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내로남불

@도철원 입력 2024.02.18. 17:25

'내로남불'.

얼핏 보면 사자성어 같지만 외래어 조합이나 다름없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인 '내로남불'은 어느샌가 누구나 다 아는 관용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말 그대로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잣대가 다르다는 이야기인데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을 보면 정치판인 듯하다. '내로남불'을 유행어로 만든 것도 정치인들이다.

유래를 찾아보니 80년대 초에는 '내가 하는 연애는 로맨스이고 남이 하는 연애는 스캔달'이라는 농담이 학생들 사이에서 퍼졌고 작가 이문열의 단편 '구로 아리랑'에서도 이같은 용어는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대중화시킨건 1996년 신한국당 박희태 의원이 "야당의 주장은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부동산을 하면 투자, 남이 사면 투기라는 식"이라고 발언하면서부터다.

이후 2009년 국감장에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내로남불'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그 단어를 들었던 이들은 '괴상한 신조어'라고 표현을 했다고 한다.

어쨌든 정치권에서 출발한 것이나 다름없는 단어 '내로남불'의 형태는 여전히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것 같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컷오프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 없는 '내로남불'격 결과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선이라고 하면 2인이든 3인이든 지지율 순서대로 컷오프를 하고, 지지율 상위권 후보들끼리 경쟁을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결과를 보면 상식 밖의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한 선거구에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후보가 컷오프됐으며 또 다른 선거구에선 지지율 1위 후보와 지지율 꼴등 후보가 맞붙는 구도로 경선이 확정됐다.

두 선거구 모두 이재명계, '친명' 후보들이 유력후보라는 점에서 더더욱 납득하기가 어렵다.

승리를 위해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매일 부르짖었던 것 같은데 결과는 '가장 경쟁력이 있는 이가 아니라 라인 챙기기'로 끝난다면 '윤핵관'이네 뭐네 하면서 '사당화' 논란으로 국민의힘을 비판했던 민주당 역시 '내로남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도철원 취재1본부 부장대우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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