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숨비소리와 욕심

@김현주 입력 2024.02.14. 15:42

제주 해녀들에게는 두 가지 '숨'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사는 숨이요, 하나는 죽은 숨이라 한다. 사는 숨은 숨비소리라고도 한다.

해녀들이 물질할 때 깊은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캐다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뿜는 휘파람 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한다. 참았던 숨을 몰아내는 거친 숨이 해녀를 살린다 해 사는 숨으로 통한다.

반면 죽은 숨은 바닷속 해녀들이 더 이상 숨을 참을 수 없는 순간 마지막으로 들이키는 숨, 즉 물숨을 말한다. 물숨은 물 안에서 더 버틸지, 물 밖으로 나갈지를 가늠하는 숨이자, 삶과 죽음을 가르는 숨이다. 물 밖에 사는 이들에게 공기를 마시고 내뱉는 일이 뭐 힘든 일이겠냐마는 해녀들에게 숨은 그야말로 삶과 죽음, 그 자체다.

일하는 매 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해녀들이 숨보다 더 신경 쓰는 것이 '욕심'이다.

숨비소리를 내쉬어야 할 타이밍에 전복 하나가 눈에 들어오면 경력이 짧든 많든 해녀는 고민이 된단다. 머리로는 물 밖으로 나가서 가쁜 숨부터 몰아쉬자 생각하지만 몸은 전복을 향해 갈 때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맞닥뜨리는 것이 바로 물숨이다.

전복 하나를 향한 욕심으로 한 번뿐인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은 무섭고 경계해야 할 일이 마땅하다. 그렇기에 물질을 하기 전 해녀들은 수없이 되새기는 말이 '만큼'이라고 한다. 바다가 허락한 만큼, 내가 수확할 수 있는 만큼, 오늘을 살 만큼, 딱 그만큼만 들고나오리라.

'욕심'을 경계하는 일이 어찌 해녀들의 삶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싶다. 해녀들의 넋두리 같은 하소연을 듣고 있자니 인생의 가장 큰 진리를 깨닫게 된다.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평소에는 이런 사람이 있었나 싶었던 인물들까지도 국회의원 후보자라며 들고 나선다. 그 후보자를 밀어달라며 따르는 이들의 숫자도 적지 않다. 번드르르한 이력과 경력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한다. 마치 나를 위한 것인양 쥐여주는 명함 한 장을 바라보며 그들이 내세운 공약과 지지 호소가 개인의 영달과 욕심을 위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경계하고 있길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본다.

오늘도 제주 바다 어디에선가 물질 중인 해녀가 욕심을 비워내듯 정치에 뜻 한 바를 펴내려는 이들 역시 욕심을 비우고 국민을 채워나갔으면 한다.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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