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각) 네덜란드에서 아흔을 넘긴 노부부가 동시에 숨을 거뒀다. 안락사를 통해서다. 이들은 1977년부터 1982년까지 네덜란드 총리를 지냈던 드리스 판 아흐트 부부. 드리스 판 아흐트는 약 5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후유증으로 고생해왔다. 그의 부인 또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2년 세계 최초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적극적 안락사는 치료 행위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와는 달리 약물을 통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다. 한국은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한다. 지난 2018년부터 환자의 요청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시행 중이다.
심각한 고통이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환자 입장에서 적극적 안락사는 그들의 존엄을 지켜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적극적 안락사 합법화를 주장하는 쪽은 웰다잉(Well Dying·존엄과 가치, 품위를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는 것)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쪽은 안락사를 가장한 범죄에 대한 가능성 등을 이야기한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미래, 인구 절벽 위기와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75세 이상의 노인에게 안락사를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는 영화 '플랜75'. 무비판적으로 제도를 수용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최근 기대작이다.
영화는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 이같은 정책 제안은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 이뤄진 바 있다. 지난 2020년 한 의원이 관련 법안을 제출했으나 현행법 남용을 방지하고 비자발적이거나 성급한 결정, 잘못된 정보에 의한 선택을 막기 위해 반려됐다.
개인적 의견인 것처럼 비춰질 수 있으나, 최근 네덜란드 현지 매체인 NL타임즈가 관련 이슈에 대한 의견을 네덜란드 유권자 19만7천539명에게 물은 결과 10명중 8명이 '노인들에게 안락사를 허용해야한다'고 응답했다.
해석은 여러 갈래일 수 있다. 자신의 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로 해석될 수 있고 노인 혐오 등으로 읽힐 수 있다. 다만 적극적 안락사가 허용된 사회 경우 개인의 허용 기준 또한 정책 단계에 따라 계속해서 낮아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플랜75'가 더이상 비현실적이지 않은 사회가 인간 존엄을 지킬 수 있을까. 김혜진 취재3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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