵 4강에 진출한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근성으로 연일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우승을 향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공은 둥글고 승부의 변수는 많다. 가장 큰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 자신을 이기는 자가 결국 마지막 승리의 축배를 드는 법이다.

최민석 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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